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콘덴싱’ vs ‘콘덴싱+저녹스’
[이슈]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콘덴싱’ vs ‘콘덴싱+저녹스’
  • 채제용 기자
  • 승인 2019.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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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 환경표지인증 콘덴싱 의무화
미세먼지 및 에너지효율 측면서 콘덴싱만 설치지원 당연
콘덴싱은 설치환경에 제한…저녹스 1등급 병행이 실효적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의 지원대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콘덴싱보일러 생산라인.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의 지원대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콘덴싱보일러 생산라인.

[이투뉴스]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는 미세먼지 대응책의 하나로 콘덴싱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기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스보일러 내수시장이 포화단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관련업계도 성장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콘덴싱 보급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은 2000년대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들어섰다. 연간 120~130만대에 이르는 내수시장은 단일시장 규모로는 세계 3위다. 하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만큼 돌파구 마련에 고심이 크다.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게 기회요인이 남은 해외시장이며, 한계에 달한 내수의 경우 콘덴싱 보급 확대이다. 콘덴싱은 일반가스보일러보다 20만원 이상 비싸다. 내수시장의 콘덴싱 보급률이 30%대 초반에 불과한 만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도 정책적으로 콘덴싱보일러 보급에 힘을 더해 탄력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주택에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4월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대기관리권역 내에서는 환경표지인증기준을 충족한 친환경보일러만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축 건물은 물론 노후보일러를 교체할 때는 친환경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응 일환으로 친환경보일러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은 올해 추경예산 편성에서 확연하다. 올해 24억원이 배정된 환경부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예산은 추경을 통해 336억원이 더해져 모두 360억원이 집행된다. 당초 예산보다 15배가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예산 증액으로 보급사업 대상지역도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대당 지원금액도 콘덴싱보일러와 일반보일러의 차액인 20만원의 80%16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됐다. 이에 따라 예산지원을 통한 보급대수도 3만대에서 27만대가 추가돼 총 30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환경부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은 가정용 일반보일러를 질소산화물(NOX) 저감효과가 크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보일러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이다. 지원대상은 환경표지인증제품으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표시 가스 소비량이 70이하인 콘덴싱 가스온수보일러다.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환경표지인증기준은 효율은 91% 이상에서 92% 이상,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50mg/kWh 이하에서 35mg/kWh 이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200ppm 이하에서 100ppm 이하로 강화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정책지원시스템(CAPSS)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NOx 배출량에서 비산업 연소가 차지하는 배출 비율은 전국 기준 7.2%, 수도권 기준 13.3%이며 비산업 연소에서 가정용보일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44%, 수도권 49%이다. 전체 NOx 배출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가정용보일러 비중은 전국 3.17%, 수도권 6.5%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택여건 고려 저녹스 1등급 지원 타당

환경부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이 대대적인 예산 확충을 통해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지원대상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원대상이 콘덴싱보일러로 한정되면서 정작 프로젝트 명칭에 담긴 저녹스 보일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의무화 대상인 환경표지인증 콘덴싱보일러는 에너지효율 92% 이상, 시간당 질소산화물 배출량 35mg/khW 이하, 일산화탄소 배출량 100ppm 이하를 모두 충족시키는 제품이다. 높은 에너지효율과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저감 성능을 동시에 갖춰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저녹스 1등급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저감 성능 등은 충족시키지만 열효율은 82% 정도로 환경표지인증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한다.

문제는 콘덴싱보일러가 설치 위치, 공간, 배수로 등 설치 환경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콘덴싱보일러는 배기가스 중에 숨어있는 열을 재활용하는 제품 특성 상 필연적으로 약산성의 응축수가 생성돼 이를 배출할 수 있는 배수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신축건물의 경우 건물 설계단계부터 기준과 규정을 반영할 수 있지만 기존 건축물의 경우 의무화된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사실상 어렵다. 대기관리권역에서 오래된 다세대나 단독주택의 경우 배수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다. 보일러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주거환경 등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보지 않은 채 에너지효율만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경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서울시가 올해 본예산을 통해 콘덴싱보일러 14600대를 보급하려 했으나 1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집행실적을 거뒀다면서 추경편성으로 전국에서 모두 30만대의 콘덴싱보일러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열효율은 콘덴싱에 비해 10% 정도 낮지만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저감 성능을 갖춘 저녹스 1등급 보일러도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이라는 환경부의 프로젝트 명칭대로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계별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축건물과 기존 건축물을 단계별로 나눠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견해다.

신축현장의 경우 건물 설계단계에서 설치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규대로 2021년부터 친환경인증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반면 기존 건물은 1단계로 내년부터 보일러 교체 설치 시 질소산화물 1등급(70mg/khW)인 저녹스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2010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가 시행되고, 2013년에 아파트를 주축으로 콘덴싱 납품이 늘어났다는 점과 2025년 교체수요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 2025년 이전까지는 설치가 가능한 현장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2단계로 기존 건물이 배수시설을 갖춘 경우 친환경인증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고, 배수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2023년부터 질소산화물 56mg/khW 이하 제품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방안이다.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적합한 아파트의 교체수요가 도래한 시점부터 의무화를 통해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설치가 적합하지 않은 현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지속함으로써 질소산화물 저감을 촉구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판단이다.

콘덴싱보일러 설치 지원이 법제화 본질

그러나 콘덴싱보일러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게 된 정책의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거세다.

설치환경 제한 등의 요인으로 저녹스 1등급 보일러 사용도 한 방법으로 모색될 수 있겠지만 콘덴싱 보급 확대에 동력을 더하는 정책의 배경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미세먼지 대응책에 국한된 게 아니라 국가적 과제인 에너지효율과 대기환경 개선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다.

정부가 에너지효율 향상을 토대로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제21차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에너지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으로,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절감은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온실효과의 한 요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대에 비중을 더한다. 파리 협약을 통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공표했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역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대는 당면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콘덴싱보일러 보급률이 90%를 넘는 것은 우리보다 주거 환경이 적합해서가 아니라 환경을 향한 의지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의 경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 환경으로 별도의 보일러 설치 공간을 갖춰 콘덴싱 보급을 위한 조건이 유럽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 제대로 된 기준과 시공 방법이 마련된다면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환경부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 지원대상을 환경표지인증기준을 충족시킨 콘덴싱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실적인 주택여건을 고려해 콘덴싱과 함께 저녹스 1등급 보일러를 병행해 지원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내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은 셈법이 복잡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판단이 다른 것이다.

국내 보일러시장은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2강 체제에 린나이가 중위권을 형성하고, 대성쎌틱과 롯데알미늄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사가 어떤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또 어느 제품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시장구도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제조사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 정책의 지원대상 향방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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