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센터장, '남북에너지협력 세미나' 발제
정유시설 개보수사업, 주유소 시범사업 제언

제13차 남북에너지협력 전문가 세미나에서 '담대한 구상 초기단계의 남북 에너지협력'을 주제로 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원 센터장. 
제13차 남북에너지협력 전문가 세미나에서 '담대한 구상 초기단계의 남북 에너지협력'을 주제로 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원 센터장. 

[이투뉴스] "현재 북한은 무연탄·수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로, 석유소비는 극히 미미하다. 국내 석유소비량의 1%가 안 되는 수준이다.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향후 가장 많이 커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협력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원 센터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13차 남북에너지협력 전문가 세미나'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 석유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석유설비 노후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 북한에는 평안북도 신의주 부근 봉화화학 정유소와 나선특별시(나진·선봉) 부근 승리화학 정유소 등 2개 정유시설이 있다. 정제 규모는 하루 3만배럴, 4만배럴로 각각 중국과 러시아에서 원유를 들여온다. 

정 센터장은 "규모가 작은데도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봉화화학은 가동이 30%에 불과하고, 심지어 승리화학은 2010년 이후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게다가 대부분 1970년대에 만들어져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두곳 모두 설비 개선사업이 필요하지만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봉화화학은 내륙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제약이 많다. 중국산 말고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면 승리화학은 해안에 있어 이러한 부분에선 자유롭다. 다만 현재 방치돼 있는 만큼 초기투자비가 클 수 있다. 봉화화학은 정부 주도로, 승리화학은 민간이 나서는 방식이 좋아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석유유통망 확충을 위해 주유소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정 센터장에 의하면 현재 북한 내 석유유통시장은 규모가 작다. 석유가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배급받는 공공재 개념이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 150여개 주유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불법 민간 석유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본인에게 할당된 석유만을 구매해야 하지만 불법 민간시장이 형성돼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면서 "관공서나 군대 등이 석유를 공급하고 민간에서 사가는 형태다. 분명한 불법이지만 통상적으로 석유거래시장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석유수요 급증에 대비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평양과 나선 등에서 시범주유소를 운영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주요 대도시 및 공단지역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인도적 차원에서의 무상 지원사업도 제안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에서 LPG가 보급되고는 있으나 아직 보급율은 낮은 상태다. 농촌을 중심으로 취사용 프로판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협력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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