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탈탄소와 무대응, 무엇이 더 손해일까
[칼럼]  탈탄소와 무대응, 무엇이 더 손해일까
  • 고은
  • 승인 2022.01.24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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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CSO(기후전문가)
▲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CSO(기후전문가)
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CSO
(기후전문가)

[이투뉴스 칼럼 / 고은]  작년 한해는 정말이지 우리 산업계를 뒤흔들 만한 국내외 기후 규제 돌풍이 부는 한해였다. 탄소중립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법제화되었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하겠다는 목표가 국제사회에 공표되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 발표, 미국 민주당의 탄소국경세 발의, 금감원의 기후 리스크 관리 지침 발간 등 정말 산업계가 화들짝 놀랄 만한 상황이 내리 벌어졌다. 

주요 대기업은 탄소중립 선언을 서둘러 마친 상황이다. 저마다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할 거라 발표한 후 광고나 기사 등을 통해 얼마나 친환경 기업인지 보여주느라 바쁘다. ‘출퇴근 탄소배출량까지 감축한다’, ‘블루수소를 통해 탄소중립사회를 주도한다’ 등의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찬찬히 뜯어보면 투자자와 소비자를 현혹할 만한 얕은 행보와 그린워싱이 난무하다. 출퇴근 탄소배출량은 기업 생산공정 상의 배출량에 비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준으로, 이를 감축한다고 나서는 것은 기업의 몸통은 가만히 두고 개인 근로자들을 닦달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액션이다. 블루수소는 탄소포집기술이 상용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로, 지금 블루수소를 이야기하는 정부와 기업들은 사실상 LNG를 개질한 그레이수소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에너지 변환 손실과 배출량을 따져보았을 때 그레이수소는 LNG보다 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레이수소가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요란스럽게 탄소중립을 외치는 와중에도, 실제로 변화가 있어야 할 공정 전환은 너무 느리거나 매우 미온적이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철 이전의 중간단계로 전기로와 직접환원철 공정 도입이 시급하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재활용 혹은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이 시급한데, 국내는 제대로 상용화된 곳조차 없다. 반도체업계는 K-반도체 벨트 조성 등 생산량을 확장하겠다는 말만 무성하고 그와 덩달아 급증할 전력 소비로 인한 간접배출과 불화가스 배출에 대해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기업들은 성급한 탄소중립으로의 이행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을 것이라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게 빚이라도 진 것 마냥 막대한 비용에 대한 지원만 앵무새처럼 주장하고 있다. 

탈탄소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사단법인 넥스트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산업계의 전환비용을 추산한 결과, 2022~2050년까지 연평균 7.7조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언뜻 보면 막대한 숫자다. 그런데 2019년 실제 우리나라 산업별 유형자산 투자액을 살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은 33.7조원, 정유·석유화학은 18.7조원, 철강업종은 5조원 등, 광업 및 제조업 전체 투자는 100조원에 달한다. 7.7조원은 늘 하던 투자액의 8%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업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기후 위기 대응에 평소 지출의 8%를 할애하는 것이 그렇게 아까운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경쟁력 방어가 되는 것일까? 국내외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일제히 상향하고 내연기관차, 석유계 플라스틱 등 다배출 상품 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2030년에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 예상되던 탄소가격은 이미 EU에서는 90달러에 달했다. 사단법인 넥스트에서 추산한 대로라면 철강업계는 상승하는 탄소 가격과 탄소국경조정세로 인해 2030년 영업이익률이 현 수준 대비 24%p 하락하며 반도체 업종은 RE100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2030년 매출의 15% 이상이 감소한다. 금융 쪽 기후 리스크,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점유율 축소, 투자자들 사이의 평판 등 정량화할 수 없는 영향도까지 다 합쳐보자. 정말 무대응이 덜 손해인 걸까?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빗대어 냄비 안의 개구리라고 말을 많이 한다. 지난 6년간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3번 상향됐고, 이마저도 국제사회에서는 상향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의 굴뚝이라 여겨지던 중국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금지, 철강 생산량 축소, 내연기관차의 빠른 퇴출 등 선진국보다 더 급진적이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시작하였다. 정말 이 상황이 과연 냄비 속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상황인가? 물이 곧 끓어 넘치기 직전인데 산업계는 변화를 마냥 눈 가리고 거부하고만 있는 것 같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기업의 결정은 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곤 했다. 지금은 정말 아닌 것 같아도, 정말 손해인 것 같아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의사결정자라면 탈탄소는 사실상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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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2022-01-25 09:29:35
지당한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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