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만 17% 넘는 원가인상요인, 대안 없인 중소사업자 소멸
“전기·가스 부문 협력 필수, 융복합 에너지허브 역할도 가능”

[2021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①] 탄소중립시대, 집단에너지 역할은
[2021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②] 전기·열·신재생 모두 품는 사업모델

[이투뉴스] 11월부터 적용된 집단에너지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이 지난달보다 무려 21% 넘게 올랐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글로벌 LNG가격 상승을 반영한 원료비 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최저점보다 2배 가까이 인상돼 어려움을 호소했던 10월은 애교수준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11월 LNG 원료비 인상만으로 17% 가량의 열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1년 농사의 절반인 동절기(11∼12월)를 맞아 올라간 연료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난방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는 하소연이 즐비하다. 열은 물론 전기까지 올라간 원가를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인 구역전기사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문제는 대대적인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열요금을 어떻게 조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격 민감도가 10% 수준에 불과한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전기직판사업자들 역시 열은 한난에, 전기는 한전에 맞춰야 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한 구역전기사업자는 “이제 포기를 넘어 무념무상으로 접어든 상태다. 맘대로 해봐라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처럼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것도 속이 터질 일이다. 원료비 상승 등 외부의 변동요인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열병합발전소 없이 열부문 비중만 높은 중소규모 사업자일수록 아픔이 더 크다. 지역난방 소비자는 상당한 후생증대 및 편의를 얻고 있지만 사업자는 여전히 어려운 이율배반에 빠졌다.

여기에 에너지이용효율 증가, 온실가스·오염물질 배출 저감, 전력계통 편익 등 국가적인 편익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집단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집단에너지 편익에 대한 보상강화를 수도 없이 약속했지만,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통해 다시 한 번 같은 약속을 내놓았다. 활성화를 위해선 제대로 된 분산편익 보상이 선결과제라는 것도 인식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어느 규모로 시행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가스에 치이는 집단에너지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집단에너지업계의 위기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단에너지는 겉으로 전력과 가스, 재생에너지 등 뛰어난 확장성을 자랑하는 융복합에너지다. 하지만 실상은 거대산업인 전력과 가스에 끼여 독자적인 활로모색이 쉽지 않은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전력시장제도가 변할 때마다 휘청이고, 가스요금 및 정책에도 갈대처럼 휘둘린다.

올해 겪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상승과 열요금과의 괴리현상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열병합발전용 및 열전용보일러용 천연가스 모두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별다른 상관없는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 연동한다. 이러다보니 아무리 많은 원가인상요인이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떠안고 버텨야 한다. 자구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절기를 맞아 가스공사가 들여오는 LNG 스팟물량이 늘어나면서 12월에는 11월보다 도매요금 원료비가 더 상승, 30% 가까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 지역난방요금 인상요인은 전체적으로 70∼8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역전기는 손을 아예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물가를 이유로 당분간 전기 및 가스 요금에 손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단에너지 자체의 지속가능한 요금제도를 마련,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이렇듯 전기와 가스 분야의 협조와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열병합발전이 100MW를 기준으로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로 이원화된 요금체계를 적용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난방용과 비슷한 용도인 PLB용은 도시가스요금 중 가장 비싸다.

수요처 인근에서 생산한 전력의 가치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송배전 손실이 최소화된 분산에너지임에도 발전연료 단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CBP(변동비반영시장) 제도에서는 급전순위를 기다리는 하나의 발전원에 지나지 않는다. 송전망 손실·혼잡비용 등 제대로 된 분산편익 보상은 물론 이를 고려한 송배전 이용요금제 도입은 여전히 구호에 그칠 뿐 시행될 기미가 없다. 집단에너지 역할은 인정하지만 내가 비용을 대지는 않겠다는 견제심리가 작용한다.

◆분산편익 보상 약속, 더 미루면 안된다
산업부는 지난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내놓고 오는 2040년까지 분산형 전원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지부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분산에너지 특별법안’도 국회를 통해 입법 발의했다. 구호용 정책이란 비난을 벗어나 제대로 분산전원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내용에선 재생에너지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을 집대성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에너지전환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 등 전통적인 분산에너지보다는 재생에너지 덕을 보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계통영향평가제 신설 ▶전력거래 특례 및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 도입 ▶분산에너지의 사회·경제적 편익 지원 등을 담은 분산에너지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언제쯤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될 것인지는 물론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 등 아직 불투명한 것이 너무 많다.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분산에너지법 제정에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남아 있다는 소식과 함께 전력 및 재생에너지 파트와의 역할분담 등 풀지 못한 숙제가 첩첩산중이다.
 

▲열병합발전소 분산편익 연구(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열병합발전소 분산편익 연구(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함께 계속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집단에너지업계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모두가 동의하는 분산편익 보상의 경우 분산에너지법 통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가와 괴리된 열과 전기 요금을 감안할 때 편익지원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절기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열제약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부문 손실을 고려해도 분산편익을 반영한 제대로 된 전기가치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과 미세먼지 저감, 미이용에너지 활용 등 많은 분야에서 집단에너지의 가교역할이 불가피한 것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집단에너지 처지를 우산도 없이 큰 소나기를 맞고 있는 산업으로 비유했다. 제도개선과 시장안착을 통해 살아가기 전까지 지원이 필요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그는 “한전과 가스공사는 공적기관으로 맷집이 좋아 인상요인을 떠안는 버퍼역할이 가능하다. 아무 것도 없는 집단에너지의 경우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이 시급하고, 열요금 역시 지역요금체계(지역별 자유화)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집단에너지가 컨버전스가 아닌 전력과 가스에 끼인 산업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집단에너지는 전기와 열, 신재생까지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라며 “탄소중립 및 지역에너지 허브역할이 가능한데도 이해관계 때문에 뒷받침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미래에너지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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