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산 모듈 점유율 33%로 5년동안 16.9%p 증가
업계 “중국기업에만 혜택, 국내 산업생태계는 붕괴 위기”

[이투뉴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3.4%에 달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국내 태양광 확대가 자칫 국내기업보다 중국 업체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이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연간 신규설치 실적이 531MW에 불과했으나 매년 증가해 2017년에는 1362MW, 작년에는 2GW를 돌파했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태양광 관련 제조 기업들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바로 중국 기업들의 가파른 시장점유율 상승 때문이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잇속은 외국 기업들이 챙기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16.5%에 불과하던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2016년 27.3%에 이어 작년에는 33.4%(9월 기준)까지 늘었다. 중국산 모듈 점유율이 갈수록 상승하는 것은 국내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과거에는 값이 싼 만큼 저품질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효율개선이 많이 이뤄져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많은 수익을 내야 하는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도 일부 재생에너지사업자들이 개발하는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에 중국산 제품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영암(98MW)에서 추진 중인 발전소의 경우 입찰참여 예정인 주요 사업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지역주민 참여사업을 추진하는 철원(100MW)에서도 중국산 모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에 저가·저품질의 중국산 모듈이 사용된 후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으로 겪기도 했다. 업계는 가격경쟁력에만 집착, 품질검증이 완전치 않은 제품을 사용해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될 수 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태양광 시장의 영업이익이 중국 기업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외국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일각의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의 시장 침투가 단순히 기업들의 밥그릇 싸움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태양광 보급 확대는 물론 에너지 전환 자체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성적인 위기상태를 겪고 있는 국내 태양광 제조 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될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전체 기반이 흔들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태양광업계는 중국산 제품이 늘어날수록 결국 중국의 공급사슬에 국내 태양광 시장에 묶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이 이미 중국의 공급사슬 속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이나 유럽에서의 사례처럼 중국 업체들의 가격과 공급에 수익이 좌우되는 ‘차이나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의 생태계 붕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선 발전사업자와 시공업자 등이 가격만 따지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내 태양광 산업의 육성과 보호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 역시 다양한 제도적·비관세적 장벽을 활용해 국산품을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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