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22개 업체 중 14곳이 적자수렁 못 벗어나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없을 경우 독자경쟁력 확보 요원

[이투뉴스] 국내 주요 집단에너지사업자(지역난방부문) 중 70% 이상이 지난해에도 여전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급세대수가 적더라도 중대형 열병합발전소를 보유한 곳은 전기 판매로 버티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갈수록 희망을 잃어 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집단에너지협회가 집계한 ‘2019년말 집단에너지사업자 경영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2개 주요 지역난방업체 중 68%에 달하는 15개 업체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가스사 등 모기업 내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는 소규모 사업장(구역전기 포함)을 포함할 경우 적자 비중은 70%를 훌쩍 넘는다.

업체별 경영실적을 보면 GS파워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진다. 8027억원의 매출과 1635억원의 영업이익, 10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매출만 전년대비 4.8% 감소했을 뿐, 영업이익(6.7%)과 순익(2.6%) 모두 증가하는 등 업계 최고의 성적표를 자랑했다.

평택에너지서비스와 위례에너지서비스도 발전부문 실적호조로 200억원 안팎의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평택에너지서비스는 매출(5245억원, 24.9%)과 영업이익(448억원, 32.9%), 순익(184억원, 93.7%)이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다. 위례ES의 경우 매출(△6.3%)과 순익(△27.2%)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447억원으로 23.5% 증가했다.

전기와 열 매출비중이 조화를 이루는 인천종합에너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1754억원, 14.6%)과 영업이익(260억원, 171.1%)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력비중이 98%가 넘는 대구그린파워 역시 매출(3013억원)은 3.3%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235억원)과 순익(48억원)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삼익악기가 인수한 수완에너지도 부채 축소 및 리파이낸싱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로 지난해 최초로 흑자를 달성, 적자와의 오랜 악연을 끊었다. 매출(677억원)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108억원, 36.7%)과 순익(111억, 흑자전환)이 괄목 성장했다. 다만 이는 모기업인 삼익악기가 공개한 수완에너지의 감사전 연결 재무제표(내부거래 상계 및 연결조정 전 기준)로, 실제 실적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자랑하는 안산도시개발의 경우 공급세대 증가로 매출액(768억원, 7.6%)은 늘었으나 영업이익(62억, △8.8%)과 순익(30억원, △45.5%) 모두 주춤하는 양상이다. 대륜발전 역시 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

적자업체 중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 SRF열병합 가동중단 및 손실처리로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입었다. 한난은 매출액(2조3679억원)에선 압도적인 1위를 보였지만, 256억원의 적자로 체면을 구겼다. 다만 영업이익이 183% 증가한 410억원을 기록했고, 적자규모 역시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400MW급 열병합발전소를 준공한 지 얼마되지 않은 춘천에너지와 DS파워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등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춘천에너지는 10억원의 영업이익에도 과도한 금융비용으로 245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DS파워 역시 전년대비 192.4%가 늘어난 193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 2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아직 최종 결산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전담 지방공사로 전환한 지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 중이던 SRF 발전설비를 중단, LNG 열병합발전으로 대체키로 결정한 내포그린에너지도 188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나래에너지서비스, 대전열병합발전, 인천공항에너지, 티피피(기업회생절차 신청)도 50억∼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는 등 지난해 경영실적이 저조했다. 이밖에 휴세스, 부산정관에너지, 별내에너지, 청라에너지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비교적 탄탄했던 미래엔인천에너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전반적으로 최소한 200MW급 이상의 중대형 열병합발전소와 탄탄한 열수요를 모두 갖춘 선발업체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열수요가 적더라도 400MW 이상의 최신형 열병합발전소를 확보한 경우 전력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경영실적이 점차 나아지는 양상이다.

반면 대규모 CHP를 보유했더라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 열수요가 현저하게 부족한 사업장은 많은 금융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중대형 열병합발전소조차 없이 소형 스팀터빈 등으로 버티고 있는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매년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분석이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사업 중 지역난방부문은 CHP 규모와 함께 넓은 공급구역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명확해지는 추세”라며 “자체 열병합발전소가 없는데다 공급세대 증가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자는 도저히 희망을 찾기 어려운 암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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