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모듈 도매가 절반으로 낮추고 설치량 美 추월
시진핑, '新생산력'으로 치켜세우며 경제활력에 활용

[이투뉴스] 세계 태양광 시장을 이미 장악한 중국이 더 공격적으로 태양광 모듈 제조와 건설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 태양광 설치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새로 설치했고, 자국내 모듈 도매가격을 절반으로 낮췄다.

아울러 태양광 모듈 주요 부품 수출량은 약 2배, 모듈 완성품 수출량을 38% 늘렸다. 미국과 유럽이 재생에너지 관련기업의 파산을 막는데 노력하고 있는 사이 중국의 '나홀로 질주'는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최근 중국 입법부 연례 회의에서 풍력과 수력발전 뿐만 아니라 태양광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중국의 급격한 부동산 침체를 상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태양광을 '新생산력'이라고 표현하며 이 산업을 활용해 10년 이상 둔화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수출량 확대는 수입국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에서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과 설치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보조금을 도입한 바 있다. 

유럽은 십여년 전 소비자의 모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제조지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제공했으나 중국이 자국내 태양광 모듈 공장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 저가 중국산이 유럽 태양광 제조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모듈 제조사 파산이 이어졌고, 결국 중국산 의존도가 커졌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작년 9월 연설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태양광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잊지 않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 경쟁자들에게 밀려났다”고 성토했다. 

태양광 모듈 원료 생산업체인 노르웨이 크리스탈은 지난 여름 파산 신청을 냈다. 스위스의 마이어 버거는 독일 공장을 생산중단했고, 미국 콜로라도와 애리조나 공장을 완성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이 제공하는 재생에너지 제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비용 경쟁력은 실제 엄청나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1월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회사들이 Wp당 16~18.9센트로 태양광 모듈을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 회사들은 24.3~30센트, 미국 회사들은 28센트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

중국의 낮은 임금과 값싼 전기료가 이처럼 큰 차이를 만들었다. 아울러 중국 도시들이 낮은가격에 태양광 공장 부지를 내주고, 국영 은행들은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해 왔다.

일부 태양광기업이 저가 경쟁에서 손실을 입고 파산했지만, 더 많은 기업들은 공장을 세우고 장비를 갖추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태양광 모듈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광 제조에 필요한 전기를 회수하는데 최소 7개월 동안 전기를 생산해야 할 정도다. 중국의 경우 전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가 값싼 전기를 제공했다.

아울러 공공 토지가 거의 무료인 서부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기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한 후 전기료가 급상승했다. 태양광  부지 비용도 높다. 미국 남서부에서는 환경 문제로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줄었고, 구역 문제로 재생에너지 전력 전송 허가가 막혔다. 

중국 에너지전문가이자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케빈 투 연구원은 “중국 제조사들이 패널가격을 95% 이상 낮추지 않았다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설치량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양광 연간 설치량은 2018년 이후 세계적으로 약 4배 증가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을 제재하기 위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 일부 수입을 차단했고, 유럽 연합도 유사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중국에서 태양광 모듈 제조의 초기 고부가가치 단계를 마치고 나머지 공정의 최종 조립을 위해 부품을 해외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등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 최대 태양광 제조사들 중 일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에 최종 조립공장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중국의 저가 수입품으로 거의 붕괴 직전인 미국 태양광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광범위한 보조금을 포함하고 있으나 산업 재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거의 모든 장비와 웨이퍼, 특수 유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밸류체인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문 노동력과 기술력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지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0년 실리콘밸리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는 중국 시안에 2개의 대규모 실험실을 지었다. 축구장 2개의 크기의 실험 공장에 인력없이 태양광 모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로봇을 투입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했다.  

수년 뒤 중국기업들은 이 방법을 알아내자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는 태양광 모듈설비 생산을 상당히 줄이고 반도체와 비슷한 장비 제조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이외 지역의 태양광 공장들이 설비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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