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불…갈륨價 20% 껑충
국내 영향은 아직 제한적…수입선 다변화 지적도

[이투뉴스] 중국정부가 이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단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재작년 중국의 요소 수출통제로 대란을 겪어본 만큼 수급안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 소재로 쓰이는데,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는 양기욱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갈륨·게르마늄을 포함한 주요 수입의존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반도체협회, 디스플레이협회,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소부장 공급망센터, 희소금속센터(생산기술연구원), 광해광업공단 등 관련 업계가 총출동했다.

지난달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하고, 이달 1일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단 '수출금지'가 아닌 '수출제한' 조치다. 중국 내 모든 기업은 두 광물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상무부 허가를 거쳐야 한다. 지난달 6일 수줴팅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정부의 수출 통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면서 "수출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고 세계 주요 국가들 또한 보편적으로 일부 품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맞불조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생산장비 등의 중국수출을 금지했다. 미국이 반도체를 주지 않으니 그것을 만드는 재료를 넘겨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갈륨⸱게르마늄 국가별 수입액(단위 백만달러)
▲국내 갈륨⸱게르마늄 국가별 수입액(단위 백만달러)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세계 갈륨·게르마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광해광업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갈륨의 98%, 게르마늄은 68%를 생산하고 있다. 두 광물은 그 자체로도 매장돼 있지만 보통 아연·납·구리 등의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함께 나온다.

중국이 주요 비철금속 제품의 최대 생산국이기 때문에 두 광물 생산량 또한 자연스레 많다. 지난해 갈륨 생산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540톤으로 압도적이었으며 러시아(5톤), 일본(1톤)이 뒤를 이었다. 게르마늄 역시 2021년 기준으로 중국(95톤)이 가장 많았다. 

두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갈륨 수입액은 전체 440만달러(57억원)로, 이중 절반가량이 중국산(39%)이다. 게르마늄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하다. 한국은 작년에 전체 370만달러(48억원)의 게르마늄을 수입했다. 중국 비중이 89%에 달한다. 

가격도 뛰고 있다. 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코미스에 의하면 현재 갈륨 가격은 kg당 338.75달러(44만원, 갈륨메탈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와 비교할때 20%가 뛰었다. 게르마늄은 kg당 6850위안(124만원, 게르마늄 다이옥사이드 기준)으로 한달새 2%가량 올랐다. 

일단 정부와 업계는 이번 중국조치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에 갈륨이 쓰이긴 하지만 아직은 연구단계에 불과하고 사용처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갈륨은 한달치 이상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수출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체 수입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점검회의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갈륨‧게르마늄의 수급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유관기관과 연계해 애로사항을 해결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점검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우리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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