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매개로 전 세계인 교류의 장… 한글의 확장 가능성 확인

한글누리가 개최한 ‘한글페스타2023’의 수장자들과 김주원 한글누리연구소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글누리가 개최한 ‘한글페스타2023’의 수장자들과 김주원 한글누리연구소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투뉴스] 재단법인 ‘한글누리’가 ‘세계인이 함께 쓰는 한글’을 주제로 개최한 영상 공모전 <한글 페스타 2023>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한글 페스타 2023>은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한글’로 표기해 봄으로써 전 세계가 소통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취지로 개최됐다. 

전 세계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노래 가사 쓰기, 이야기 쓰기, 훈민정음 서문 낭독하고 번역하여 쓰기 등 세 분야로 응모를 받았다. 노래 가사 쓰기는 ‘반짝반짝 작은별’이라는 동요를 활용해, 참가자가 이 노래의 모어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쓰고, 써 있는 발음대로 노래 부르는 영상을 만들어 제출하도록 했다. 이야기 쓰기는 ‘바람과 해님’이라는 동화가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되 노래 대신 이야기하는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훈민정음 서문 낭독하고 번역해 쓰기는 한국어 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선생님 도전’ 분야로, ‘나랏말??미’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서문을 원문 그대로 읽고, 훈민정음 서문을 모어로 번역한 뒤 모어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써 이를 읽는 영상을 제작해 참가토록 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모어를 한글로 표기해보는 유례없는 시도로 더욱 의미 있었던 이번 페스타는 33개 언어를 사용하는 총 45개국에서 193개 작품이 제출돼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이 중에서 표기법의 정확성과 효율성, 참신성, 영상의 예술성 등을 고려해 최고상인 ‘으뜸상(한글누리 이사장상)’을 비롯해 ‘한글학회 이사장상’, ‘버금상’ 등 36개 국가, 28개 언어로 된 99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상별로 으뜸상에는 5000달러, 한글학회 이사장상과 한글누리연구소 소장상,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상은 각각 2000달러, 버금상에는 1000달러 등 총 3만1000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참가작 중 1위인 ‘으뜸상’은 에콰도르의 ‘크리셀 에스피나르’씨가 이야기 쓰기 분야에 응모한 작품이 선정됐다. 모어인 스페인어로 ‘바람과 해님’을 이야기한 이 작품은 특히 현대 한글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훈민정음의 옛글자 형을 참고해 참신한 표기를 고안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ㆄ’, ‘ㅸ’, 'ㆀ' 등 우리나라 15세기 중세 문헌에서나 볼 수 있는 글자를 활용해 스페인어 특유의 발음을 표기할 정도로 독창적이다. 또한 한글을 사용해 모어의 음절 표기 방식을 유지한 점도 흥미롭다. extremos에 해당하는 글자를 ‘엓뜨레못’으로 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2위에 해당하는 ‘한글누리연구소 소장상’과 ‘한글학회 이사장상’,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상’은 각각 이야기 쓰기 분야에 응모한 에콰도르국적의 ‘후아나 카롤리나 갈린도 말도나도’씨와 훈민정음 서문 낭독 분야로 참가한 중국 국적의 ‘황웬리’씨, 그리고 노래 가사 쓰기 분야에 응모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인디아스완 트가르 수리야닝탸스’씨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모어에 있는 소리를 한글을 이용해 독창적으로 표기한 점이 돋보인다. 이 외에도 3위인 ‘버금상’은 파나마 국적으로 노래 가사 쓰기 분야에 도전한 ‘로드리게스 까나스코 히메나 안드레아’씨, 나이지리아 국적으로 이야기 쓰기 분야에 응모한 ‘아디군 아데론케 오두나요’씨, 중국 국적으로 훈민정음 서문 낭독 분야에 참가한 ‘타오밍후이’ 씨 등 5명에게 수상됐다. 

이번 공모전에 투고된 작품들은 한글을 사용해 자신의 모어에 가깝게 한국어식 발음을 적는 기초적인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한글 표기법을 자신의 모어의 말소리 구조에 최대한 맞추어 한국어식 표기법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한국어를 이용한 외국어 표기법’을 보여주는 표현하는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을 보였다. 

응모자들의 한글 학습 경력 또한 한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부터 5년 이상 배운 사람들도 다수 포함되어 높아진 한글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또한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영상에 담아낸 작품들도 많아 신선한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글 페스타 2023의 수상작들은 10월 9일부터 한글 페스타 홈페이지(https://www.hangeul-festa.org)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글누리연구소는 성공적으로 진행된 올해 페스타를 세계적인 한글 잔치로 이어갈 계획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이용한 자신의 언어 표기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글이 한국어의 한계를 넘어서 여러 언어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표기의 확장성을 갖추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갈 예정인 것. 또한 내년에도 ‘한글 페스타 2024’라는 명칭으로 5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주원 한글누리연구소 소장은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사랑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하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한류가 강력한 기류임을 확인했다"며 "각 문화의 차이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글이 뛰어난 표음성을 기반으로 세계의 표기 문자로서 한글의 확산 가능성을 지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글누리 산하의 한글누리연구소는 ‘훈민정음과 한글’을 연구하는 연구소로 세계공용문자로서의 한글의 확장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한글 페스타를 개최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되살려, 한글의 우수한 표음성을 이용해 세계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 위한 ‘한글 나눔’이기도 하다. 일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존하기 위하여 한글을 사용한다면 이는 인류의 보물인 각 개별 언어를 보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류 문화를 보전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경동나비엔은 이처럼 한글의 사용 확대에 함께하기 위해 ‘한글누리’를 후원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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