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시장 조성 위한 ‘가스위원회’ 설립 공감대 확대
도매요금 결정 및 관련 법 제정 심의·의결 기능 가져야

국회에서 열린 ‘가스시장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이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가스시장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이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투뉴스]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도입이 2005년부터 부분적으로 허용돼 천연가스 시장구조가 변화되면서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도매시장과 배관시설을 운영하는데 따른 독점구조의 비효율성, 요금산정의 불투명성, 인프라 활용의 불공정성, 수급계획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며 중립적인 규제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크다. 

이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기능을 갖춘 규제기관인 ‘가스위원회’ 설립을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데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국은 중립감독기구를 운용하며 규제기관의 결정사항을 주무부처가 번복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법원 판결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번복 또는 재심의를 허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독립적 의사 결정권한을 갖는 ‘가스위원회’ 설립의 당위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국회의원은이 주최해 열린 ‘가스시장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공론의 장에 올랐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뿐 아니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스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토론회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자가 모두 ‘가스위원회’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측만 참석하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민생 가스요금 투명화를 위한 감독기구 설치방안 연구’를 부제로 열린 이날 정책토론회는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의 ‘천연가스시장 중립감독기구 필요성 및 해외사례’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의 “국내 천연가스 시장에 필요한 가스위원회 운영방안‘을 주제로 발표와 함께 패널토론이 이뤄졌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는 주제발표에 나섰던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과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을 비롯해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김정윤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독점구조 비효율성, 인프라 활용 불공정성

주제발표에 나선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2010년대 이후 꾸준한 LNG직수입 물량 증가로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에너지 新안보 체제가 구축됐음에 불구하고 단일 기관이 도매시장과 배관시설운영을 독점하는 구조 하에서 비효율적 자원 배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법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 밝혔듯이 한국가스공사가 산출하는 천연가스 공급비용의 세부 항목이 불투명하고 그 절차도 공개되지 않아 요금 결정구조를 투명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해외 주요국은 실시간 배관망의 이용 상황 및 접근 가능 여부 대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공개해 실질적 제 3자 접속 권한을 보장하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서 인프라 활용의 불공정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직격했다. 

장 실장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가스관련 중립감독기구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도 가스요금 안정과 국가 인프라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가스위원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천연가스 수급계획과 실제 사용량과의 오차가 커지는 것은 가스공사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결국 이 비용은 가스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민간과 공공이 서로 협력체계를 다져 정교한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가 천연가스 신산업을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가소비용 직도입을 넘어 천연가스 산업 내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LNG 벙커링 사업, 청정수소 사업, 냉열에너지 활용 사업 등 민간부문이 미래 신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가스배관 건설·운영에 관한 사업부문을 분리해 망 산업의 중립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진흥과 규제를 통합으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과 같이 규제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공정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르면 가스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적 의사결정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가스위원회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하되 최종 의결 권한을 장관이 아닌 가스위원회가 가져 가스위원회 결정을 산업부가 번복하지 못하도록 법률에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차관급위원은 실장급이지만, 가스위원회는 장관급 위원장 및 차관급 위원장으로 해 최고 의결기구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국도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연방전력규제위원회(FERC) 결정은 대통령과 의회가 번복할 수 없으며 연방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만 번복이 가능하다. 또 독일은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의 최종 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인 BMWi에서도 번복이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유 학장은 특히 가스위원회가 천연가스 부문의 효율화 및 선진화에 기여하면서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요금결정권 및 관련 법 제정 심의·의결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사업의 허가, 천연가스 수급계획, 천연가스 공급규정 제 개정, 도시가스사업법 등 각종 천연가스 관련 법령 및 규정, 가스도매요금 총괄원가 산정 등에 대한 심의·의결 기능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수급계획의 경우 현재 한국가스공사가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사업자를 배제하고 가스위원회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이와 함께 가스시장 중립감독기구로 ‘가스위원회’를 설립·운영한 이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가스·전기위원회’를 통합해 두 분야를 통합적으로 관리·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규제기관이 에너지 주무부처 산하에 소속됨으로써 정책과 규제의 융합을 추구하면서 전력을 포함한 유틸리티 산업 전반을 규제하되 특히 가스 및 전기의 규제는 통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요국의 경우 미국 FERC, 영국 GEMA, 독일 BNetza, 일본 EGC 모두 에너지 주무부처 산하로 조직돼 있으며, 에너지 규제기관이 전기와 가스를 동시에 규제하고 있다. 

◆공정·투명한 운영을 위한 관리·감독 절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한 패널들도 독립적 기능의 가스위원회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에너지요금 포퓰리즘에 의해 에너지시장이 왜곡되고 있으며, 공공부문의 부채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독립된 규제위원회에서 정당한 가스 요금 결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발전회사들의 직수입이 증가하고 있고, 전력시장과 글로벌 가스시장의 연관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용헌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LNG는 화석연료 중 유일하게 미래 전망이 있는 에너지 연료이며 이미 LNG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공급자-소비자 1:1구조의 장기계약 구조가 서서히 바뀌어 다수의 소비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제한적인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의 비대칭으로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가스공급업체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관리·감독해 경제나 소비자에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독점적 관행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정윤 산업부 가스산업과 서기관은 올해 상반기 가스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라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스시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스위원회의 경우 주요국 등 다양한 해외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와 해외시장의 차이가 구조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장·단점을 세밀히 검토해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마련토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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