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수소산업 지원과 소통창구 역할은 어디서 맡고 있나요?” 최근 수소업계로 이직해 온 관계자를 처음 만났을 때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해당 질문이 나오는 이유를 보면 수소업계가 여타 산업과 다른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정부 사이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과 연결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창구는 산업계마다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부분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협회’가 담당한다. 수소산업계에는 협회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민간협의체인 H2KOREA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1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를 산업진흥기관으로 지정하고 그 역할을 맡기면서 입장에 차이가 생겼다. 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 소통창구 역할뿐 아니라 정책지원, 연구개발 표준화 등 산업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역할이 더 모호해졌다. 앞서 산업부는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H2KOREA가 단독으로 진흥기관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 8월 낸 공고에 여러 기관이 지원했으나 선별 과정을 거쳐 에너지기술평가원을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기술혁신과 산업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선정된 H2KOREA는 애초에 수소 인프라 활성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단체다.  

뿐만 아니라 신규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관련 산업에 무지한 자에게 진흥전담기관 담당자 자리를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만약 산업과 전혀 무관한 인물을 이 자리에 앉힌다면 ‘전관예우’를 위한 자리만들기 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역할분담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H2KOREA가 기존 해오던 사업에서 분담할 것인지, 새로운 지원사업들을 편성해 맡길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기업입장에서도 업무처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진흥전담기관만 2개가 되면서 협회도 어떤 역할을 할지 모색해야하는 숙제를 받게됐다. 자구적으로 여러 행사를 맡아서 하고 있지만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산·울산·경남권에 위치한 회원사를 제외하고는 위치상 수도권에 위치한 2개의 진흥전담기관을 찾게된다.

산업을 알리는 ‘홍보’ 역할의 담당기관이 늘어나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야한다. 수소산업은 아직도 초기라는 기업 목소리와 달리 알리는 것에만 너무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인사’다. 새롭게 만들어진 자리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오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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