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논의 필요' 다수 의견 21일 이사회서 의결 보류

▲한전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들이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한전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들이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 주도로 수립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21일 열린 한전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한차례 의결 보류됐다. 한전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들은 말을 아끼는 가운데 주로 민간 사외이사(비상임이사)들이 개편안의 부당성에 대해 집중 문제를 제기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한전 이사회는 이날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누진제 개편 민관태스크포스팀이 제시한 최종 권고안(7~8월 매년 요금 경감)을 토대로 상정된 ‘전기요금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상정된 안(案) 만으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돼 결국 의결을 미뤘다.

이사회는 차기 임시이사회 일정도 정하지 않고 회의를 끝냈다. 김태유 이사회 의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회의 종료 직후 “누진제 약관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 조만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결 보류로 정부가 주도한 새 주택용 전기요금제는 적기시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인가신청을 내면,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를 거쳐 내달(7월)부터 새 요금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사회 제동에 일정 차질이 불가해진 것은 물론 충분한 공론화없이 개편안을 밀어부쳐 소관공기업 이사회조차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열흘이 채 남지 않은 기간에 한전이 이사회를 다시 열어 약관을 의결한다해도 나머지 전기위원회 심의 의결 절차까지 이달내 마무리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포퓰리즘 요금정책'이란 지적을 받아온 이번 개편안에 제동을 건 쪽은 주로 사외이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안에 대놓고 반기를 들기 곤란한 한전 경영진은 발언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비상임이사들이 주축이 되어 "이대로 의결할 순 없다.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일부 사외이사는 장기적인 전기요금체계 개편 논의 틀속에서 누진제를 다뤄야 하며, 경영진의 배임 소송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이사회에는 김종갑 사장을 비롯해 이정희 상임감사, 김회천·김동섭 부사장, 박형덕·김성암·임현승 본부장 등 7명의 내부경영진이 상임이사로 참여한다.

사외이사(비상임)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의장)를 비롯해 김창준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위원장, 양봉렬 전 전남대 교수, 김좌관 부산카톨릭대 교수, 정연길 창원대 교수, 노금선 전 국민연금공단 감사, 최승국 태양광바람에너지협동조합 대표, 박철수 전남나주자활센터장 등 8명이다.

한전 이사회는 빠르면 내주, 늦어도 7월초에 임시이사회를 열어 개정안을 재논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 사외이사는 "내주 중 논의를 마무리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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