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주유소 카드수수료 얘기는 수십년째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째 바뀌는 것이 전혀 없다. 우리가 카드사 앵벌이냐." 한 주유소 사업자의 분개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유소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토론회'에서다.

이날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양측은 자신들의 힘듦과 애로사항을 부단히 설명했다. 논리에서 무너지면 곧바로 패배다.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우선 주유소업계는 유류세분 카드수수료까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핏대를 세웠다. 카드수수료를 반기는 사업자가 어딨겠냐마는 이들의 경우는 조금 특수하다. 

기름값에는 국세인 유류세가 포함돼 있다. 이달 기준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615.3원, 경유는 369.1원이다. 유류세를 포함한 전체 기름값에 카드수수료를 매기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매출이 아님에도 카드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주유소업종 카드수수료는 1.5%다. 

카드사가 해당 수익을 빼간다는 생각에 아니꼬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카드사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가장 우선하는 논리는 형평성이다. 특정 업종에만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류세분 카드수수료를 내리게 되면 과세대상 물품, 관세 및 부가세가 부과되는 모든 재화에서 형평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한쪽에 혜택을 주면 다른 쪽에서 문제 삼을 것이 뻔하다.  

게다가 카드사도 민간기업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카드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을 뿐이다. 수익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정책에 따라 우대 수수료율 가맹점을 계속해서 늘리면서 살림이 팍팍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맹점(314만곳) 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이처럼 양측은 한치 양보가 없는 협상테이블 위에 있다. 공정하고 유능한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쪽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때로는 어르고 달래면서, 때로는 강한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나서는 이가 없다. 싸움을 붙여 놓고 관망하는 사람만 있다.  

양쪽 업계가 피를 흘리며 다투고 있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십수년이 지속된 싸움이다. 언제까지 싸움구경만 할텐가. 정부는 어디있나.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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