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접수에 10여명 응모, 21일 서류심사·27일 면접심사
하마평 오른 산업부 출신 응모 안해…내부출신 경쟁구도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사옥 전경.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사옥 전경.

[이투뉴스] 채희봉 현 사장의 임기를 목전에 두고도 공모 절차가 이뤄지지 않다가 임기가 끝나는 당일에야 초빙공고가 나갔던 한국가스공사 신임사장 선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5일까지 진행된 서류접수에서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인사들이 아무도 응모하지 않은 반면 한국가스공사 내부출신 인사들이 대거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선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을 지향하는 한국가스공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역량 있는 사장을 모신다며 임기 3년의 사장 초빙공고를 냈다. 15일까지 접수된 후보군을 대상으로 개별통보를 통해 21일 서류심사에 이어 27일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여기서 선정된 2~3배수의 최종 후보자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게 된다. 이어 공운위의 적격심사를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산업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고,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이 확정된다.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에 나선 후보자를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명단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15일까지 진행된 서류접수 결과 10여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며 무게감을 줬던 산업부 출신 인사들이 이번 공모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대·28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에너지자원 부문에서 역무를 수행한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서울대·행정고시 35회로 산업부와 포스코·두산중공업을 거친 김성원 GS에너지 부사장, 서울대·행정고시 30회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경력과 함께 가스공사 부사장과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등을 지낸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번 공모에 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공사 내부 출신으로는 당초 점쳐졌던 대로 김점수 전 기획본부장, 김광진 전 해외사업본부장 등이 명단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김점수 전 기획본부장은 경제학박사로 KOREA LNG사장, 재영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과 국가인프라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권과도 연이 닿는다. 

김광진 전 해외사업본부장은 한국전력 근무 때부터 LNG사업에 참여하고, 효성그룹 아시아 LNG허브 대표, 한양 LNG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하는 등 LNG사업 부문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민간 기업에서는 SK E&S에서 LNG사업개발본부장과 강원도시가스 사장을 지낸 이성오 전 한양 부사장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모의 서류접수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해석이 분분하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인 평가보다는 업무역량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하겠다고 공표하고, 에너지 공기업의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관료 출신보다 전문가를 선호하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재공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초빙공고 때부터 윗선(?)에서 후보를 내정한데 따른 공모가 아니라 현 채희봉 사장의 임기가 끝난 만큼 일단 공고를 낸 후 시간을 벌려는 공모라는 얘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1차 공모에서 선임을 못하고 재공모에 나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1월 초빙공고가 나가고 이듬해 3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명의 후보 추천까지 이뤄졌으나 윗선(?)의 낙점을 받지 못해 결국 재공모가 진행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장자리가 공석이 된지 9개월 만에 재공모를 통해 선임된 인물이 지금의 채희봉 사장이다. 3년전의 데자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초빙공고가 나가고 후보군을 선정한 후 인사검증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하기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모가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빠르면 9월말 사장이 선임된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대로 재공모까지 갈 경우에는 그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8일 3년 임기가 만료된 채희봉 사장이 새로운 사장 취임 전까지 사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이어진다 해도 사실상 반년 이상 수장의 역무가 제대로 수행되기 어려운 셈이다. 천연가스산업을 둘러싼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스공사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공모 결과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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