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전동기 시장의 1인자 - (주)에스피지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국의 배달 오토바이를 전동 스쿠터로 대체할 계획이다. 독자의 단잠을 깨우는 시끄러운 소음과 만만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가솔린 엔진 대신 전동기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전자회사 GE(General Electric Company)는 주부의 주방업무를 줄이기 위해 전동기를 응용한 자동 식기세척기와 주방용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가전제품일수록 전동기만큼 쓰임새가 요긴한 동력원도 없기 때문이다.


일명 모터로 불리는 전동기가 응용되지 않는 산업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설립된 성신의 기술을 이어받아 올해로 창립 15돌을 맞은 (주)에스피지는 이 같은 전동기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전동기의 종류만 해도 3000종이 넘는다. 전 세계 모든 자동화 제품에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마크를 달고 에스피지의 제품이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전체 산업전력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5마력 이하급 중소형 전동기의 52%를 에스피지가 점유하고 있다. 물론 국내전동기의 50%도 이 회사의 몫이다. 자동문에 들어가는 전동 모터의 95%를 에스피지가 점유하고 있다니, 이 회사는 알토란같은 전동기 시장을 사실상 움켜쥐고 있는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명품전동기=그래서일까. 달러ㆍ엔화 약세로 여타 기업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요즘도 에스피지는 170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멘스 발도ㆍ미쓰비시ㆍ니세이 같은 유수의 전동기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에스피지의 제품은 ‘명품전동기’로 통하며 외화를 쓸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중견기업의 숨은 비결은 뭘까. 인천시 남동공단에 위치한 에스피지의 본사를 둘러본 사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3개 동으로 나뉜 건물의 한 동 전체를 에스피지기술연구소가 차지하고 있다. 이 건물은 아시아 최초의 모터 전용연구소로 50여명의 박사급 인력이 전동기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중견기업의 단위연구소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규모다.


여기에 에스피지의 비약적인 첫 번째 성장비결이 숨어있다. 이 회사의 사주 이준호 부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고 효율적인 전동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때문에 투자이익의 최소 30% 이상을 매년 R&D투자로 재투입하는데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은 “연구소는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경영진의 생각이 세계 일류상품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귀띔한다.

 

◆비결은 연구개발과 품질=직원들이 말하는 에스피지의 두 번째 성공비결은 품질이다. 전동기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효율이 우선이다. 즉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제 힘을 발휘하느냐가 전동기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에스피지는 기성 기업이 기존 제품을 본 따 제품을 만들어낼 때 일본에서 설계기술을, 독일에서 생산기술을 배워 우리 기술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정상급 전동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에너지관리공단 ㆍ 전기연구원 ㆍ 한양대학교와 함께 정부 R&D과제로 수행중인 ‘프리미엄급 고효율 기어드전동기 개발 프로젝트’는 향후 에스피지 전동기의 품질을 또 한 번 도약대에 올려놓을 반석이 될 전망이다.


에스피지는 ‘R&D 연구과제는 100% 상품화한다’는 신념을 지켜 1차년도인 올해 열손실을 33%에서 17%까지 줄이는 고효율 전동기를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스피지는 아직 목마르다. 일반 전동기보다 10% 높은 고효율 전동기보다 무려 3.5% 월등한 프리미엄급 전동기를 개발하는 일이 당분간 이 회사의 목표란다.


3년간 정부 출연금 13억원, 회사 자체부담금 4억6000만원이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기존 고효율 전동기 소비전력을 3.5% 가량 더 끌어내린 프리미엄급 전동기가 탄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900여억원의 에너지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적은 돈을 들여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그래서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거대 연구개발에 비할 것이 아니란 임직원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더욱이 효율이 높아질수록 체적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전동기의 구조적 한계를 에스피지는 스스로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크기는 일반 전동기 수준으로 줄이고 가격은 고효율 전동기 수준으로 맞춘 프리미엄급 전동기가 출시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급 전동기의 수출기대 효과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당장 내년에만 100억원 정도의 추가 매출이 기대되고, 향후 2000억~3000억원까지 시장점령을 기대해 볼만 하단다. 강산이 세 번 변했을 34년간 오로지 전동기 한 분야에 한눈팔지 않고 장인정신을 쏟아 온 기업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 인터뷰/ 여영래 상무이사 ㆍ 기술개발본부장 ]

우리의 저력은 사람…기술투자 ㆍ 인력양성 아끼지 않을 터

 

“앞으로 미래 직업 중 가장 비전이 훌륭한 분야는 에너지와 환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스피지는 미래는 무한하다.”

여영래(44) 상무는 전동기야말로 에너지 절감이란 시대적 요구에 맞아떨어진 미래산업으로 자신한다.
의료기구와 사무기기, 실버ㆍ장애인 산업에서부터 첨단 ITㆍ로봇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한 전동기는 존재한다”는 것이 여상무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에스피지를 일본의 파낙(FANUC) 같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에스피지의 핵심 브레인인 여상무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미래를 예측하는 탁월한 안목을 발휘하며 수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2004년 신기술부문의 국무총리상, 지난해 전기학회의 장병찬 기술상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여상무는 “에스피지의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평균 10~15년을 회사와 함께 성장한 인력들이 전동기 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동력’이라고 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투자하는 돈을 아끼지 않고 아시아 최초의 전문연구소를 세운 이유도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라고 했다.
에스피지는 입사 3년차에 해외지사로 파견을 보내고 대기업 못지않은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한데, 기술 인력에 대한 조건 없는 투자만이 기업의 경쟁력이란 경영진의 마인드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에스피지는 전동기업계에서 ‘모터 사관학교’로 통한다고 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엔지니어들이 일자리를 잃을 즈음 동 기업의 직원들은 다기능을 체득한 유능한 전문가로 거듭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보다 나은 훌륭한 후배를 양성하는 일이 가장 큰 목표”라며 “엔지니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폭넓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지원하는 일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기술을 고수하며 독불장군식으로 생존하겠다는 것은 엔지니어의 자세가 아니며, 후배를 얼마나 양성하느냐가 진정한 엔지니어의 갈 길이란 게 그의 철학이다.
“우리 회사의 뿌리는 엔지니어다. 에스피지하면 전동기 외에도 제어, 서버, 설계해석의 전문가집단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도록 인재를 키워나갈 생각이다.”
에스피지를 세계 모터의 표준을 만드는 싱크탱크로 성장시키겠다며 여상무가 은밀하게 공개한 전략이다.

 

<회사소개>에스피지는…

1991년 명진전자란 사명으로 설립돼 교류/직류(AC/DC) 기어드모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4년 스탠다드 기어드 모터를 생산해냈고 (주)성신정공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6년 EM, UL, CE 등의 각국 인증마크를 받았으며 1998년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2000년 현재의 상호 (주)에스피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1년에는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이듬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2002년 코스닥에 등록됐으며 NT마크와 함께 신기술유공기업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세계일류상품에도 선정됐다.
2003년 제2공장을 신축하고 그 해말 미주지역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2004년 중국현지법인을 세우며 1000만달러 수출의 탑까지 세웠다. 현재 산업자원부 선정 프리미엄 고효율 전동기 R&D을 수행 중에 있다. 세계 최대 소형기어드 모터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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