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부터 현대기아차 포터·봉고트럭 경유모델 단종 원인
노후 경유차 교체, 주유소 경쟁 따른 영업형태 변화도 영향

▲유조차로 개조한 포터트럭.
▲석유판매용 벌크로리로 개조한 뒤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1톤 포터트럭.

[이투뉴스] 최근 벌크로리나 탱크로리 등 석유제품 운송차를 제작하는 특장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부터 현대기아차가 포터·봉고 트럭 경유모델을 단종하기로 결정하는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주유소·일반판매소 등 석유유통업계가 유조차 구입을 서둘러 납품이 밀리는 상황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장차업계는 일반적으로 1~4월과 10~12월을 성수기로 꼽는다.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는 겨울이 오면 기름보일러용 난방유와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할 농업용 면세유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겨울 직전이나 직후에 석유이동판매차량 구입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특장차업체들은 1년 내내 유조차 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장차업계는 이 같은 호황의 원인으로 ▶포터·봉고 트럭 경유모델 단종 ▶노후 경유차 교체 ▶반도체·와이어링하네스(차량 전기장치 배선) 공급부족 우려 ▶주유소 과당경쟁에 따른 영업형태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2024년부터 경유 1톤트럭의 생산을 전면중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내후년부터 포터·봉고 1톤트럭 생산을 중단하는 현대기아차는 전기·LPG트럭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유조차는 완성차업체로부터 차를 공급받아 개조하는 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디젤트럭이 단종되면 만들고 싶어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전기·LPG차는 경유차에 비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어렵고 힘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석유제품을 배달하는 경우 1500리터짜리 탱크에 1600~1700리터까지 과적하는 경우가 흔해 출력이 떨어지면 오르막길을 주행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불안한 석유펌프 토출량도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유조차는 분당 60~80리터 수준의 토출성능을 갖추는데 하나의 배터리로 모든 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전기차는 토출량이 부족할 수 있다. 여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차량제작사는 최대한 안전규제를 지키면서 차량을 만들지만 유조차의 경우 작은 스파크라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 이 같은 문제로 경유트럭이 단종되기 전에 새 유조차를 구입하려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배출가스 5등급인 노후 경유유조차가 다수를 차지하는 점도 문제다. 특히 위험물적재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기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소방청에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전국의 유조차·탱크로리차 2만대 중 교체주기가 다가온 노후차량이 1만20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6월 기준 국내 벌크로리 및 탱크로리차 숫자는 2만3683대에 달한다. 에너지전환 요구에 따라 많은 수의 노후 경유유조차 교체 압력이 들어오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및 와이어링하네스 공급부족 우려도 유조차 주문이 밀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완성차업체들은 반도체와 와이어링하네스 품귀로 생산에 차질을 겪은 바 있다. 이들 업체가 1톤 이상, 2톤 미만의 소형트럭보다는 가격이 비싼 대형트럭 위주로 생산하면서 소형유조차 주문물량 적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및 와이어링하네스가 품귀현상이 다시 일어날 경우 유조차 구입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주문이 늘어났다는 것.

주유소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유조차 판매가 늘고있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주유소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주유소사업자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석유제품 일반판매를 그만두고 배달판매 전문으로 영업형태를 바꾸면서 유조차 구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특장차업체 관계자는 “주유소가 사양업종이 되면서 영업형태를 바꿔 건설기계용 경유와 농업용 면세유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며 “특히 건설현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경유를 소비하기 때문에 빠르게 유조차 할부금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1년에 120대 정도를 제작할 수 있고 평년에는 100대 안팎의 주문을 받아왔다”며 "현재는 200대까지 주문이 밀려 지금 주문해도 유조차 출고까지 8개월은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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