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이후 미준수로 가스공사 누적 미수금 1조원 넘어
‘윗선(?)의 묵시적 압박’說 … 2012년 미수금 사태 재연 우려

[이투뉴스] 지난 수년간 도시가스 경쟁력을 떨어트리며 시장에서 혼란을 일으켰던 정부의 원료비연동제 미준수가 또 다시 1년 가까이 이어져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이대로라면 2008MB정부에서 공공요금 동결조치에 따라 2012년 말 기준 미수금이 55000억원에 이르자 2013년부터 한꺼번에 도시가스요금에 정산단가를 부과해 201710월 겨우 마무리됐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7월부터 원료비연동제가 원칙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원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누적된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 미수금이 1분기에만 6000억원에 이르고, 5월까지는 약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가스공사 미수금이 쌓이는 이유가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의 실무적 판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인 윗선(?)의 공공요금 동결기조에 따른 묵시적 압박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원료비연동제 미준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MB정부의 데자뷰인 셈이다.

지난해 초 당시 산업부 차관인 이인호 차관이 도시가스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수년 간 원료비연동제를 제때 실시하지 않아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던 도시가스요금 미수금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다짐이 허언(虛言)이 된 셈이다. 이를 위해 도시가스요금 구조개편에 나선 행보도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다.

도시가스요금 원료비연동제는 도시가스 요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료비 항목을 도매요금에 연동시켜 조정하는 제도다. 국제유가나 환율 등 LNG도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해 매 홀수월마다 원료비를 산정한 후 ±3%를 초과하는 변동요인이 있을 때 요금을 조정하게 된다. 국제적인 LNG계약 관행 상 평균 4개월 전 국제유가가 국내요금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가스요금 원료비연동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원료비 조정은 기준원료비를 ±3% 초과해 변동된 경우 산정원료비가 새로운 기준원료비가 되며, 요금 상 원료비는 기준원료비에 미수금 정산단가를 가감해 이뤄진다. 산정원료비는 조정일(n) 기준으로 n-1월의 LNG기준유가와 n-26영업일에서 n-15영업일까지 기간의 최초 고시 평균매매기준환율을 적용해 산출하게 된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이에 의거한 요금조정안을 시행일 전월 17일까지 산업부장관에게 보고하고, 산업부장관으로부터 시행일 전월 26일까지 요금조정안에 대한 별도의 의견이 없는 경우 자동조정된 것으로 보며, 조정된 요금표를 시행일 전일까지 시·도지사 및 도시가스사업자에게 통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원료비 손익정산의 경우 1년 단위로 시행하며, 전년 4분기부터 당해년 3분기까지 발생한 원료비 손익을 차기년도 5월부터 차차기년도 4월까지의 원료비에 가감 적용하고, FOB 수송비정산은 전년 1~12월 까지 발생한 FOB 수송비 손익을 차기년도 FOB 수송비에 가감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정산단가는 당해연도 원료비 손익을 수급계획 상 차기년도 5월부터 차차기년도 4월까지의 도시가스용 판매물량으로 나눠 산정토록 했다.

발전용은 연동제 시행용도별 간극 심화로 시장 왜곡

하지만 이 모든 시행지침은 지난 1년 간 또 다시 말뿐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지켜진 게 없는 것이다.

특히 발전용에 대해서는 매월 국제유가와 환율을 적용한 원료비연동제를 시행하면서 도시가스용은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괴리가 크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용과 발전용 원료비연동제 적용현황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집단에너지용을 포함한 발전용은 매월 원료비연동제가 시행돼 도매요금이 조정됐다. 지난해 1441.47원에서 2503.52, 3500.37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4494.05원으로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5514.36, 6517.63, 7523.41, 8560.93, 9576.25, 10602.31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후 11577.18, 12579.73원에 이어 올해 1566.78, 2596.53원과 3~4월에 570.95원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용은 지난해 1461.80, 5482.98원에 이어 7507.96원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이에 따른 도시가스용과 발전용의 원료비 차이는 지난해 1월 도시가스용이 발전용보다 20.33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이후 2월부터 6월까지 30~40원대 마이너스 수치를 이어갔다. 7월 도시가스용이 조정되면서 당해월에 15.45원으로 간극이 다소 줄었으나 이후 8월부터 다시 간극이 벌어져 50~90원대까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료비연동제 미준수에 따른 가격경쟁력 왜곡은 원료비 미수금 현황에서 잘 나타난다. 20083월부터 201010월까지 연동제가 유보되면서 누적된 미수금은 201255356억원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20132월부터 20146월까지 48.65, 20147월부터 20152월까지 52.81, 20153월부터 4월까지 64.39, 20155월부터 87.92원의 정산단가를 부과해 201710월에야 겨우 미수금 회수를 완료했다.

이 같은 원료비연동제 유보와 그에 따른 대규모 정산단가 부과로 연료시장에서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은 수년 동안 날개 없는 추락이 거듭되며 경쟁연료에 속절없이 수요처를 뺏기는 아픔을 겪게 했다.

이와 함께 한국가스공사의 도매공급비용 조정주기가 5월부터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원료비연동제는 물론 도매공급비용 조정, 정산단가 부과 등 모든 항목이 원칙대로 이뤄진 게 없다.

이는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사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빚게 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8%, 순이익은 -31%나 줄어드는 성적표를 남겼다.

가격경쟁력 왜곡 초래결국 소비자에게 부담

그나마 한국가스공사는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에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 정산단가 부과를 통해 손익은 중립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지지만, 일선 현장에서 타 연료와 경쟁이 치열한 도시가스사에게는 가격경쟁력 급락으로 이어져 산업체를 비롯해 수요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물가관리 차원에서 공공요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윗선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지만, 원료비연동제 미준수로 수년 동안 고충을 겪었던 터에 또 다시 이러한 전철을 되밟으려하는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가스사 한 임원은 시스템으로 이뤄져야 할 정책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면 원칙은 무용지물이라면서 결국 그 피해는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제때, 원칙대로 정책이 이뤄지지 않아 공급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만큼의 경영부담을 떠안게 되면, 이는 결국 장기적인 차원에서 적정한 고객서비스나 안전·안정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소지가 높다는 설명이다. 왜곡된 도시가스요금 정책은 단지 도시가스사 경영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수요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결과적으로 실무적 행정을 외면한 정치권의 정무적 판단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안기는 셈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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