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형(CdTe) 태양전지 모듈 55만장 설치 중 … 1만2000가구 무공해 전력 충당

지난 11일 독일 작센주 브랜디스시 외곽. 한적한 국도를 따라 라이프찌히에서 15km를 내달린 버스가 우거진 숲길로 접어들더니 이내 바리케이트 앞에 멈춰섰다.

 수십년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폐가(廢家)와 잔뜩 찌푸린 하늘. 연중 맑은 날이 38일에 불과하다는 독일의 기후는 이같은 풍경과 어울려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취재진의 신원을 확인한 경비원이 길을 터주자 버스는 광활한 활주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곧이어 폭600m, 길이 2km에 달하는 지평선이 태양전지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했다. 

40MW급 세계 최대 주비(juwi) 태양광발전소는 잡풀이 우거진 격납고와 콘크리트 활주로를 배경으로 옛 동독의 군 비행장에서 그렇게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를 맡은 예아니 커벨마이츠씨는 "발전소를 짓기 전 폭탄과 비행기 잔해를 깨끗히 치웠다"고 말했다. 히틀러가 1930년대에 건설했다는 이 비행장은 한때 소련군이 진주하다 독일 통일 이후 지금껏 방치돼 왔다.

이 부지를 활용하고자 했던 브랜디스시가 2005년 주비솔라사의 발전소 건설 제안을 받아들인 것. 브랜디스시는 불과 1년만에 발전사업 허가를 내줬다.  

현재 주비솔라사는 축구장 200배 크기인 이곳에 지난해 2월부터 박막형(CdTe) 모듈 55만장을 설치하고 있다. 20MW가 상업발전에 돌입한 상태며, 나머지 20MW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1억3000만 유로(한화 약 2100억원)를 들여 110ha 부지에 1만2500개의 기둥을 심어 모듈을 올리고 500kW급 인버터 72대가 500m 간격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올해말까지 발전소가 완공되면 1만 20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무공해 전력이 생산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설치분은 kWh당 38센트, 올해 설치분은 26센트를 적용해 발전차액으로 전량 매입해 줄 계획이다.

마틴 헤켄베르거 주비코리아 대표는 "부지 비용이 저렴해 수익성이 높다"고 전했다. 

브랜디스시와 부지 임대 계약을 맺은 주비솔라사는 향후 20년간 부지를 사용한 뒤 매 5년마다 계약을 갱신키로 약속한 상태다. 

결정질 계열의 폴리실리콘 태양전지는 보급이 일반화된 상태지만 이처럼 박막형 비정질 태양전지로 대규모 발전소가 건립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태양전지 공급사인 퍼스트솔라는 10년까지 90%, 25년까지 80%의 효율을 보증하고, 25년 이내 제품 하자가 발생하면 1대 1로 교환해준다는 계약을 맺었다. 발전효율은 10~15% 사이로 알려졌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일사량이 적고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성능이 우수한 특징이 있어 흐린 날이 대부분인 독일 기후에 적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보급이 더딘 막박전지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유비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700여개의 프로젝트 파이넨싱(100MW)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내년부터 120MW 발전소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잉고 뢰더 주비솔라 지소장은 "CdTe의 독성 대책을 완벽히 세워 환경적 측면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면서 박막전지는 운영경험이 중요하며 50년까지도 수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숨쉴 때 공기의 존재를 알 수 없지만 춥고, 따뜻함처럼 에너지는 느낌으로 알수 있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를 100% 보급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독일의 일조량은 한국보다 약 30%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열흘 중 아흐레는 햇빛이 들지 않아 발전사업 측면에서 악조건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믿음으로 확고한 발전사업자가 기후변화와 화석에너지 고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독일 브랜디스시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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