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에너지에 이어 환경정책까지 모두 뒤집히고 있다. 근간은 유지하면서 세부정책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나무를 뽑아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수준이다. 관련자들도 처벌 아니면 유배를 보내고 있다. 공무원들이 모두 숨죽인 채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철거 및 상시개방을 앞뒀던 4대강 보가 모두 살아났다. 문재인 정부가 ‘자연성 회복’에 중점을 뒀던 4대강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이수와 치수’로 싹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오랫동안 고심해 만든 환경영향평가 등도 규제혁신이라는 미명아래 야금야금 틀을 잃어가고 있다. 환경 분야의 한 전문가가 과거 정부가 심은 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있다고 표현한 이유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최근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년)을 변경안을 확정했다. 금강 및 영산강 5개 보의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은 물론 한강·낙동강 11개 보 처리방안까지 모두 삭제했다. 물관리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을 통해 소위 말하는 대못을 박은 것이다. 시민단체의 반대로 공청회를 열지 못하자 서면심의로 빠르게 움직였다. 

대신 댐·보·하굿둑의 과학적 연계 운영과 4대강 유역 관련 객관적 데이터 축적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각적 녹조 저감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여기에 자연성 회복은 적정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로, 인공구조물은 하천시설로 바꿨다. 비법정용어를 법정용어로 대체해 의미를 명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 제기는 감사원이 시작했다. 이전 정부의 금강·영산강 5개 보(洑)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이 “비과학적이고 편파적이며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자 환경부가 나서 4대강 보를 모두 살리겠다고 선언하고, 번개처럼 후속절차를 밟았다.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한 일부 공직자와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행보다. 수명이 다해 폐지하기로 했던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살리고, 판단을 유보했던 신규 원전을 다시 짓는 것과 닮았다. 감사원 등이 태양광발전 관련 비리와 문제점을 조사해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업계를 혼내는 구도까지 동일하다. 항상 ‘과학적·객관적 접근’을 강조하는 점까지 거울을 보는 듯 하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사안을 ‘정책의 연속성’만을 내세워 계속 살려둔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에너지·환경정책 변화는 너무 과하다는 표현이 곧잘 나온다. 세부정책 조정이 아닌 근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마다 등장하던 '대통령 중점 지시사항' 수준이 아니라 근본철학을 바꾸다 보니 따라가기 버겁다.

에너지와 환경 정책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국가의 100년 대계가 걸려 있어서다. 하지만 언제부터 정치가 들어와 5년짜리 정책이 남발된다. 입으로는 과학과 객관을 외치지만 적군과 아군으로 나뉜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되돌려야 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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