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의원, 국내 인구밀집도 등 적용한 한전 균등화 발전용역 보고서 공개

▲후쿠시마 인근 주택지역서 지난 3월 측정한 방사능 수치 ⓒ그린피스 제공
▲후쿠시마 인근 주택지역서 지난 3월 측정한 방사능 수치 ⓒ그린피스 제공

[이투뉴스] 세계적인 원전밀집도와 인구집중집도를 보이는 한국 원전에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리 원전만 2492조원 이상의 피해를 유발할 것이란 한전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한전은 한수원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기업이다.

3일 한전이 이훈 더불어민주당(서울금천)에 제출한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발생을 전제로 추산한 원전지역별 사고피해액은 울진원전 864조원, 영광원전 907조원, 월성원전 1419조원, 고리원전 2492조원 등이다.

보고서에서 한전은 국내 원전지역 인구밀집도와 GRDP(지역내 총생산)을 적용해 중대 사고비용을 계산했다.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 원가를 산출하려면 건설비와 연료비, 환경비용과 사고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체계적으로 대입해야 하는데, 원전의 경우 연료비는 에너지원중 가장 저렴한 반면 건설비용과 사고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커 이를 포함한 발전원가와 사고비용 산정은 늘 논쟁이 돼 왔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 한전은 가장 최근 원전 사고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준으로 한국원전의 중대사고 비용을 추산하고, 여기에 발생 빈도율을 감안해 원전의 발전 원가를 계산했다.

앞서 작년말 전력당국은 발전원별 균등화단가 연구용역 중간발표를 하면서 원전의 발전 원가가 2030년 되면 태양광에 근접하고 이후에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때 계산한 원전사고 비용은 방사능 오염물질의 방폐처리 비용(지역별 719조원, kwh당 23.1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원전 중대사고 시 제염만 하고 방폐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리 원전 사고 시 인근 30km의 부산시 일부를 러시아 체르노빌 같이 방치한다는 얘기와 같다. 방폐비용(kwh당 23.1원)을 반영할 경우 원전의 발전 단가는 현재 66원대에서 56.49원이 더 오른 122.5원으로 배 수준이 된다는 게 이훈 의원의 지적이다.

한국 원전의 중대사고는 인구와 발전원 밀집으로 일본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반경 30km 이내 거주 인구는 후쿠시마가 14만명, 부산 고리는 344만명으로 24배 이상 많다. 여기에 한국은 원전밀집도가 높아 1기만 원전 사고가 발생해도 인근 원전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돼 가동을 멈춰야 하므로 광역정전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6기 원전 용량이 4.6GW, 고리원전은 9기(건설중 3기) 약10GW이다.

하지만 이번 한전 용역에서는 2차 원전사고 피해금액은 따로 산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실제 사고 피해액은 한전 추산치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원자력계는 한국형 경수로는 일본 비등수형과 원자로 노형 자체가 달라 유사사고 발생 확률이 크게 낮다고 주장해 왔다.

원전 사고 피해액을 천문학적으로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1년 에워스 독일 베를린공대 의장과 렌닝 유럽경제연구센터 박사가 공동연구한 보고서는 원전사고 시 피해액을 최저 4900조원에서 최대 1경1281조원으로 추산했다. 또 2011년 독일 연방 재생에너지 기관 Versicherung. Leipzig는 피해액을 8017조원으로 예상했다. 

이훈 의원은 “한전의 연구용역 결과는 원전사고에 대한 경종과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사회에 원전의 사회적비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원전 옹호론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정략적 이유로 포기한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어떤 파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전은 사회적비용을 감안할 때 결코 싸고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 원전사고는 예고가 없고 원전의 안전비용과 폐로비용 역시 지금 세대가 후대에 떠넘기면서 억지로 값싸다고 주장하며 사용하는 것”이라며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피할 수 없지만 정부의 보다 솔직한 고백과 우리가 짊어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면밀한 평가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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