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직수입자 제3자 판매허용 vs “민영화 첫발” 반발
LPG공급자 평가전담제 격돌, 1톤 트럭시장 ‘LPG’ 붐 

올 한 해 가스산업은 정책, 제도, 시장적 측면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변화의 물결이 거셌다. 사진은 인천 LNG기지와 LPG충전소 전경.
올 한 해 가스산업은 정책, 제도, 시장적 측면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변화의 물결이 거셌다. 사진은 인천 LNG기지와 LPG충전소 전경.

[이투뉴스] 올 한 해 가스산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변혁이 바람이 거셌다. 그만큼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라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서 화석연료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 시장이나 정책·제도적 측면에서 생존하고, 또 지속성장을 꾀하려는 진통이 컸던 셈이다. 

천연가스 부문의 경우 큰 틀을 바꾸려는 정책과 제도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민간LNG직수입 비중이 늘어나면서 독점적 공급자인 한국가스공사와의 경쟁제한적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진 반면 에너지 공공성 확보와 민간LNG직수입사업자의 체리피킹은 여전한 숙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 LNG직수입자에게도 비축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제3자에 판매를 허용하는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본회의를 남겨놓았다. 지난해 8월과 12월, 올해 3월 발의된 각각의 법안을 통합해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다만 비축의무에 따른 저장시설 등록요건, 제3자 처분 대상물량 및 기간 등 구체적 기준은 명시되지 않아 추후 도시가스사업법이나 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를 비롯해 관련업계, 학계, 전문기관 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민간LNG직수입자들이 한국가스공사의 배관망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관망 이용에 대한 사항 전반을 중립적으로 관장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가 신설·운용된다.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배관망 운영의 중립성을 높이고, 배관시설 이용에 필요한 정보의 공개를 확대해 민간의 이용 편의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LNG직수입자의 제3자 판매허용이 사실상 천연가스 시장 민영화의 첫발이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투쟁을 선언해 향후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공성에 큰 틈이 생겨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이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민간LNG직수입자들이 LNG가격이 비싼 시황에서 체리피킹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한국가스공사가 비싼 현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국정감사에서 수면위로 떠오른 이 같은 비난의 근거가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라는 점에서 파장이 다르다.   

천연가스 도입·수급·요금 등 천연가스산업을 독립적·중립적으로 총괄하는 ‘가스위원회’ 설치는 관련법안이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민간LNG직수입자들이 천연가스산업의 공정성·투명성을 위해 가스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부정적 입장이어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 부문에서는 그동안 시급성이 강조되면서도 투자보수에 대한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아 안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30년 이상 장기사용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제도정비가 마무리됐다. 30년 이상 오랜 도시가스배관은 현재 4259㎞로 전체 배관 5만167㎞의 약 8% 수준이지만 향후 급격하게 늘어나 5년 후 1만1502㎞로 전체 배관의 30% 이상, 10년 후에는 1만8780㎞로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사용설비에 대한 안전투자는 경제성이 없다보니 민간기업인 도시가스사의 자발적 투자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신규수요를 통한 경제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투자비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후 도시가스배관 안전투자를 촉진해달라는 지자체 및 국회 차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결국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이 이뤄졌다. 시·도별 미공급지역 투자확대를 위해 적정투자보수 가산, 최대 3%를 인정하고 있으며, 가산투자보수율로 산정된 금액의 1.5배 및 사업자는 해당금액의 50% 추가 투자는 미공급지역 보급에만 투자해야 하고 미이행 금액은 차년도 공급비용 산정 때 차감토록 하고 있는데, 이를 장기사용설비 안전투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동안 2년 넘게 도시가스사, 노조, 지자체, 산업부가 얽히고설키며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던 가스사용자 소유·점유 부지의 도시가스배관 안전점검원 문제가 법원 판결이 내려지며 일단락됐다. 도시가스사가 안전점검원을 선임해야 할 배관을 누락시켜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며 공익감사가 청구됐고, 이에 서울시가 도시가스사에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법원이 과태료 부과가 합당하지 못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시행령 규정의 모호한 해석이 빚은 문제라는 판단으로 여러 해석의 여지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시행령을 명확하게 개정하라는 주문도 뒤따라 주무부서인 산업부의 후속조치가 요구된다.  

LPG 부문에서는 갈수록 경영환경이 힘들어지는 만큼 활로를 찾는 고민과 함께 갈등도 이어졌다. 올해 9월 판매단가 인상, 거래처 물량침탈 금지 담합 등 ‘짬짜미’에 나선 4개 제주 LPG충전사업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5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함께 담합을 주도한 2개 사업자가 검찰에 고발되는 철퇴를 맞았다. 

이들 제주도 4개 LPG충전사업자는 지역 내 140여개 판매점에 LPG를 도매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실상 제주지역 프로판 도매시장을 4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주도 4개 LPG 충전사업자들은 2020년 3월부터 제주도에서도 공급되기 시작한 LNG로 인한 전반적인 사업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였고, 이후 2020년 8월경부터 가격경쟁을 중단하고 LPG 판매단가를 인상해 나가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LPG충전·판매사업자의 공급자의무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전담팀을 통해 확인·평가하는 이른바 LPG공급자 평가전담제 도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안전 차원에서 법적으로 준수해야 할 LPG판매사업자의 공급자의무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는 당위성에 맞서 사실상 또 다른 규제이며 가스안전공사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려는 부당한 조치라는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각각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공급자의무 준수 이행을 촉진하겠다는 가스안전공사의 정책적 의지가 LPG충전·판매사업자 반발 속에서 내년에 어떤 행보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며 고심이 컸던 수송용 LPG시장에 드디어 훈풍이 불며 기대감을 키웠다.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1톤 트럭 시장에 신형 LPG 트럭이 출시되며 각광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디젤 1톤 트럭이 단종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LPG 2.5 터보 엔진을 탑재한 1톤 트럭 포터2와 봉고3를 선보였다. 

지난 2011년부터 10여 년간 이어온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첫 선을 보인 LPG 2.5 터보 엔진은 저속에서의 토크를 개선하고 출력 159마력의 우수한 동력성능을 제공한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긍정적 인식, 디젤 엔진보다 높아진 출력, 저렴한 연료비, LPG엔진 차량의 정숙한 승차감 등에 힘입어 신형 LPG트럭은 출시 일주일 만에 계약물량이 3만대를 넘어섰다. 연간 약 15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1톤 트럭 주력차종이 LPG로 전환됨으로써 대기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기 분야에서는 4계절 가전으로 변신하는 보일러제조사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 IT기술의 발전 등으로 보일러가 트렌디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소비자의 사용 패턴에 친환경·고효율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정책이 더해지면서 보일러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며 기술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제품이 아닌 ‘사계절 가전’으로 변화하는 동시에 AI 기능을 접목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이제 보일러는 단순한 난방설비가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스마트 가전으로 진화의 속도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