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한 조합구축이 최우선 과제…‘유통大道’ 건설로 아시아 석권”

최근 더욱 가중되는 에너지난 속에서 동절기 막대한 에너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화훼농가들은 그 규모를 막론하고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어려움이 처한 화훼농가를 보호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강성해 한국화훼농협 조합장을 만나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현주소와 대책을 들어봤다.

 

대책없는 에너지난에 화훼농가 ‘탄식’

 

“최근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훼농가들의 에너지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동절기 에너지 비용의 급상승으로 농가의 약 60%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면세유와 연탄 공급 확대를 비롯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부채로 몰락하는 화훼농가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다.”

 

강조합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에너지난에 빠져 있는 화훼농가의 고충을 풀어놓았다. 그는 최근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화훼농가들의 에너지난을 해결하고자 농림부와 산자부 등 정부부처와 관계기관을 동분서주하며 해법 모색에 몰두하고 있다. 동절기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조합원의 절반이상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에너지 문제 해결은 어떤 조합 업무보다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사계절 22℃도 내외의 적정 온도를 상시 유지해야 하는 화훼산업의 특성상 동절기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배정되는 면세유는 점점 줄기만 하고 연탄은 산자부의 ‘연탄가격 현실화 방침’으로 수년 내에 두세 배로 뛸 예정이다. 인천 일부 농가에서는 면세유 대신 저렴한 벙커C유를 사용하다가 검찰에 적발돼 131명이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난에 대한 강 조합장의 탄식은 보기보다 매우 심각했다. 특히 매출이 적은 중소 규모의 농가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이것은 5년 전에 비해 제품가격은 그대로인데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관리비는 급상승하고 있어 부가가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벙커C유 규제만 말고 양성화해야

 

화훼농가의 총체적인 에너지난에 대해 강 조합장은 대안으로 ▲벙커C유 양성화 ▲연탄가격 현실화 유보 ▲태양열 시스템 도입 등을 내세웠다.
강 조합장은 “한겨울에도 22℃를 유지해야 하는 화훼산업의 특성상 정부가 공급해 주는 면세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일부 농가에서 생계차원에서 음성적으로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해방지시설 설치를 전제로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양성화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가슴 아픈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또 “화훼농가 입장에서는 산자부의 ‘연탄가격 현실화 방침’이 불가피하다면 향후 3~4년간은 유보해 주어야 한다”며 “이미 투자된 연탄설비를 몇 년 동안은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후에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농림부에 대해서도 “네덜란드와 같은 화훼 선진국의 비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현재 ‘과수화훼과’로 통합되어 있는 화훼과를 확대 신설해 선진 화훼농정을 적극 펼쳐야 한다”며 “2명의 직원이 1만 3000여 농가의 화훼관련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강한 조합 건설에 주력할 터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부강한 국가가 있어야 하듯이 조합이 부강해야 조합원들이 잘 살 수 있다는 게 강성해 조합장의 신념이다. 힘없고 빈약한 조합으로서는 조합원들을 대변하기는커녕 조합 살림을 꾸려가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조합장은 지난 2005년 취임 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흑자로 전환하고 부강한 조합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 2004년 17억원 적자였던 조합을 취임 1년 만에 1억7000만원 흑자로 바꾸고 올해에는 약 10억원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관엽 경매사업을 전년대비 30%나 성장시켰다. 난 경매사업은 15%, 신용사업은 29%나 성장시켜 조합업적평가에서 종합2위를 차지해 농협 내에서도 각별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부강한 조합을 만드는 게 필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취임 후 조합의 흑자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정진한 결과 올해 약 10억원 흑자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합 정상화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바람만큼 농가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흑자달성 비결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익구조 개선 등 경영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과 한국을 대표하는 화훼조합을 만들자는 비전에 대해 조합원과 임직원들이 동참해 준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통 경쟁력이 화훼산업을 좌우할 것

 

강성해 조합장이 오늘날 화훼산업의 선봉장에 이르기까지는 속 깊은 사연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 후반 농업계 공직생활 당시 그럴듯한 매뉴얼조차 없는 화훼산업의 현실이 안타까워 직접 하우스를 만들어 시험 연구까지 했던 그였다. 이후 경기도 농업기술원 화훼계장 시절 네덜란드 국제온실과정을 연수를 통해 ‘한국을 아시아의 네덜란드로 만들어 보자’는 비전을 품은 그는 안락한 공무원 생활을 과감히 접고 화훼산업에 젊음을 던졌다.

“네덜란드는 농업부문에서 화훼산업이 거의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라고 못하란 법은 없지 않는가.”

강 조합장의 말에는 현재 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다. 한국인의 끈기와 저력이라면 아시아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까지 노려볼만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임하자마자 ‘경기화훼농협’에서 ‘한국화훼농협’으로 개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노력없이 안주한다면 중국에 발목을 잡힐 것이 자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조합장은 “향후 아시아의 화훼산업 경쟁력은 생산보다는 결국 유통 싸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국내시장은 협소해 해외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를 넘어 인도까지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럽에서 네덜란드가 화훼산업을 제패했듯이 우리나라가 아시아 화훼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 나아가 정책적인 뒷받침만 충분히 된다면 세계시장 제패도 가능하다”며 “이것이 나의 꿈이자 목표”라고 다짐했다.

 

<특별취재팀=장익창.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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