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포항지원, 피해주민 5만명이 제기한 소송 1심 선고
지진-여진 모두 겪은 주민은 300만원, 한 번은 200만원 배상

포항 지열발전사업 위치도
포항 지열발전사업 위치도

[이투뉴스] 2017년 포항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진피해 주민들이 지열발전 관계자와 국가 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열발전으로 인해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부는 16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등 지진피해를 본 포항시민 4만8000여명이 국가와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1인당 200만∼300만원씩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1심 판결은 지진이 발생한 지 5년 1개월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의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는 300만원,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유에 대해선 “흥해읍에서 추진한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포항 흥해읍 지열발전소 공사는 자원개발업체인 넥스지오와 포스코·한국수력원자력·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2016년 6월 시험발전을 시작했고, 2017년 12월 상업운전할 예정이었으나 한 달을 앞두고 발전소와 600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2018년 10월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며 포항지진피해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정부조사단은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조사단은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지진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결과가 나오자 소송인단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최초 71명에서 2020년 말에는 5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포항시민 10%가 집단소송에 동참했다. 또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내년 3월(시효 5년)까지 소송을 낼 수 있어 참여인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법원이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 지진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진으로 고통을 겪은 포항시민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판단으로, 나머지 주민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7년 11월 15일 포항의 지열 발전사업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18명(사망 1명, 부상 117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특히 피해구제 접수 결과 11만 건의 피해가 확인되는 등 한반도 지진재난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기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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