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에기본 워킹그룹…녹색요금제 등 선택형 요금제 확대해야
‘사회적비용 반영·과세체계 공정성·에너지효율 향상’ 3대 원칙

[이투뉴스] 왜곡된 에너지 가격구조가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저해하고 있는 만큼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를 확립하고, 에너지 과세체계의 공정성과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공급비용 적기 반영과 함께 전기요금 현실화, 선택형 요금제 확대 등 정부에 전기요금 개편방안을 연내에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10일 서울 LW컨벤션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개세미나(에너지 가격 및 세제 정책 방향)’에서 3차 에기본 워킹그룹이 정부에 권고한 에너지 가격·세제 정책방향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정부는 이달 중 3차례 공개세미나를 통해 각계 전문가 검토 및 의견수렴을 거쳐 2월말 정부안을 마련한 후 늦어도 4월까지는 3차 에기본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세미나에서는 우선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에너지 가격·세제 정책의 국내외 동향’을 발표했다. 2차 에기본에서 제시한 가격 및 세제 부문 주요 정책과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우리나라와 주요국 간 요금수준 비교 등을 소개했다.

정 위원은 2차 에기본에서 에너지원 간 소비왜곡 개선을 위한 상대가격 조정과 합리적인 전력소비 유도를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선을 제기했으나, 두 가지 모두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2000년대 이후 에너지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가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원단위(동일 부가가치 생산을 위한 에너지사용량)도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낮은 전력요금으로 인한 전력전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가정부문 에너지원별 소비 변화율을 보면 2000년부터 2017년 동안 석유는 62% 감소한 반면 전력은 79%, 도시가스는 42% 증가했다. 상업부문 역시 석유는 42% 줄었으나 전력은 139%, 도시가스 124% 늘었다.

▲왜곡한 에너지 가격구조가 과도한 전기화 등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막고 있는 만큼 사회적 비용과 원가구조가 적기에 반영되는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3차 에기본 2번째 공개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왜곡한 에너지 가격구조가 과도한 전기화 등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막고 있는 만큼 사회적 비용과 원가구조가 적기에 반영되는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3차 에기본 2번째 공개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으로 합리적 소비 저해
‘3차 에기본 WG 권고안과 가격·세제 정책방향’을 발표한 유승훈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가격은 사회적 비용이 가격구조에 적기 반영되지 않아 시장가치 기반의 소비선택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과 독점적 공급구조가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까지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하고 있으며, 낮은 과세와 적정 공급비용을 반영하지 못해 실제보다 낮아진 전기요금은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용도별로 에너지사용량의 15% 수준인 수송용에너지에 에너지세제의 80% 이상이 집중되는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바람직한 에너지 가격·세제를 위한 정책방향으로는 ▶사회적 비용(공급비용 및 환경 등 외부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 확립 ▶에너지 과세체계의 공정성·효과성 제고 ▶ 에너지 효율향상 촉진 및 국민 수용성 확보라는 3대 원칙에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전력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지역난방 열요금 조정, 천연가스 요금체계 합리화 등 공급비용의 적기반영을 통해 공급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용도별 요금체계를 공급원가에 근거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를 통한 원별 가격체계 왜곡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형 요금제를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올해 안에 수립하라는 권고도 담았다. 세부적으로 일반·산업·교육용 소비자는 계시별 요금제로 전환하고, 저압 소비자는 계절별 또는 계시별 요금제 중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 자율선택형 녹색요금제도(재생에너지 전력을 높은 가격에 구입) 도입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원별 공정한 과세체계를 위해선 발전용 유연탄과 LNG 제세부담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집단에너지용 LNG요금 신설 및 열병합발전의 사회적 편익을 고려한 과세기준을 별도로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송용 연료별 외부비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합리적 상대가격 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와 소외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LPG에 대한 감세도 요구했다.

유승훈 교수는 “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의 외부비용을 정확히 산정해 이에 비례하는 과세원칙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이 제대로 산정될 수 있도록 에너지 외부비용 평가위원회를 구성, 원별 외부비용을 주기적으로 산정·공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격·세제 개편 필수…정치논리 배제해야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참가자 대부분이 워킹그룹이 권고한 3차 에기본 에너지 가격·세제 정책방향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비용 산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사회적 비용 반영 및 전력요금 현실화 등에 대해선 과도한 전력화 초래 등 우리나라 에너지소비구조 왜곡의 근본원인인 만큼 빠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발전용 천연가스와 도시가스용 간 교차보조 해소 ▶선택형 전기요금제 도입 이후 장기적으로 실시간 요금제로 진화 필요 ▶절대적인 가격수준 보다 상대적인 가격수준 조정 시급 ▶세수확보 및 산업보호 아닌 에너지시장의 교정기능 회복 ▶에너지 관련 제세부담금 단일화 및 일원화 ▶미세먼지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의 정합성 제고 등을 추가로 주문했다.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개편방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1차나 2차 에기본 모두 에너지 가격·세제 개편목표가 항상 있었지만,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는 “무엇보다 에너지가격은 정치적인 논리보다 경제적인 논리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소망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세미나를 마쳤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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