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치악산 국립공원에는 구렁이가 자란다
[르포] 치악산 국립공원에는 구렁이가 자란다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9.11.1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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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멸종위기 Ⅱ급 구렁이 성공적인 증식 및 자연방사
10년간 인공부화 통해 개체수 증가, 6차례에 걸쳐 91마리 풀어줘
▲치악산 국립공원 내 성황림의 추색(15회 국립공원 사진전 입선작, 박윤준).
▲치악산 국립공원 내 성황림의 추색(15회 국립공원 사진전 입선작, 박윤준).

[이투뉴스] 11월 둘째 주에 찾은 치악산국립공원은 이제 단풍이 거의 지고,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입구부터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한다는 황장목(금강송)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더 이상 황장목을 자르지 않아, 수십년 된 황장목이 구룡사 가는 길까지 계곡 주변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1984년 전국에서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은 공원면적은 17만5668㎢로,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동쪽은 횡성군, 서쪽은 원주시와 접하고 있다. 치악산은 남쪽 남대봉과 북쪽의 매화산 등 1000m가 넘는 고봉들 사이에 가파른 계곡들이 자리해 예로부터 산세가 뛰어나고 험난하기로 이름이 높다. 고속도로와 철도가 발달하면서 접근성이 뛰어나 수도권에서 1일 탐방이 가능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 간 치악산 국립공원은 나무들의 천국이었다. 아름드리 황장목을 시작으로 졸참, 굴참 등 다양한 참나무 종류와 산뽕나무, 고추나무 등 셀 수 없는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자연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 죽은 나무 역시 탐방로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만 정리, 그 자리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나무가 죽은 후 각종 유기물이 나무를 다시 분해,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다.

▲치악산 구렁이 증식장
▲치악산 구렁이 증식장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요즘 국립공원에서 제공하는 친환경 도시락도 인기다. 일회용 도시락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와 쓰레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친환경 도시락은 지역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들고 다니던 스테인리스 보온도시락에 제공한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인근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이뤄지며,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면 개당 8000원에 도시락을 수령, 맛있게 밥을 먹은 후 내려올 때 도시락통을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된다.

입구부터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1km 가량을 걸어 올라가면 ‘구렁이 증식장’이 보인다. 구렁이는 우리나라에 사는 가장 큰 뱀으로, 15∼20년 동안 계속 성장하면서 2m까지 자란다. 검은색의 먹구렁이와 노란색이 많은 황구렁이가 있지만 동일한 종이며, 피부무늬 역시 20가지 정도의 패턴으로 부모개체의 색깔이나 무늬에 상관없이 랜덤으로 나온단다. 우리가 아는 능구렁이는 전혀 다른 종이며, 비단구렁이 역시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닌 수입종으로 구렁이와는 다르다.

구렁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뱀이다. 독이 없는데다 해충인 쥐를 잡아먹어 옛날 초가집이 많은 때 집집마다 한 마리씩 사는 집지킴이로 여겨졌다. 재물의 상징으로도 여겨 구렁이가 나가면 집이 망한다는 속설도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무분별한 서식지 개발과 잘못된 보신문화 영향으로 개체수가 대폭 감소했다. 특히 쥐잡기 운동을 하면서 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으면서 크게 줄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의 구렁이 증식·보호사업은 2009년 ‘멸종위기 토종파충류 표준증식기술 개발 및 기초생태연구사업’으로 시작됐다. 2011년까지 강원대학교와 공동으로 수행해 오다가 이듬해 인공증식시설과 구렁이 개체를 인수 받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자체적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교미 중인 구렁이 암수
▲교미 중인 구렁이 암수

구렁이는 변온동물로 주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공사육을 위해서는 적정온도(25∼28℃)와 습도(60∼80%)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동면을 한 후, 8∼9월에 교미와 산란을 한다. 알은 한 번에 평균적으로 5∼8개를 낳으며, 부화한 유생(새끼 구렁이)의 크기는 30∼35cm로 1∼2개월에 한 번씩 탈피를 하면서 자란다.

치악산 구렁이 증식장은 인공부하 방식으로 구렁이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구렁이는 교미 후 58∼60일이 지나면 산란을 하고, 이어 부화까지는 43∼51일이 걸린다. 성체가 알을 낳으면 이를 인공부하기로 옮겨 온도와 습도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 부화시킨다. 초기에는 일부 실패도 있었지만, 3년 연속 인공부화에 성공하는 등 꾸준히 부화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외부감염 등으로 폐사하는 개체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사람의 지나친 관심과 행동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치악산관리사무소는 구렁이의 보호와 증식을 위해 꾸준한 시설개선을 펼쳤다. 최초에는 81.7㎡ 규모의 작은 인공증식장만 있었으나, 이후 야외방사장(92.6㎡)을 만들어 뱀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햇볕을 쪼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인공동면장(깊이 4m)을 만들어 동면을 도왔다. 구렁이는 동면을 하지 않으면 교미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무정란을 낳기 때문에 동면은 아주 중요하다.

국립공원공단 치악산관리사무소는 증식장을 통해 늘어난 구렁이를 201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방사, 야생 구렁이 개체 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방사 전에는 소형설치류 종풍족도와 행동권 등을 조사해 자연적응을 최대한 돕는다. 방사된 개체수는 올해 유체 33마리를 비롯해 올해까지 91마리를 자연으로 되돌려 보냈다. 또 강원지역에서 다친 구렁이가 발견되면 이를 구조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노윤경 국립공원공단 치악산사무소장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구렁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지만, 생활환경 변화로 갈수록 개체수가 줄고 있다”며 “구렁이가 혐오 대상이 아닌 생태계 상위 조절자로서 보호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야생동물임을 인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치악산 구렁이 증식소의 사육사가 탐방객들에게 사육사가 구렁이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치악산 구렁이 증식소의 사육사가 탐방객들에게 구렁이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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