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부지 활용해 상품 전시·판매
공단 주변에선 굴착기, 강남 한복판엔 소형 전기차

▲인천 남동구 HD현대오일뱅크 광장셀프주유소.
▲인천 남동구 HD현대오일뱅크 광장셀프주유소.

[이투뉴스] "웬 굴착기냐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진지한 문의로까지 이어진다."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남동IC로 빠져나오는 초입의 한 주유소.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임에도 차량들이 바쁘게 드나든다. 직원 2명이 밖에 나와 차량을 부지런히 안내하고 있다. 바로 옆 세차장에도 SUV 몇대가 줄을 서 있다. 세차장은 되레 주유소 부지보다 더 넓다.

이들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 검주황빛 거대한 쇠붙이가 있다. 당장이라도 굉음을 내며 어디론가 돌진할 것만 같다. 미니 굴착기를 판매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광장셀프주유소' 모습이다. 

이 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 직영 가운데 매출 상위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하루에만 1800~2000대가 방문한다. 우선 남동IC 입구에 있어 주변을 오가는 차량 자체가 많다. 코앞에는 국가산업단지 남동인더스파크(구 남동산단)가 있고, 3km 인근에는 인천종합터미널도 있다. 유동 대형차가 많기 때문에 이곳은 휘발유보다 경유를 더 많이 판매한다. 대형 화물차 일 유입량은 20~30대다. 

장사가 잘 되는 덕에 셀프주유소임에도 직원이 6명이나 된다. 게다가 요 근래 보기 힘든 24시간 운영 주유소다. 하룻밤새 40드럼 가량을 판매한다고 한다. 김성진 광장셀프주유소 소장은 "어지간한 다른 주유소 하루 판매량을 여기선 밤에 해치운다"며 웃었다. 

이곳 주유소 전체 부지는 600여평. 수도권에 위치한 주유소치고는 부지가 넓은 편에 속한다. 굴착기를 판매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광장셀프주유소에는 같은 계열사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DEVELON)' 굴착기를 판매하고 있다. '디벨론'은 올 1월 현대인프라코어가 선보인 건설장비 브랜드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인프라코어는 판매채널을 확대할 수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중개 수수료 수익을 취할 수 있다. 현장에서 구매상담부터 계약까지 전부 가능하다. 

이 굴착기는 3톤 정도의 미니 굴착기다. 건설·토목 현장에서 사용되는 중대형 굴착기와 달리 농가·과수원 등에서 널리 쓰일 수 있다. 김 소장은 "실제 공단에서도 문의가 오지만 주변 농가에서 연락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미니 굴착기는 객토(客土)작업, 수도공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의는 주유소에"
▲"문의는 주유소에."

이번엔 반대로 서울 시내 한복판 주유소. 2호선 교대역과 강남역 사이에 있는 서초제일주유소다. 아파트 단지와 중학교, 대학교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유동고객보다는 단골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차응식 서초제일주유소 소장은 "주유소를 찾는 방문객 대부분은 인근 주민"이라면서 "어르신이나 여성차주도 많고 고가의 차도 많이 온다. 그래서 이곳 주유소는 셀프가 아닌 직접 기름을 넣어 주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방문차량도 승용차가 주를 이룬다. 이곳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비율은 7대 3 수준으로 휘발유가 배는 더 많다. 유류탱크 역시 휘발유 것이 훨씬 크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현대오일뱅크는 전기차를 판매상품으로 내걸었다. 특히 크기가 작은 초소형 전기차에 주목했다. 교통정체가 심하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지역 특성을 십분 살리겠다는 의도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 쎄보모빌리티와 제휴를 맺고 이곳에 '쎄보C'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쎄보C'는 길이 243cm, 높 155cm의 초소형 2인용 전기차다. 220V에서 4시간이면 완충 가능하며 75km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간당 80km에 달한다. 

주유소는 판매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제조사는 실제 차량에 관심이 많은 이를 대상으로 홍보를 직접 할 수 있다. 양사가 서로 윈윈인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주유소 플랫폼, 특히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미니 굴착기는 인천·광주·안성·충주 4개 직영주유소에서, 초소형 전기차는 서울·울산·인천 등 5개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전국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다른 상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제일주유소. 주유소 정면에 초소형 전기차 '쎄보C'가 전시돼 있다.
▲서울 서초제일주유소. 주유소 정면에 초소형 전기차 '쎄보C'가 전시돼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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