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過출력 사고, 안전과 효율 맞바꾼 탓"
“한빛원전 過출력 사고, 안전과 효율 맞바꾼 탓"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5.3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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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연구회, 한빛 1호기 사건평가 워크숍서 상황 재구성
▲원자력안전연구회가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에서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평가' 워크숍 갖고 사고 원인 및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박종운 동국대 교수,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원 노조지부장
▲원자력안전연구회가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에서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평가' 워크숍 갖고 사고 원인 및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박종운 동국대 교수,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원 노조지부장

[이투뉴스]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고는 두 차례의 제어봉 성능시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시험법을 과거 방식으로 바꿔 세번째 재시험을 벌이는 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능시험에 동원된 제어봉 시험법은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이유로 줄곧 활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자력안전연구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평가' 워크숍에서 "사건개요 행간에 중요사안이 다 빠져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회 등에 제출한 시간대별 상황에 따르면, 한빛 1호기는 사고발생 하루전인 지난 9일 오후 3시 원안위 임계승인을 얻어 4시간 반이 흐른 오후 7시 30분께 임계에 도달한다.

문제의 제어봉 성능시험이 시작된 건 이튿날 오전 3시부터다. 그로부터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한 오전 10시 32시까지 7시간 30여분간 모두 세차례에 걸쳐 성능시험이 이뤄졌다는 게 연구회가 파악한 당일 행적이다. 

그런데 이중 최초 두 번의 제어봉 성능시험에서 연속해 차질이 발생했다. 

동적제어봉제어능 측정법으로 불리는 이 시험법은 다수제어봉 동시구동으로 시험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나 정확도가 기존 방식보다 낮고 이번처럼 연거푸 시험에 실패하면 기존 제어봉교환법을 써야한다.

앞서 원전업계는 원전이용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어능 측정법처럼 정비기간이 최소화 되는 방안에 골몰해 왔다. 1990년대에는 불시정지를 방지할 목적으로 기존 안전장치나 정지신호를 삭제하기도 했다고 한다.

새 시험법 역시 제어봉마다 일일이 붕소를 주입하는 기존방법 대신 제어봉 삽입·인출 후 중성자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성능시험 소요시간을 대폭 단축한 게 특징.

하지만 이 시험법에 익숙해진 운전원들은 두 번의 시험실패 후 기존 제어봉교환법으로 시험방식을 전환하면서 결정적 실수를 하고 만다.

함께 움직이는 8개 묶음 제어봉 중 1개에서 12칸(STEP)이상의 편차(고장)가 났음에도, 그대로 제어봉을 들어올려 출력 급상승 사태를 자초했다. 반응값 계산 오류 배경, 임계상태 미확인 사유 등은 아직 베일속이다.

한병섭 소장은 비용이나 효율을 우선 시하는 원자력계 문화가 이번 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다.

한 소장은 "두 번이나 시험하면서 밤을 새 과로로 판단력이 부재한 가운데 시험방법을 옛 방식으로 바꾸면서 미임계조치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잊고 (제어봉을)뽑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정비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시험일정과 운전원을 오판에 이르게 한 여건도 큰 실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정비는 충분한 여유를 갖고 해야하는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새로운 시험법을 쓰는 과정에 뇌관을 제거하지 않는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사고의 핵심은 효율을 위해 안전을 포기하고, 그런 행위를 여전히 허용하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이에 대한 개선사항으로 운전원 교육강화, 원자로 주제어실 CCTV 설치 및 녹음, 정비기간 단축을 위해 안전을 침해하는 관행 제거, 불시정지 방지 목적 정지신호 삭제 원상복귀 등을 제시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겨냥, "사건축소에만 급급하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안전제어 전문가인 박 교수에 의하면, 보조급수펌프는 정상운전 범위를 벗어나는 심각한 상황에서만 작동한다. 또 한수원이 해명 시 운운한 열출력은 원자로 출력이 상승한 뒤 일정시차를 두고 상승해 상황판단 기준으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 

특히 원전은 출력이 낮을 때 제어봉의 반응도가 커 제어봉 조작은 규정을 숙지한 후 반드시 자격을 갖춘자가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 때 한수원은 열출력 제한치 5%가 3배 이상 초과됐음에도 10시간 이상 원자로 정지를 지체했고, 무자격자에 의해 제어봉 조작이 이뤄졌다.

박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체르노빌처럼 진행되느냐 마냐가 아니라 사건당시 한수원과 원안위 모두 규정을 몰라 10시간이나 우왕좌왕 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간단한 사건도 제대로 처리못하는데, 만약 중대사고였다면 어떠했겠는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원전현장 원안위 주재원의 일상검사 및 현장주재 법적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군현 전국공공전문노조 원자력안전기술원 지부장은 "원전운영 상황을 일상적으로 규제기관에서 감시하도록 법제화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확대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을 원안위에서 독립시키거나 대등화하여 진짜 전문가들이 소신껏 충분히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원전안전은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따르면 된다. 이번 한빛 1호기 사건도 기술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규제기관이 감시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한병섭 소장이 한빛 1호기 사고개요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한병섭 소장이 한빛 1호기 사고개요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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