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로스먼 코너스톤은 "가격급등 가능성 없어"

[이투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전세계 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이 소요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세계 석유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마스 무장세력이 7일 이스라엘 민간 지역을 공격한 후 9일 월요일 미국과 세계 석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약 4% 상승한 86달러에 거래됐다. S&P글로벌에 따르면, 10일 오전 원유가는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OPEC+의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 시장의 균형을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을 거듭 강조하며 가격 상승이 억제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사상 최고 원유 생산량을 기록하며 세계 시장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인 원유 공급 경색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데 도움이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루 30만 배럴 이하의 정유공장 두 곳만을 보유한 소형 산유국이지만, 주요 산유국인 다른 중동 국가들이 인근에 위치한 만큼 그 파급력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들은 하마스의 주요 자금 지원국인 이란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1년 OPEC에서 5위, 2020년 세계 3위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산유국이다. 

이란은 이번 공격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군 관계자들이 하마스 공격 계획과 조정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하마스에 오랫동안 자금과 훈련을 제공하는 등 광범위하게 공모한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는데 이란이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앨런 겔더 우드맥켄지 석유시장부 부사장은 투자자들에게 이번 사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주요 석유 수출국이 모여있는 중동 국가들이 개입할 경우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갈등이 확대될 경우 가장 즉각적인 영향으로 미국이 이란을 더 엄격하게 규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글로벌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물론 중동 전역의 인프라에 미칠 잠재적인 위험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인 하루 50만 배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분쟁 전부터 세계 석유 공급이 빠듯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영향도 세계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 증권사는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현재 글로벌 석유 생산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지만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을 엄격히 시행하거나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산될 경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1800만 배럴의 원유가 수송되는 핵심 공급 루트다.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이란의 산유량이 하루 70만 배럴 급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우선시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면서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가했다. 8월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200만 배럴을 넘어섰고, 매년 70만 배럴씩 증가할 예정이다. 올해 이란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급 증가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정보 제공업체인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 하안 석유 분석 책임자는 “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중동의 혼란에 나타나는 자동 반응이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이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것이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원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중동에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는 주요 산유국이 아니라고 EIA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다. 

기브칼 리서치 연구소의 찰스 기브트 대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이번 분쟁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1973년 욤키푸르 전쟁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승리하자 중동의 석유 수출국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국가들에 대해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는 대응한 바 있다.  

기브트 대표는 "당시 유가가 네 배 이상 치솟아 서방 국가에 엄청난 인플레이션 물결을 일으켰다"며 "오늘날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이 간신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서 역내 석유 생산, 가공 또는 운송을 표적으로 삼아 석유 공급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스먼 코너스톤 애널리틱스 대표는 이번에는 가격이 극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OPEC의 많은 회원국들은 석유 소비대국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진행된 73년 금수조치는 큰 실수였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제1부총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더 크게 번질경우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키고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수요의 1%를 감산해 유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한 협정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갈등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공급 삭감 조치를 지속할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이 가격 인상을 위해 12월까지 공동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연말까지 전 세계 수요의 1%가 넘는 하루 13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의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및 국제 협력국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최대 석유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 산유국이다. EIA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은 1990만 배럴을 소비하면서 하루 20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9월 30일 기준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12개월 동안 하루 80만 배럴 가량 증가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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