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또 ESS화재…소방당국은 위험천만 진입
닷새 만에 또 ESS화재…소방당국은 위험천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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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2.01.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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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90% 운영 중 만충상태서 배터리 발화
1차 출동 소방당국 ESS실 문따고 내부진입
배터리제조사와 소방당국 매뉴얼 공유필요
▲경북 군위군 우보면 한 태양광연계영 ESS에서 불이 나 의성소방서 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한 화재 현장 ⓒ의성소방서 제공
▲경북 군위군 우보면 한 태양광연계영 ESS에서 불이 나 의성소방서 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한 화재 현장 ⓒ의성소방서 제공

[이투뉴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12일 대형 ESS(에너지저장장치)화재가 발생한지 불과 닷새 만에 경북 군위군에서 또 다른 유형의 ESS화재가 이어져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당국은 ESS화재의 위험을 모르고 건물내부까지 진입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7일 오후 5시 1분께 경북 군위군 우보면 신곡리 소재 한 태양광발전소에서 화재로 의심되는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고가 의성소방서에 접수돼 현장에서 약 6.6km 떨어진 119안전센터 대원들이 오후 5시 9분 발전소로 출동했다.

신고자는 인근 지역을 담당하던 산불감시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시설은 500kW규모 태양광발전소에서 낮시간에 생산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일몰 즈음 그 전력을 계통에 방전시키는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였다. 450kW PCS(전력변환장치)와 1500kW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 조합으로, 2018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PCS는 윌링스사(社)가, 배터리는 LG화학(現 LG에너지솔루션)이 납품했다. 당시 ESS는 충전율(SOC) 90%로 운영했고, 만충상태였다. 앞서 LG측은 현장에 설치된 ESS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결함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소가 샌드위치 판넬로 만들어진 옥외 ESS 구조물임을 확인하고 상황파악과 진화를 위해 출입문을 따고 내부로 진입했다. 이런 장면은 내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다른 지역에 있던 사업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내부로 진입한 소방당국은 ‘불꽃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배터리 내부 열폭주(Thermal Runaway)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는 상태’로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이온 셀은 과충전이나 결함으로 내부 단락이 발생할 경우 짧은 시간안에 고온으로 달아오르면서 폭발성 가스를 외부로 다량 방출한다.이렇게 고인 가스에 불꽃이 튀면 폭발과 함께 화재를 일으켜 위험천만한 상황이 된다. 

실제 2019년 4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ESS화재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 4명이 ESS컨테이너 문을 여는 순간 발생한 폭발로 심각한 부상과 화상을 입었고, 작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쇼핑몰 옥상 ESS 화재를 진화하던 소방관 2명이 갑작스런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ESS화재사고에 관한 UL Firefighter Safety Research Institute 보고서 중 ESS 폭발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출입구와 화재 잔해
▲미국 애리조나주 ESS화재사고에 관한 UL Firefighter Safety Research Institute 보고서 中 ESS 폭발충격으로 뜯겨져 나간 건물 출입구와 화재 잔해

작게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부터 크게는 전기차, ESS까지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는 배터리이지만, 부주의하게 다루거나 결함으로 내부에 이상이 생기면 화학적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모두 내뿜을 때까지 소화가 어려운 위험물질이 된다.

최초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이 ESS화재를 단순화재로 인지했거나 이런 위험을 간과한 채 초동대응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뒤늦게 소방서 측과 연락이 닿은 사업주 측은 ‘절대 (ESS실)내부로 들어가면 안되며, 안전을 위해 철수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ESS는 화재 감지 시 자동 동작하는 가스소화설비와 문제를 일으킨 배터리랙(Rack)으로 화재를 한정시키는 주수식 소화설비, 내부 폭발성 가스를 옥외로 배출하는 배기시설 등을 갖추고 있었으며, 사업주는 이들 시설 중 상당수가 정상 가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 관리직원들이 자동소화를 기다리며 주변을 순찰하는 과정에 해당 ESS건물은 큰 폭음과 함께 5m 높이 화염에 휩싸였다. 1차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철수한 뒤 10여분 가량 흐른 시점이다.

발전소 측은 강제 배기팬이 작동하는 가운데 소방당국의 1차 출동 시 개폐된 문으로 외부공기가 유입되면서 발화요건이 갖춰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업자 측 관계자는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보니 문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 산소가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많은 ESS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아직까지 소방서에 화재진화 매뉴얼이 하나 제대로 없고, 관련 정보를 삼성이나 LG가 소방당국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게 통탄할 일"이라며 "물적피해는 그만이지만, 소방대원이 진입해 사고라도 당했더라면 어쩔 뻔 했냐"고 개탄했다.

전문가들은 ESS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만큼 배터리제조사와 소방당국이 안전관리 매뉴얼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SS 전문기업 A임원은 "ESS화재는 초기대응이 관건이므로, 당국이 배터리 3사(삼성,LG,SK)를 앉혀놓고 화재 대응에 관한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화재 초기 위험신호 경보가 배터리제조사 만이 아니라 일선 소방서로 공유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 임원은 "같은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서 불이 난다고 전기차를 안타지 않듯 ESS에서 불난다고 ESS효용이 없는건 아니"라면서 "전기차 화재지침처럼 ESS화재지침을 만들고, 배터리제조사는 더 안전한 배터리로 경쟁하면서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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