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주서 8주년 기자회견 이주지원법 촉구
황분희 부위원장 "이제 국민이 관심을" 호소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가 천막농성 만 8년째인 25일 조속한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이주지원법) 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가 천막농성 만 8년째인 25일 조속한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이주지원법) 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투뉴스]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집과 논밭을 내놓았지만, 핵발전소 지역이란 이유로 팔리지 않습니다. (원전)최인접마을은 이사를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수용소가 됐습니다."

정부 차원의 이주지원을 요구하는 월성원자력발전소 인접마을 주민들의 천막농성이 25일로 만 8년째를 맞은 가운데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조속한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 개정으로 희망고문을 끝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대책위와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이날 경주시 북천길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가진 '천막농성 8주년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핵발전소 주민 이주지원 법률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소 인접주민 이주대책을 마련하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대책위는 2014년 8월 25일부터 월성원전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해 이날까지 만 8년째 한 자리서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에는 바스쿳툰작 UN인권 특별보고관, 이듬해에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2017년에는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이 각각 농성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었지만, 지난해 주민이주를 지원하는 발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 외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해 8월 양의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의원 13명의 서명을 받아 발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된 관련 법안 2건처럼 아직 법안상정 논의가 없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원전 최인접지역 주민의 고통이 충분히 사회에 전달될만큼 사회가 뒤늦은 화답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같은 요구가 몇몇 소수 인접주민만의 바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대책위는 "이주대책 요구가 몇몇 주민들 의견이라며 애써 외면하는 위정자들이 있지만, 이주지원법 통과를 촉구하는 주민은 나아리와 나산리, 봉길리 등 412명에 달한다. 농어촌 주민으로 8년 넘게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힘겨울 뿐"이라며 주민 서명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를 목도하면서 최인접마을에 사는 위험을 절감했고, 2016년 경주 지진으로 위험이 현실화 됐다"면서 "소변검사 결과 주민 모두가 삼중수소에 피폭되고 있다.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2016년 수행한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 집단이주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의하면 월성원전 인근주민의 71%는 이주를 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인접마을을 주민이주 지원이 가능한 간접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완충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황분희(73) 대책위 부위원장은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나가서 살게 해달란 것인데, 우리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인가.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상식으로 (대책마련이) 이렇게 오래걸릴 줄 몰랐다"면서 "주민 대부분이 70~90대 고령이다.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나. 이대로 이주법이 통과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 부위원장은 "시골사람들이 어떻게 법을 만드나. 답답해서 국회를 찾아다녔다. 전기는 대도시와 기업들이 다 쓰는데, 피해는 왜 이렇게 작은 마을들이 봐야하냐"고 따져물으면서 "피해를 준 쪽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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