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설치량 줄고 높은 현물가격에 입찰참여율 현저히 줄어
대부분 사업자 낙찰 따라 탄소인증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

[이투뉴스] 태양광 RPS입찰이 제도 도입 후 사상 처음으로 미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태양광업계는 이번 미달 사태가 예상된 결과였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더불어 미달로 인해 향후 입찰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일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RPS입찰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센터가 이번 입찰의 공고용량은 2GW이며, 발전소 3999개(1.37GW)가 참여했다. 전체 낙찰 평균가격은 15만5270원(kWh당 155.27원)이며 경쟁률은 0.69대 1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미달을 기록했다.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RPS 경쟁입찰 현황.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RPS 경쟁입찰 현황.

태양광업계는 이번 입찰 미달이 예견된 결과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력시장가격(SMP)과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입찰과 현물시장 편차가 작년 하반기보다 심해져 입찰 참여 대신 관망하는 사업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9일 기준 SMP는 kWh당 평균 206.58원이며 REC 평균가격도 6만764원(kWh당 60.76원)으로 현물시장가격이 267.34원까지 올라갔다. 상반기 낙찰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현물시장에 참여한 사업자는 41.9%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원자재가와 금리인상 비율을 반영하지 못한 입찰상한가도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이 됐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국장은 “현물시장가격이 많이 오르고 고정가격계약은 수익이 높지 않다고 생각해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거나 포기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입찰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도 현실적인 비용문제를 반영했어야 했지만 신뢰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쟁 미달로 인해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대부분 낙찰돼 탄소등급제를 통한 모듈 변별력을 기르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싼 비용을 주고 설치한 1등급 모듈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등급외 제품이 모두 낙찰돼 탄소인증을 받은 제품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태양광 시공사업자는 “이번에 입찰에서 등급외 제품을 쓰는 사업자가 1등급을 쓰는 사업자보다 입찰가격을 높게 쓰고 낙찰되는 현상까지 나왔다”며 “SMP와 REC가 모두 낮을 때는 RPS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1등급 제품을 쓰겠다는 의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입찰 대신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많고, 미달까지 돼 탄소등급제가 변별력이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하반기부터 RPS입찰 공고물량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각종 규제와 계통연계 등의 문제로 신규인허가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입찰 미달까지 일어나면서 발전자회사들이 충족해야 하는 REC의무량에 대해 유예기간을 줘 의무비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물시장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자회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입찰물량부터 조정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신규물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현물시장가격이 워낙 높아 RPS입찰에 참여할만한 매력이 없어졌다”며 “태양광보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입찰시장도 제대로 운영될텐데 만약 미달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부도 입찰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조정을 하는 등 RPS제도 자체를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업계 관계자는 “신규인허가 물량이 줄어 입찰 미달이 예상됐으면 이격거리를 완화하는 등 태양광 보급이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사실상 지자체 민원으로 인해 신규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의무이행을 위해 공고물량만 늘린다는 것은 저장된 물없이 물탱크만 늘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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