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ESS기업 새 화재예방 시스템 적용 화제
국내서 감지시스템 장착 해외 현지서 배터리 조립
애리조나 화재·폭발사고 이후 별도 안전대책 마련

▲글로벌 ESS기업인 플루언스사 기술진이 ESS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플루언스는 신규 및 기존 프로젝트에 오프가스 감지식 추가 화재예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플루언스
▲글로벌 ESS기업인 플루언스사 기술진이 ESS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플루언스는 신규 및 기존 프로젝트에 오프가스 감지식 추가 화재예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플루언스

[이투뉴스] ‘세계 1위’ ESS(에너지저장장치) EPC기업이 새로운 화재예방 시스템을 앞세워 글로벌 ESS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잇따른 ESS 화재를 놓고 우리 정부와 배터리기업 등이 1년 넘게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설비 안전성을 대폭 강화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ESS업계에 따르면, 미국 플루언스(Fluence)는 최근 자사 신규 ESS 프로젝트와 기존 완공 사업장에 넥서리스(Nexceris)사의 오프가스(Off-gas) 모니터링 화재예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넥서리스는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기 전 외부로 방출하는 화학가스를 센서로 감지해 전면적인 ESS화재를 예방하는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루언스는 독일 지멘스와 미국 전력회사인 AES가 합작설립한 ESS 통합시스템 업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실시한 ‘2018년 ESS기업 평가’ 등에서 레즈아메리카(RES)와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기술력이 앞선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현재 380MWh 필리핀 프로젝트와 20MWh 스위스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이 화재예방 시스템을 장착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각각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가 설치될 예정이다. 플로언스로부터 컨테이너시스템을 수주한 국내 A사가 경남 모처에서 한창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향후 배터리랙, 소화설비, 공조설비, 오프가스 감지설비 등을 컨테이너에 장착해 해외로 보내면, 현지에 도착해 있던 배터리 모듈을 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유수 ESS기업의 이번 조치는 작년 4월 애리조나 APS변전소에서 발생한 ESS 화재·폭발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변전소엔 플루언스가 납품한 2MWh 태양광연계용 ESS가 설치돼 있었다.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ESS 컨테이너 문을 여는 순간, 내부에 가득 차 있던 정체불명 가스가 폭발하면서 4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아직 명확한 사고원인 조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발화점은 국내 원인규명 조사결과처럼 리튬이온 배터리로 특정된 상태다. 27개 배터리 랙(Rack. 배터리 모듈을 적층한 타워) 중 중간지점에서 불이 시작됐고, 특정 배터리 모듈의 전압 급강하 및 온도상승 기록도 남았다.

당국은 사고수습 과정에 26개 랙에서 364개 배터리 모듈을 해체해 외부에서 개별 방전시켰으며, 문제가 된 랙을 미시건 감식연구소로 보내 별도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APS변전소 ESS에 장작된 배터리는 LG화학이 한국서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불명 ESS화재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드물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노르웨이에서는 연안을 오가는 전기페리가 운항도중 화재를 일으켜 비상회항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전기선에는 유럽업체가 납품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었고, 애리조나 ESS화재와 유사하게 진화 후 추가 폭발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한국에서 ESS화재가 빈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 국한된 사고는 아니라는 것이다. 

플루언스의 이번 새 화재예방 시스템이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자체 화재방지 대책과 별개로 적용되는 것도 관심사다. 앞서 작년말부터 삼성SDI는 열에 반응하는 특수소화약제를 기존 및 새로 출하하는 배터리 모듈 상부에 장착하고 있고, LG화학은 연기 감지 시 모듈 내부에 물을 뿌려 화재 확산을 막는 시스템을 새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책도 화재를 근본적으로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은 아니어서 ESS EPC기업들이 오프가스 검출 시스템과 같은 추가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SS 전문가들은 삼성SDI 방식의 경우 화재 초기 불꽃을 잡을 수는 있어도 배터리 내부에서 열에너지가 지속 분출될 경우 일정시간 경과 후 다시 발화할 우려가 있고, LG화학 주수방식은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나 동작하는데다 시설비용이 높고 배터리 전체 파손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한 ESS 전문가는 "배터리산업도 키우면서 동시에 ESS산업을 키우려는 한국의 문제해결 방식과 안전과 신뢰를 먼저 회복한 뒤 ESS를 확대보급하려는 해외방식은 차이가 크다. DNV-GL과 같은 해외 인증기관도 2년여간의 연구를 거쳐 화재 및 가스 조기검출 기술과 환기시스템에 대한 설계를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의 추가 안전대책과 원인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과거처럼 ESS산업이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그 사이 업계가 고사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면서 "ESS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 당장 어떤 기술적 개선노력이 필요한지, 기존 대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뒤늦게 ESS 안전성 강화 연구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4년간 60억원 규모 소방청 연구과제로 'ESS 화재 소화약제와 조기감지 센싱 및 자동소화 시스템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에너지기술평가연구원은 288억원을 투자해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시평평가 기술개발 및 검증센터 구축'에 들어간다. 또다른 ESS업계 관계자는 "초가삼간 다 태우고 불을 끄겠다고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당장의 회생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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