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기업 중 상당수 포화수요 넘겨, 선발주자도 증가세 꾸준
​​​​​​​열원부족 및 설비 노후화 따른 열병합발전 증설 필요성 커져

한국지역난방공사 분당본사 및 남동발전의 분당열병합발전소 전경.
한국지역난방공사 분당본사 및 남동발전의 분당열병합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국내 지역난방부문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그동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어 왔다. 사업 태동단계부터 몫 좋은 공급권역을 확보한 선발업체는 여유 있게 사업을 펼쳐왔지만, 후발주자들은 오랫동안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성격을 띤 만큼 초기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는 대신 회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물론 부익부 빈익빈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세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먼저 노른자위를 잡은 선발업체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단위 택지개발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넓은 공급권역 인근에서 지속적인 수요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주자만 달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설립한 후발업체 중 상당수도 최초허가 당시의 포화수요에 도달했다. 여기에 인근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사업권 확보로 처음 목표를 훌쩍 넘은 사업자도 부지기수다. 한난, GS파워, 서울에너지공사라는 빅3에 그쳤던 10만호 돌파업체도 4곳이 더 늘었다. 일부는 M&A(흡수·합병)를 통해 규모를 키웠다.

반면 포화수요는 도달했으나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하는 구역전기 등 소규모 사업자는 여전히 빈곤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애시당초 도시 확장이 쉽지 않은 아일랜드형 사업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구조조정을 비롯해 인위적인 개편 없이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화수요를 넘어서면서 부족해진 열공급능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곳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선발업체는 열병합발전소 등 열원시설 개체를, 후발업체는 증설 또는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허가부터 민원까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갈수록 단순히 수치상의 열원 채우기가 아닌 공급안정성과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열원시설 확보도 필수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10년 만에 공급세대수 146만호 증가

아직 최종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해말 기준 국내 지역난방 공급세대수(지역난방+산업단지 병행부문 포함)는 모두 367만8000호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말 공급세대수 352만5000호에 비해 1년새 15만3000호가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2년 말 공급세대인 222만호와 비교하면 65.7%, 145만8000호가 늘었다.

주요 업체별로 살펴보면 우선 최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12년 121만2000호에서 2022년말 180만호로 59만호 가깝게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공급권역이 워낙 넓은 데다 인근에 중소규모 택지개발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동의 2위인 GS파워 역시 2012년 30만호에서 2022년말 40만3000호로 10만호 이상 증가했다. 역시 공급지역 인근의 꾸준한 수요개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에너지공사는 2012년 24만2000호에서 2022년말 26만1900세대로 2만호 증가에 그쳤다. 여유 열원이 충분치 않은데다 마곡지구 수요는 늘었으나 노원지역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후발주자 중에선 청라에너지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2012년말 6만1000호에서 10년 만에 15만5000호로 9만4000호가 늘어 단숨에 4위로 떠올랐다. 대륜발전(합병에 따라 별내에너지 포함) 역시 2012년 1만6600호에서 2012년 13만7000호로 12만호가 증가했다. 2012년 1만1000호에 그치던 나래에너지서비스(위례에너지서비스 포함)도 10년새 13만4700호로 증가하는 등 공급세대가 12만호 넘게 폭증했다.

안산도시개발은 2012년 5만3300호에서 2022년 11만2000호로, 10만호 돌파업체에 들어갔다. 이어 인천종합에너지 역시 2012년 2만1300호에서 2022년말 7만3700호로 늘었다. 인천 논현지구를 공급하는 6만9700호의 위드인천에너지(미래엔인천에너지)를 사들인 만큼 인천종합에너지도 머지않아 14만3400만호를 공급하는 5위권 회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이밖에 휴세스(6만5600호)도 6만호를 돌파했고, 평택에너지서비스(4만7600호)와 DS파워(4만800호)도 4만호를 넘어섰다. 전체적으로 2012년에는 공급세대 3만호를 넘는 지역난방사업자가 7곳에 불과했으나, 작년말에는 모두 14곳(합병 이전 16곳)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공급세대수가 증가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이후 대규모 신도시가 나오지 않는 대신 중소규모 택지로 도시개발 형태가 바뀐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개별적으로는 경제성이 없지만 공급권역과 가까운 택지지구에 대한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상당수 업체가 규모의 경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아직 공급세대 1만호를 넘지 못 한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사업자도 7곳에 달한다. 여기에 최소 규모로 여기는 3만호를 넘지 못한 업체 역시 8곳으로, 두자릿 수를 훌쩍 뛰어넘는 집단에너지사업자가 힘들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힘든 시기 지났지만 넘어야 할 산도
일단 포화수요를 넘겼다 할지라도 뛰어오른 열 생산원가 대비 낮은 열요금으로 적자를 보는 집단에너지업체가 흑자기업보다 아직은 많다. 대규모 투자비를 조달하기 위한 차입경영으로 상당수 사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여전하다. 다만 열요금만 정상화된다면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지역난방사업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점차 벗어나고 있는 등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아일랜드형 소규모 사업자다. 이들 사업자 역시 허가 당시의 목표수요에는 모두 도달했다. 하지만 경제성을 갖출만 한 규모가 되지 않아 여전히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을 비롯해 더 이상 늦지 않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이 어느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등 급한 고비는 넘긴 만큼 이제 다른 관점에서 집단에너지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순위로 원가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열요금의 구조적인 문제 해소가 꼽힌다. 사업자 발목을 잡는 열요금제도와 분산편익 대비 미흡한 보상체계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급세대가 증가하면서 열 공급물량 부족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규모 사업지구는 수요를 감안한 별도 열원시설을 갖추지만, 공급세대가 천천히 증가하면서 닥치는 열원 부족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상당수 업체가 열병합발전소 증설 또는 신설(개체)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적잖은 업체의 경우 열연계를 통한 부족분 해소가 한계에 도달하는 등 신규열원 증설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열원 확보에 있어서도 당장의 공급안정성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가격 및 미래 경쟁력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원전 및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감안하고, 많은 에너지원과의 접목 및 연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갈수록 거세지는 지역주민의 열원시설 반대민원도 넘어야할 숙제다.

정부가 과연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원 증설을 위한 변경허가를 순탄하게 수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력당국이 석탄을 폐지한 발전자회사에 우선적으로 가스복합화력을 내주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특히 가급적 수요가 많은 지역에 열병합발전소 형태를 짓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어 긴장하는 눈치다.

이미 상당수 한전 발전자회사(GENCO)가 기존 사업자와 손을 잡거나 별도 SPC를 설립하는 형태로 집단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집단에너지업계에선 이를 장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기공급이 주목적인 발전소와 열과 전기의 생산 최적화가 더 중요한 집단에너지사업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집단에너지업체 CEO는 “전기생산 위주의 복합화력을 건설한 다음 주변에서 열이 필요하면 배열을 공급하는 되지 않느냐는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발전용량부터 설비구성까지 열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는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전문성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GS파워의 안양열병합발전소 개체공사 당시 항공사진.
GS파워의 안양열병합발전소 개체공사 당시 항공사진.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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