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출자회사 만성적자 시름, 완전자본잠식도 2곳이나
의욕적 스타트 불구 발전용량 확충 및 자리챙기기로 전락

“사업 확장 등 잇속만 관심, 경영정상화에는 나몰라라”

[이투뉴스]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가 집단에너지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본격적으로 전기와 열공급에 나선지도 대부분 5년이 지났다. 하지만 발전자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업체의 경우 지금까지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선 곳이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자회사가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쓴 맛을 보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업 환경이 변하면서 집단에너지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난, GS파워 등을 제외한 신설 사업자 대부분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자회사가 투자한 기업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은 물론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특화된 발전자회사의 성적표치고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청라에너지와 현대에너지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살아갈 길이 막막할 정도다. 나머지 사업자 역시 전기로 연명할 뿐 집단에너지사업자 본연의 전기와 열의 적정배분을 통한 지속가능 발전모델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집단에너지업계는 발전자회사의 집단에너지사업 참여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사업참여를 억제하면서까지 민간 진출을 유도했지만, 어느새 공기업인 발전자회사가 슬금슬금 끼어들어 자리만 차지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자리만들기와 발전규모 늘리기 등 과실을 따먹는 반면 사업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남부발전이 투자한 대구그린파워 전경.
▲한국남부발전이 투자한 대구그린파워 전경.

◆경쟁적으로 시장 진출, 현실은 캄캄
발전자회사의 집단에너지사업 참여는 2004년 한국서부발전이 롯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 청라지구 집단에너지 사업권(청라에너지)을 따내면서 시작됐다. 한난과 같은 공기업이지만 인천에 있는 서인천복합에서 발생하는 발전배열을 활용해 열을 공급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오히려 두고두고 청라에너지의 발목을 잡았다. 당초 예상치보다 열원가가 치솟아 처치곤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남부발전이 대구혁신도시(대구그린파워) 및 내포신도시(내포그린에너지) 집단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고, 한국동서발전도 춘천 우두·소양지구(춘천에너지)와 석문국가산단(석문에너지) 집단에너지 사업에 발을 걸치는 등 경쟁적으로 늘었다. 여기에 한국남동발전은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을 펼치는 현대에너지에 지분참여 형태로 간접적으로 진출했다. 모두 별도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후 서부발전 컨소시엄이 평택화력에서 열을 끌어와 평택 고덕신도시에 공급하는 형태로 고덕지구 사업권을 따냈으나 사업여건이 악화되면서 포기했다. 또 남부발전 역시 한진중공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천 검단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신도시 규모 축소와 부동산 경기침체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검단 집단에너지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서부발전의 청라에너지로 넘어갔다.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중부발전 역시 한난과 공동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집단에너지사업에 참여했다. 다만 별도법인을 만들어 직접 집단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중부발전은 LNG발전소를 건설·운영만 하고, 여기서 나오는 열을 한난에 넘기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분당열병합이나 일산복합을 운영하는 것을 모델로 삼았다. 이를 감안하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6곳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사가 집단에너지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지분구조는 회사별로 다르지만 현대에너지와 석문에너지를 제외한 4개사 모두 발전자회사가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발전자회사의 집단에너지사업 성적표를 보면 지금까지는 낙제점에 가깝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청라에너지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채 만성적인 적자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또 내포그린에너지와 춘천에너지, 현대에너지 역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다만 대구그린파워가 전력부문의 호조로 지난해 30억원의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2017년 177억원의 적자를 봤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안정적인 수익궤도에 올라 선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우드칩을 연료로 사용하는 석문에너지의 경우 지난해부터 97억원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사업주도가 아닌 REC 확보를 위해 지분을 투자한 곳만 유일하게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발전자회사 출자사들이 이처럼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죽을 쑤는 것은 원전-석탄 등 기저부하가 대거 들어서면서 집단에너지사업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는 견해가 많다. 또 다수의 신생 사업자가 아직 포화수요에 도달하지 못한 사업초기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청라에너지와 현대에너지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악한 재무구조가 이들 출자사의 경영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발전자회사의 집단에너지사업 출자사들의 부채총액을 보면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다. 아직 발전소를 짓지 않은 내포그린에너지만 766억원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5000억원 안팎의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현대에너지가 2017년을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청라에너지 역시 작년말 1만8542%의 부채비율에서 올해 8월 들어선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넘어갔다. 나머지 사업자 역시 춘천에너지만 369%로 상대적으로 양호할 뿐 내포그린에너지 823%, 대구그린파워 700%로 이자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대대적인 자본금 확충이나 대여금 출자전환 등 모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사업정상화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 불리한 외부여건에 정상화 의지마저 빈약
재무구조 탓만 할 게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발전자회사들이 발전소 확보에만 치중, 집단에너지사업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도 단단히 한 몫 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회사가 주도적으로 집단에너지 사업권을 확보한 후 발전자회사가 뒤늦게 사업 참여를 결정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단계에선 건설사들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투자비를 다 뽑아낸 후 운영단계에서 발전자회사에게 최대주주를 넘겨주는 사례를 빗대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업정상화를 위한 투자결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분구조가 복잡해 새로운 투자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출자회사 간 의견조율이 필요한 것은 물론 자본금 증자 등 사업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발전자회사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자사이익에만 매몰돼 대부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발전자회사의 과도한 진입이 집단에너지사업의 민간참여 확대 및 사업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한난의 사업에 제한을 두면서까지 시장개방을 위해 애썼으나, 정작 발전자회사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서남부·아산배방), 인천공항공사(인천공항에너지)처럼 사업영역이 다른 공기업 참여만 늘렸다는 얘기다.

다수의 에너지전문가들은 발전자회사의 집단에너지사업 진출에 대해 현재까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았으며, 어정쩡한 정책방향이 이를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지구별 개별허가를 남발해 생존이 어려운 집단에너지사업자만 더 늘렸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집단에너지사업허가만 받았을 뿐 발전소 규모키우기와 자리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발전공기업을 비롯한 여타 공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참여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 기존 출자사의 사업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 일부 사업의 경우 역할조정이나 M&A를 통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라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발전자회사 사업의 경우 전력사업에 치우칠 뿐 열부문을 포함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운영 노하우가 많은 발전자회사가 집단에너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대마불사(大馬不死, 발전규모 키우기) 경쟁에 나선 것은 물론 사장(임원) 임명권 확보 등 인사적체 해소라는 단맛만을 취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사업에 참여한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자회사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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