정제마진 전년평균 5배 기록…손익분기점까지 반등 기대
사우디 특별감산·코로나19 백신 등 수요증가 가능성 높아

[이투뉴스] 최근 미국, 일본의 석유제품 공급차질로 국내 정유산업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리히터규모 7.3의 강진과 미국 텍사스에 30년만에 몰아친 한파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현재 1달러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정제마진이 배럴당 0.4달러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나마 회복된 셈이다. 특히 16일 정제마진이 2.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업계에선 정유사 손익분기점 마진으로 알려진 4달러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얻고 있다.

정제마진 반등가능성을 높인 것은 등유와 경유다. 우리나라 등유소비량이 전체 석유제품소비량의 1.9%에 불과한 것과는 달리 일본은 난방유로 등유를 많이 사용해 10%에 달한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13일 일어난 지진으로 일본 내 정제설비가 긴급중단돼 등유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플랫츠에 따르면 일본 정유사인 ENEOS의 센다이 정제시설(하루 14만5000배럴 생산)이 지진으로 멈췄으며 도쿄만에 있는 네기시 정제시설(하루 27만배럴 생산)도 문을 닫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정유사들이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에 들어갔듯이 이번에도 같은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더해 정유공장의 특성상 재가동에 2~3주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일본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국내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나대봤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정유사의 가동 감축·중단으로 수혜를 본 적이 있다.

더불어 미국 남부 텍사스에 30년만에 들이닥친 한파로 정전 등이 발생하면서 모티바, 엑슨모빌 등의 400만배럴 규모 정제설비가 가동중단에 들어간 점도 정제마진 반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텍사스 정제설비 가동중단으로 미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달하는 정제유 공급이 중단되자 미국 유가는 1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7일 61.14달러를 기록했으며,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정유설비 셧다운으로 걸프연안에 연료를 의존하는 전국도시에서, 휘발유부터 프로판까지 모든 석유제품의 공급부족 및 가격인상이 예상된다”며 “정전이 며칠이상 지속된다면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연료에 대한 영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BP가 올해 중순께 호주 내 최대 정제설비(하루 14만6000배럴 생산)의 폐쇄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엑슨모빌도 9만배럴 규모의 호주 정제설비 폐쇄를 발표하는 점도 석유제품 공급부족에 따른 기존 정유사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3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특별감산을 지속하는 점도 한몫한다.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추세 및 백신 보급률 상승,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이후 석유수요 정상화 기대감도 높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일본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불균형으로 단기 역내마진의 반등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가 폭등·폭락 후 균형을 되찾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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