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형수소재결합기 실험 후 보고서 등 4개 단서
시민사회 "경제성 고려한 허가, 원안위 본분망각"

▲9일 오후 개최된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건을 논의하고 있다.
▲9일 오후 개최된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건을 논의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안전성 문제와 항공기 충돌 시 방사능 누출 위험 등이 제기된 신한울 1호기(가압경수로형, 1400MW)에 대해 결국 조건부 운영허가를 내줬다.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심의를 시작한 지 8개월만이다.

원안위는 9일 오후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어 8시간에 걸친 마라톤 논의 끝에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운영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신한울 1호기는 착공 후 10년 4개월, 완공 후 1년 3개월여만에 원자로 최초점화 자격을 획득했다.

신한울 1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원전과 같은 APR1400 노형으로 설계수명은 2081년까지 60년이다.

원안위는 이번 운영허가를 의결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에 모두 4가지 조건 이행을 요구했다. 우선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PAR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이 해외와 동등한 실험을 벌여 내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내고 필요 시 후속조치를 이행하도록 했다.

PAR는 전력공급 없이도 원전내부에 발생한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설비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IAEA권고에 따라 2015년까지 국내 모든원전에 설치됐다. 하지만 규격미달 제품이 설치돼 아직 성능을 담보할 수 없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항공기 충돌과 같은 테러·사고에 대응해 안정성 확보방안을 분명히 하도록 하는 주문도 냈다. 원안위는 항공기 재해도 저감을 위해 비행횟수 제한 등의 후속조치를 이행하고, 항공기 재해도 평가를 첫 계획예방정비 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관련부처와 원전 주변을 비행하는 항공기 횟수 저감방안을 논의해 결론을 낸 뒤 항공기 충돌로 예상되는 방사능 누출 재해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내년으로 예상되는 예방정비 때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도 원안위는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중 냉각재 상실사고 항목과 관련해 NRC ARP1400 설계와 동일하게 결과를 기술해 그 개정본을 상업운전일 이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이들 단서조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울 1호기는 경북 울진군 북면 덕천리와 고목리 일원에 동급 2호기와 함께 건설된 1400MW규모 대형원전이다. 2005년 기본계획을 확정해 2010년 4월 착공했고, 2009년 실시계획 고시와 2011년 12월 건설허가를 거쳐 이번에 운영허가를 받았다.

한수원은 이달 14일께 최초 핵연료를 장전하는 등 하계 전력수급 기간에 맞춰 상업운전 채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이번 운영허가를 놓고 시민사회는 원자력 안전의 최후보루인 규제당국이 안전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신한울 1호 운영허가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완성단계 원전을 묵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안위에 (허가를)요청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신한울 1,2호기는 과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다른 안전사항과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등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원전인데, 원안위가 자신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안전은 팽개친 채 경제성을 고려해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 사이에 탈원전 탓에 멀쩡한 원전을 안돌린다는 잘못된 정보가 횡행하고 있는데도 원안위는 이렇다 할 해명이나 소통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원안위는 이름 그대로 국민 안전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기구로, 핵산업게 이익이나 정치적 압박이 우선이 되어선 안된다"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단지 돈을 이유로 예견된 위험을 방치하는 건 책임을 내려놓는 행위이며, 조건부를 붙인 건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성토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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