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상업운전 SE그린에너지 화성연료전지 가보니
개발행위불허 및 공사방해가처분訴 불사 우여곡절

▲SE그린에너지 SOFC 화성연료전지발전소
▲SE그린에너지 SOFC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이투뉴스] "RPF(폐플라스틱 고형연료) 발전사업은 화성시 개발행위허가 불허로, 우드펠릿 발전사업은 경제성 문제로 각각 포기하고 세번째 도전한 게 바로 이 연료전지입니다. 안전에도 문제가 없고 전혀 다른 시스템인데, 작년에 강릉서 수소탱크가 터져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노진리 SE그린에너지(대표 윤의중)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유종관 기술본부장이 이달 1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19.8MW규모 연료전지 설비를 가리키며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300kW 고체산화물형(SOFC) 연료전지 66대가 서로 등을 맞댄 채 가지런히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 있다. 색상이나 모양, 크기가 대형 냉장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전체 발전량은 시간당 19.9MW. 인근 가정 약 7000가구가 동시에 사용가능한 양이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2만2000볼트 지중 및 공중선로를 거쳐 5.5km 떨어진 한전 조암변전소로 공급된다. SOFC 방식 연료전지를 기존 발전부지가 아닌 별도부지에 대용량으로 설치·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본부장은 "연료전지는 도시가스를 직접 공급받아 사용하므로 수소처럼 저장할 필요가 없고,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해 안전하다"면서 "환경오염이 없고 가스관망만 설치돼 있으면 어디든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SE그린에너지 화성연료전지발전소
▲SE그린에너지 화성연료전지발전소

남동발전과 SK건설이 사업비 1414억원(지분율 85대 15%)을 들여 건설한 화성연료전지발전소가 착공 1년만인 이달 1일 20년간의 상업운전과 LTSA(장기유지보수계약)를 시작했다. SOFC는 기존 인산염형(PAFC)이나 용융탄산염형(MCFC) 연료전지 대비 효율이 10%이상 높아 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남동발전이 분당열병합에 8.35MW를 최초 설치한 이래 전국에서 수십MW 단위 후속 발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 SK건설은 주기기 제작업체이자 원천기술 보유사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OFC방식의 사업의향 물량만 수백M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부와 전기위원회는 출력변동이 불가능한 연료전지 특성을 고려해 당분간 신규 발전사업허가를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한창 달아오르던 연료전지 사업 열기도 REC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아 이전같지 않다.

이번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화성연료전지는 남동발전과 SK건설이 RPF사업을 위해 2012년 매입한 약 4000여평 중 절반을 부지로 사용한다. 주거지역과 거리가 멀고 주변이 한산한 농지로 둘러싸여 있어 발전시설로 입지가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2013년 화성시 도시계획위원회가 RPF사업 개발행위허가를 불허하면서 애초 첫 사업계획이 수년간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후 한차례 우드펠릿 발전소로 사업전환을 검토했으나 이마저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조정으로 2016년말 없던 일이 됐다. SE그린에너지는 이듬해말 다시 연료전지로 눈길을 돌려 2018년 발전사업허가를 변경했고, 같은해 주주합의와 금융자문 및 주선사 선정을 거쳐 작년 3월 세번의 도전 끝에 지자체(화성시) 개발행위허가를 받아냈다. 건설공사는 작년 7월 첫삽을 떴다. 

본공사를 시작하자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이번엔 사업부지 유일한 진입도로의 소유자가 토지사용을 불허했다. 연료전지 연료인 도시가스 배관과 지중 송전선로, 상수도 등을 도로 아래 매립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토지소유자는 주기기(연료전지) 설치까지 끝난 상황에 진입도로를 막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결국 SE그린에너지는 올해 1월 수원지법에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3월 6일 사업자측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도로지분을 사들여 원소유자와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주택가도 아닌 외딴 곳이라도 발전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본격적인 전력생산을 시작한 화성연료전지발전소는 외부서 가동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울만큼 조용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들려오는 냉각팬 가동음과 환기구 아지랑이가 연료전지 작동상태를 짐작케 할 뿐이다. 주기기 외부에서 측정한 소음은 50db(데시벨) 이하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연소과정이 없으므로 굴뚝도 없다.

SE그린에너지는 20년간 효율 95% 보증에 연간 67억원 안팎의 LTSA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매출은 4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연료전지 핵심부품인 스택은 5년 주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유종관 본부장은 "안전하고 환경친환적인 운영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도 상생하는 노력을 지속해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미래 수소경제 가교기술로 주목받는 연료전지지만 이대로 설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무성하다. 원천기술이 미국 종속인데다 국내 산업이나 일자리 창출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들 사업에 20년간 지급되는 REC보조금도 전기소비자 몫이다.

화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키워드
#SOFC #연료전지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