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통해 4대강 관련 정책 뒤집어
자연성 회복 조항도 모두 삭제, 시설개선 등 개발정책으로 전환

▲한국환경회의 및 금강-영산강 시민연대 관계자들이 공청회장 단상에 올라 정부가 졸속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환경회의)
▲한국환경회의 및 금강-영산강 시민연대 관계자들이 공청회장 단상에 올라 정부가 졸속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환경회의)

[이투뉴스] 정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을 넘어 나머지 보들 역시 모두 존치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한다. 여기에 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자연성 회복’ 대신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하천시설 개선으로 방향을 트는 등 사실상 전면 개편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앞세우는 에너지에 이어 환경정책까지 뒤집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에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공청회를 열어 ‘자연성 회복’을 물관리 기본방침으로 정한 이전 계획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변경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환경단체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령하면서 항의를 계속하자 1시간여 만에 결국 취소됐다.

앞서 환경부는 감사원이 “4대강 보 해체·개방 결정은 불합리·불공정한 결정"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자 5개 보의 해체 및 상시개방은 물론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겠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이달 초 국가물관리위를 열어 이를 추인한 바 있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물관리 관련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을 통해 ‘자연성 회복’을 ‘지속가능성 제고’로, ‘인공구조물’을 ‘하천시설’ 등으로 용어를 바꿨다. 5개 보 해체·개방 결정만 뒤집는 것이 아닌 4대강 사업 관련 모든 정책방향을 수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부록으로 담긴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을 통째로 들어내 신규 댐 건설을 물론 4대강 유역의 후속공사 시행의 근거도 마련했다. 한화진 장관이 밝힌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빠른시일 내 댐 신설과 (강)준설 등 과감한 치수대책을 마련할 계획”을 구체화한 셈이다.

심지어 “한강과 낙동강 11개 보는 사회·경제, 이수·치수, 수질·생태 등 다양한 측면의 모니터링과 면밀한 평가를 통해 보 처리방안을 마련한다”라는 방침까지 모두 없앴다. 4대강에 대한 이전 정부의 색깔을 모두 지운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폭우에서도 4대강 정비구역은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은 이미 확인된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서도 4대강을 비롯한 하천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며 개발정책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맨날 내세우는 과학적·객관적 접근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정책 뒤집기에만 매몰돼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환경영향평가 무력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4대강 사업까지 되살리는 등 수십년 만에 겨우 자리잡은 환경보전을 팽개치고, 다시 60년대식 개발론으로 흘러가는 듯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4대강 사업 되살리기에 나서자 일부 환경·시민단체와 유역 주민들이 소송에 나설 뜻도 비치고 있어 법적다툼으로 번질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공청회를 무산시킨 한국환경회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농사와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수량관리가 필요했던 산업화 시기로의 완벽한 회귀”라며 배덕효 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환경시민단체의 반발로 25일 열린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는 무산됐다.
▲환경시민단체의 반발로 25일 열린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는 결국 무산됐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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