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는 물론 한반도 안정·번영 기여

안영훈 한국가스기술공사 플랜트사업단장

[이투뉴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최고의 이슈는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남북 간, 북미 간 화해무드와 이를 통한 세계정세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일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불어 닥칠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시대를 꿈꾸어 오던 에너지 분야는 이의 현실화에 대한 화두가 더욱 뜨겁다.

우리나라 과거 역대 정부들은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꾸준하게 구상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 정책 비전과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 정부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두고 위원회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등 여건 조성 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은 각국 간 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차질 없는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산업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수립된 전력수급계획 기본방향은 안정성과 경제성 중심의 기존 기조에 더하여 환경과 국민안전까지 고려한 정책 조화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 구성을 위하여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비중에 대한 확대가 기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상변화에 따른 태양광의 경우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LNG발전의 기여도는 그만큼 커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뒷받침하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도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천연가스 도입선에 대한 다변화 추진의 관점에서 현재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 함께 PNG 도입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알아본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시사점

지난해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의 주요 골자를 보면 수요전망의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고, 설비계획 관점에서 원전 및 석탄화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며 신재생 및 LNG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정격용량 기준, 연도별 전원구성을 보면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경우 지난해 각각 19.3% 31.6%에서 2031년 각각 11.7% 22.9%로 축소되지만, 신재생의 경우 20179.7%에서 203133.6%, LNG의 경우 31.9%에서 27.2%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피크기여도 기준, 연도별 전원구성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자연조건 등에 따른 근원적 종속성 때문에 2031년에도 7.1% 밖에 차지하지 못하므로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감소분을 LNG발전이 감당하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2031LNG발전의 피크기여도 비중은 38.4%로 전원구성 중 최대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 4월 확정된 제13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천연가스 도입과 관련하여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산출된 LNG발전량 등에 따른 필요물량의 선제적 획득과 주요 LNG수요국과의 협력 등을 통한 중장기계약 도입조건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또 경제성, 공급안정성 등을 고려한 도입 포트폴리오 개선도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공급설비 확충과 관련하여 2023년까지 주배관 586km를 추가 건설하게 되면 천연가스 주배관망은 총 5376km가 되고, 2021년까지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 중 216곳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할 때 최근의 북미 간 화해무드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변화와 함께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프로젝트 및 기존 운영 중인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간의 천연가스 배관망 등은 PNG 도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사업 수행 경과 및 현황

- 러시아 사하 가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사하 가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은 1994년 말부터 19958월까지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러시아 사라토프에 위치한 VNIPIgazdobycha사에 각 분야별 전문기술자를 파견하며 진행됐다.

당시 기본 안에 따른 총 배관길이는 가스전이 있는 샤얀디안에서 두만강 하류의 러시아와 북한 국경에 인접한 핫산까지 약 4383km, 이 중 영구동토구간은 약 2514km이며, 배관 공칭 직경은 3000km구간이 1420mm, 나머지 구간이 1220mm, 기준 운전압력은 7.4 MPa, 설계유량은 약 연간 32 BCM(연간 320억 입방미터)이다.

장거리 배관의 압력손실을 보상하기 위하여 약 150km마다 모두 29개소의 승압기지(컴프레서 스테이션)를 설치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며, 영구동토지역의 경우 승압 후 동토지반 안정성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총 11개소의 칠링 스테이션(Chilling Station)도 고려됐다. 이런 기본 안 이외에 가스전 근처의 선타르 지역을 경유하는 2안과 인구밀집 지역은 거의 없지만 BAM 철도(Baikal-Amur Mainline)를 따르는 장거리 구간이 포함된 3안 등으로 검토됐다.

북한을 경유할 때 2~4개의 승압기지가 필요하지만 기술적 문제 등을 고려하여 하산 지역에서 10 MPa로 승압하여 북한 지역 내 승압기지 설치를 배제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또한 하산에서 한국 남해안까지의 경로는 남북한의 동해안을 경유하는 1, 북한의 동해안을 거친 후 원산에서 진주로 이어지는 2, 하산 인근에서 액화플랜트를 거친 후 남한, 일본, 대만으로 LNG를 운반하는 3, 하산에서 중국을 경유, 산둥 반도 끝단의 롱청(榮成)에서 액화하여 LNG로 운반하는 4, 그리고 4안의 롱청에서 해저배관을 통해 서해안을 통과하는 5안 등이 검토됐다. 당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장거리 영구 동토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점과 인프라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었으나, 파이프라인이 몽골 등 제3국을 통과하지 않음에 따른 통과료 문제가 없다는 점과 향후 사할린 프로젝트와의 연계성 등의 장점도 인지된 바 있다

- 러시아 이르쿠츠크 PNG 타당성조사

이르쿠츠크 PNG 타당성조사는 한국가스기술공사를 포함한 한··러 실무그룹에서 200011월부터 2003년 말까지 진행됐다. 중국 국경에서 한국 영토까지의 기본노선으로서 이스턴 루트 2개 노선, 웨스턴 루트 1개 노선이 검토됐다. 그 중 1노선은 중국 다롄(大連)을 경유하여 서해 해저배관을 거쳐 평택에 이르는 노선, 2노선은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을 경유하는 노선, 3노선은 중국 산둥반도 끝단의 롱청을 경유하여 서해 해저배관을 통과하여 평택에 이르는 노선이다. 운전압력으로서는 8.4MPa 등 네 가지 경우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러시아 및 중국 측 검토 노선 중 동부노선은 이르쿠츠크 북방 400km에 위치한 코빅타 가스전으로부터 이르쿠츠크, 만주리(滿洲里), 선양(瀋陽), 다롄에 이르는 노선, 서부노선은 몽골을 통과하여 베이징을 경유하는 노선이다. 중국 국경부터 국내시설 분야의 3개 노선 중에서는 롱청-평택 간의 제3노선이 최적으로 검토되었으나 이 경우에는 중국 측의 대량 소비지역을 통과함에 따른 변수가 검토사항이었다. 다시 말하면 중국과 러시아 간의 천연가스 도입단가에 대한 쟁점 이외에 중국 측의 대량 소비를 고려할 때 코빅타 가스전과 사하 공화국의 가스전과의 연계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Power of Siberia 및 사할린 파이프라인

종전 야쿠츠-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톡 파이프라인으로 불리던 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은 가스전인 코빅틴스코이와 샤얀딘스코이를 연결한 후 사하공화국 지역을 통과하고 아무르 지역의 스코보로디노를 경유한다. 이어 블라고베첸스크에서 아무르 강을 건너 중국 측 헤이허(黑河) 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공칭 직경 1420mm, 3000km 이상의 배관으로서, 총 예상 투자비 550억 달러에 2019년 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추후 하바로프스크까지 연장되면 현재 운영 중인 사할린-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톡 파이프라인과 연결될 예정다.

사할린-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톡 파이프라인은 사할린 가스전의 천연가스를 러시아 극동지방의 대도시 지역과 산업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추후 중국, 한국 및 일본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하여 2011년까지 건설된 총 연장 1822km, 설계유량 연간 5.5 BCM(연간 55억 입방미터), 운전압력 100atm (9.8MPa)의 천연가스 주배관이다. 배관 직경은 구간에 따라 사할린-콤소몰스크 구간과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톡 간의 총 1350km 구간이 1220mm, 콤소몰스크-하바로프스크 간의 472km 구간이 700mm이다. 추후 프리모르스키 지역에 액화 플랜트를 건설하여 일본으로 수출도 고려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 기술력 활용으로 사업 효율성 제고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이 필요함은 물론 이 사업을 통해 러시아 철도, 전력 등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 할 것으로 본다.

1994년부터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 한국가스기술공사는 동토지역에 대한 가스배관에 대한 다양한 기술 보유와 천연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가스기술공사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천연가스사업(PNG)에 참여하여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 및 적용하게 된다면 사전에 파악한 문제점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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