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무선충전기·무선충전 전기차 등 등장
이르면 10년 내 '전원케이블-프리' 도래 전망

[이투뉴스] 집안을 둘러보자. 각종 전선이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는 컴퓨터, 멀티탭에 꽂혀 있는 휴대폰 충전기와 어댑터들. 청소할 때마다 번거롭기 짝이 없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걸어다니다 보면 얼기설기 얽힌 각종 케이블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다. 

하지만 10년 후라면 이 같은 풍경도 희미한 과거의 유물로 남을지 모른다. 전원 케이블 없이도 각종 전기전자 제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콘센트와 전원 케이블이 사라져 전선 없이도 모바일 기기 충전이 가능해지고 컴퓨터, 청소기, TV 등 전선 없는 가전 및 전기전자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 편리할 뿐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깔끔하다. 그 시점은 머지 않아 보인다.

거치적거리는 전선 없이도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 제품은 이미 실증모델이 등장했다. 뒷면에 전선이 뒤엉킬 일 없는 TV가 선을 보였으며, 케이블로 연결할 필요 없는 전기차 무선충전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굳이 10년 후를 내다보지 않더라도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전력뿐 아니라 IT, 건설, 인테리어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래 유망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진보

▲ ls전선은 올 초 최대 2m까지 전선 없이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자기공명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을 선보였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말 그대로 전력을 케이블 없이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 유선 전원 공급 및 충전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 때문에 전자기기 무선충전, 전기자동차 무선전원공급 및 무선충전, 원격지 무선전력공급, 우주 태양광 발전, 유비퀴터스 무선센서 전원공급 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거창한 듯 보이지만 사실 이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생활에 활용돼 왔다. 다만 여러 한계로 인해 전동칫솔, 접촉형 전화 충전기, 임플란트형 의료기기 등 충전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전자 유도, 자기공명, 전자기파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전자유도 방식은 수십cm 범위 내 위치한 두 개의 코일을 이용해 수kW의 전력을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1cm 미만의 비접촉식 전원 공급에 많이 활용된다. 교통카드, 무선면도기, 전동칫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기공명 방식은 두 개의 소리 굽쇠가 서로 공명해 소리를 내듯, 두 개의 구리 코일을 같은 자장에서 공명하도록 파장을 맞춰 전력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전자유도 방식에 비해 전송효율이 높고 전송거리도 수m에 이른다.

전자기파(마이크로파) 방식은 수십m에서 수만km까지 원거리 전송이 가능해 송전탑 대체 또는 우주태양광발전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980년 니콜라 테슬라가 이를 처음 시도했지만 효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해 널리 상용화되지 못했다. 온도, 습도 센서와 같이 낮은 전력을 사용하는 일부 소형센서에 이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그동안 무선전력전송은 주로 전자유도와 전자기파 방식 등 2가지 방식으로 이용돼 왔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은 자기공명 방식이다.

자기공명 방식은 2007년 마린 솔랴시치 MIT 교수팀에 의해 구현된 기술로, 2m 거리에서 60W의 대전력 전송을 시연해 주목을 받았다. 자기공명 방식은 1m 거리에서 90%, 2m 거리에서도 약 40%의 전송 효율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자기공명방식 개발로 시장 활성화 기대

LS전선은 올 초 최대 2m까지 선 없이 전력을 보낼 수 있는 자기 공명 무선 전송 시스템 개발을 완료, 실증모델을 선보였다. LS전선은 이 방식을 활용해 TV와 LED스탠드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김형원 엘에스전선 기기사업부장(상무)은 "아파트나 공공건물 같은 빌트인 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기공명 방식을 활용한 무선전력전송 기술 상용화는 우선 모바일 기기의 무선충전기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무선충전 기술에 관한 특허출원은 최근 5년간 매년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자기공명 방식 특허출원은 2006년 1건에서 2010년 65건으로 급증했다.

기존 자기유도 방식을 이용한 무선충전기는 고가인데다 하나의 충전기로 한 대의 모바일 기기만 충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LS전선이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폰용 무선충전기 '차버(Chaver)'와 최근 LG전자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선보인 'LG 무선 충전 패드'는 전자유도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자기공명 방식 무선충전기는 이 같은 단점이 개선되고 가격은 크게 내려 널리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자기유도 방식과 달리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 충전은 국제표준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점차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다룬 최근 보고서에서 "전력변환 및 제어용 칩과 같은 주요부품들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면서 무선충전기 가격도 3만~4만원 수준까지는 내려갈 것"이라며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원 케이블로 인한 불편함이 커 주목받지 못한 제품이 무선전력전송 기술 발달로 수혜를 입는 경우도 나타날 전망이다.

▲ 무선충전 전기차 원리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가정용 전원으로 7~8시간, 급속충전기로 최소 30분 정도다. 일반 가솔린 차량이 주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3분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기공명 방식의 전기차 무선충전시스템을 이용하면 가정에서도 2~3시간 내 충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굵은 전원 케이블을 직접 꼽는 데 따른 불편함도 사라진다.

이 같은 시스템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의해 개발돼 이미 국내에 구축돼 있다. KAIST가 개발한 온라인 전기차는 차량에 장착된 고효율 집전장치를 통해 주행이나 정차 중 도로에 설치된 급전라인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된다.

별도의 충전소와 대용량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배터리 가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KAIST의 온라인 전기차는 현재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3대에 적용돼 운행 중이며, 2010년 미국 주간지 <타임(Time)>에 의해 세계 최고 발명품 50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올해 모바일 기기 무선충전기 시장 활성화를 시작으로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의 선순환을 거듭, 빠르면 2020년께 가정 내 대부분의 전원 케이블이 사라지는 케이블-프리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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