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서 가격경쟁력이 입찰 좌우
태양광 이어 해상풍력 기자재 중국産 잠식 우려
국내기업, 기술협업·적극투자로 경쟁력 확보 총력

LS마린솔루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
LS마린솔루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

[이투뉴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우선 국내 시장이 안정화돼야 한다. 해상풍력 시장이 형성됐으나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저가제품에 잠식되면 국내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된다.”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서 중국 등 해외저가 기자재를 사용한 프로젝트가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통과하면서 국내산업을 지켜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신안우이(390MW), 영광낙월(364.8MW), 완도금일(210MW), 완도금일2(390MW), 고창(76.2MW) 등 5개 프로젝트(1431MW)가 낙찰됐다.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는 당초 공고 1500MW보다 567MW 많은 2067MW(8개 사업)가 참여했으며, 평가 과정에서 안마해상풍력1·2와 한동·평대해상풍력이 통과하지 못했다.

이는 평가 기준에서 가격요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공고한 사업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평가항목은 입찰가격 60점과 비가격요소 40점으로 구성됐다.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평가과정에서 주민수용성, 전력계통 영향, 터빈,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시공, 국내 관련투자 등 다양한 산업 경제 기여도(40%)를 반영했음에도 국산 기자재뿐 아니라 중국 에너지건설유한공사 등 해외기자재를 사용하기로한 영광낙월해상풍력이 낙찰됐다. 

영광낙월해상풍력뿐 아니라 중국산 터빈이 설치되기로 한 고창해상풍력 또한 낙찰되는 등 중국을 비롯한 해외기자재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중국산 등 저가 해외기자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은 경쟁입찰이 가격경쟁 유도를 위해 상한가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져 저가 해외기자재의 경쟁력이 올랐다.

경제성과 산업 가속화를 우선하다보니 오히려 국내기업이 설 자리가 줄어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풍력과 함께 재생에너지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태양광 또한 이미 중국산 저가 모듈에 밀려 국내외에서 국내모듈기업이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해상풍력 입찰물량이 2022년 99MW과 비교해 14배 이상 늘어난 호재에도 불구 당분간 잡음이 끊기지 않을 예정이다.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산업이 아직 초기임을 감안해 내수시장 확보 중요성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산업 초기 가격경쟁력에 중점을 두게되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측면에서 시장을 선도해가고 있는 중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해상풍력을 빠르게 늘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상풍력발전용량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 풍력 공급망 기업들도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과 생산능력을 구축해 왔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상풍력이 들어서기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기존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환경과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달리 해상풍력을 적극 활용할 경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업의 자체적인 해상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자체적인 움직임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SK오션플랜트는 국내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 기업들과 ‘SK오션 해상풍력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국내 대·중견·중소기업이 함께하는 ‘K-해상풍력 협의체’를 마련했다.

SK오션 해상풍력 얼라이언스에는 상상인인더스트리, 동국S&C, 삼일C&S, 건화공업, 유일중공업, 금강중공업, 윈앤피 등 24개사가 참여했다. 참여 기업은 국내 해상풍력 시장 활성화와 빠르게 국내외 하부구조물 수요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유수한 국내 여러 해상풍력 기자재 기업이 참여한만큼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내 해상풍력 제조 관련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저케이블에서도 속도가 나고 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모두 해저케이블 시공역량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LS전선은 LS전선아시아 사명을 LS에코에너지로 변경하고 해저케이블로 사업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발전기에 사용되는 주재료 중 하나인 희토류사업도 추진한다. 특히 전기차, 풍력발전기, 로봇 등에 사용되는 네오디움을 국내외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네오디움은 중국에서 90%이상이 생산돼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LS마린솔루션도 지난해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에 힘입어 해저케이블산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S마린솔루션은 이미 LS전선과 협력해 진행한 제주 3연계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을 통해 실적을 크게 늘렸다.

대한전선도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서 낙찰된 영광낙월 해상풍력발전에 해저케이블과 관련 자재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해저케이블 제조를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500억원을 들여 해저케이블 시공을 위한 포설선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 확대와 함께 국내 해저케이블산업 1~2위 자리를 앞다투고 있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사업에 적극 투자를 벌이며 각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다만 중국 등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해상풍력이 속도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복잡한 인허가를 포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러 있었기 때문이다. 입지발굴부터 사전조사, 발전사업허가, 발전단지 기본설계, 사업 인허가 절차, 단지 상세설계, 공사계획인가만 거쳐도 착공까지 5년 이상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전력계통 외부망 REC 가중치 산정 관련 연계거리 기준 불명확 ▶군 전파·작전성 사전입지컨설팅 제한 ▶블레이드 채색 규제 ▶국제기준과 다른 해상교통안전진단 ▶해양공간관리계획법 상 에너지개발구역 부재 ▶게통접속 문제도 있었다.

지난 2021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이 논의 및 발의도 이뤄지고 있다. 특별법 제정 추진을 통해 원스톱샵을 도입하고, 인허가를 간소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발전지구에 대해 인허가 등 풍력발전 전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민·관 전문가 약 200명으로 구성된 ‘풍력산업 혁신포럼’을 발족하는 등 정부차원에서도 국내 풍력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을 거쳐 해상풍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 산업에서나 그렇듯 국내시장이 안정화돼야 수출산업을 형성할 수 있다. 그간 국내에서 기업, 협단체 등이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만큼 국내기업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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