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원전 국가 정상 브뤼셀서 '원자력 부활' 촉구
프랑스 주도로 기후목표 달성 위해 확대 여론戰

[이투뉴스]  친(親)원자력 성향의 유럽연합(EU) 국가 정상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2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원자력 부활을 촉구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EU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비 부족과 비용상승, 사업지연이란 현실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원자력 없이는 기후 목표에 제때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를 조직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대표는 원자력을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며 치켜세우는 인사다.

그는 “원자력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첫 정상회의에는 EU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 50여개국 대표와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25명의 정상이 모였다. 

앞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021년 원자력을 '안정적 에너지원'으로 주장해 이목을 끌었었고, 브뤼셀이 지속 가능한 투자 목록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면서 다시한번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 원자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안전 문제로 쪼그라들고 있다. 독일이 즉각적으로 6개 원전의 문을 닫고 나머지를 단계적으로 폐쇄했다. 마지막 3기는 작년 4월 영구정지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가스의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55% 줄인다는 EU의 약속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됐다. 

EU안에서 원자력 발전을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프랑스의 주도로 원자력 발전 확대가 중요하다고 미는쪽과 오스트리아 및 독일을 중심으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핵 국가들이 포진해 있다. 

프랑스는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를 포함한 12개 EU 회원국의 원자력 동맹 출범을 주도하는 등 친(親)원자력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원자력을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인정하도록 EU 재생에너지 규칙을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같은해 12월 기존 원전 투자에 대한 공공 지원 합의안을 이끌었고, 2월에는 넷제로 배출 기술에 대한 규제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성과를 냈다. 

EU 의회는 2040년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시켰고, 지난 2월 소규모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산업연합을 출범시켰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를 보면, 브뤼셀에서 열린 원자력 회담에서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지원하고 경쟁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원자력의 잠재력을 일깨울 계획이다.

이 성명은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원전 건설과 세계적으로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를 포함한 첨단 원자로 조기 배치를 약속했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 사업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사업의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국제적이고 제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는 미인대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도 원자력 산업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존 포데스타 미국 청정에너지 대통령 선임고문은 “우리는 세계은행과 개발은행들이 원자력 자금 지원 제한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프랑스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가 최근 27억 달러를 승인해 헬륨 등 고급 연료에 대한 농축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유럽은 차세대 원자력 과학자를 육성해 노하우를 다시 쌓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로톰(EURATOM) 산하 EU의 핵심 연구기관에 대한 2021~2025년 예산은 20% 삭감됐다. 

마젠한 EU 공동연구소 부소장은 “(원자력 인력의) 고령화로 역량을 잃었으며 가까운 미래에 기술 인력 교체를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활동이 줄었지만, 새로운 인재를 다시 숙련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10년 후 연구 조직으로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유럽 12개국에서 가동되는 원자로는 약 100개다. 원자력은 EU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무탄소전력의 약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60여개의 원자로가 검토 또는 건설단계에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이 폴란드에 있다.

마시모 가리바 EU 집행위원회 사무차장은 “지난 18개월 동안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원자력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20년 EU가 정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원자력 덕분에 탄소배출량이 낮다며 목표 수정을 거부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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