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장준영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위원장
시멘트업계 특혜와 차별 없애야 탄소중립·자원순환 선순환

"기울어진 운동장 이용해 폐기물 독식…자원순환 고사 위기"

장준영 위원장
장준영 위원장

[이투뉴스]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자원순환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연료로 폐비닐 등 폐기물을 대거 사용하면서 기존 재활용 및 소각·에너지화 업체로 가야 하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시멘트업계가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연료비 절감효과가 커지자 우월적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반입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환경기초시설 및 자원순환 관련 11개 단체가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유다.

소성로에는 오래전부터 적잖은 폐기물이 들어갔다. 석탄재를 비롯해 각종 오니, 폐타이어 등이 원료 형태로 사용됐다. 원료가 아닌 연료로 폐기물을 본격 사용한 것은 방치폐기물 대란이 일어나면서다. ‘의성 쓰레기산’으로 불리는 방치폐기물을 시멘트업계가 처리하면서 맛을 들였다. 2019년 137만톤에 불과하던 가연성 폐기물 반입량이 2021년 224만톤, 최근에는 300만톤을 넘어섰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심지어 2030년까지 유연탄을 100% 폐기물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자원순환업계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면서 이를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포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 큰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비롯해 저감설비 설치 등에서 소각업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소각처리임에도 시멘트업계만 재활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만난 장준영 환경자원순환생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싹쓸이를 탄소중립이나 ESG로 포장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납득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쓰레기를 태우면서 오염물질 배출이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역시 더 배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마디로 ‘명백한 그린워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경쟁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경쟁할 수도 없거니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자원순환과 시멘트 업계가 생생할 수 있도록 정책·제도 개선에 나서는 한편 중립적인 위치에서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환경자원순환업계의 역할은?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과 공장도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결국 쓰레기든, 폐기물이든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버려진 것들이다. 폐기물 정의가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 없게 된 물질이라는 의미인데 환경자원순환업계는 버려진 폐기물이 최대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재이용-재사용-재활용-에너지화 등의 선순환을 통해 기후위기, 탄소중립 시대의 순환경제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시멘트 공장에서 기존 열원인 유연탄을 대체해 무분별하게 폐자원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원순환업계보다 각종 특혜를 받아 시멘트 공장으로의 폐기물 쏠림 현상이 심화, 재활용체계 근간이 흔들리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환경자원순환업계는 원료확보가 어려워 가동률을 대폭 줄여야 하는 등 적자운영은 물론 존폐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시멘트업계가 직·간접으로 10곳이 넘는 폐기물 수집·선별장을 인수하면서 양질의 폐비닐 원료까지 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자원을 싹쓸이하겠다는 기세를 보여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폐기물 자원순환의 최우선순위인 물질재활용업계는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고 폐자원 원료확보가 갈수록 어려워 운반비를 지급하는 곳까지 생기는 등 심한 경우 웃돈을 주면서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열분해업계도 반입되는 폐자원 성상 및 품질이 다시 소각장으로 보내야 할 정도로 좋지 않고 이로 인해 회수율 저하, 잔재물 처리, 시설 고장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심지어 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이 참여하는 열분해 사업에도 원료수급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고형연료 중 파·분쇄만 거치는 비성형 SRF는 현재 시멘트공장에 대체연료로 보내는 신분세탁소로 변질됐다. 재활용이 불가한 잔여 폐기물을 열에너지로 생산하는 소각업계는 원료확보 비용이 오르면서(입찰단가 하락으로 인한 보조금 축소) 타산이 맞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는 등 업계 대부분이 고사 우려에 처해 있다.

◇시멘트업계가 폐기물을 처리하면 문제가 있나?
누구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지켜야 할 법과 기준이 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다 피해갈 수 있는 구조다. 중금속을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타 설비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여기에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한 양질의 폐플라스틱과 비닐을 잔재폐기물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시멘트공장으로 가져가고 있다. 일반 폐기물로는 부족한 열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선별장을 인수하는 곳이 늘고 있다. 모업체의 경우 인수한 선별장이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폐기물 사용은 탄소중립을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자원순환업계와 시민환경단체, 지역주민까지 모두가 시멘트공장의 오염·피해 문제를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이라는 대기업의 주장에 현혹돼 정부가 지원 자세를 취하는 실상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미 EU는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대량 사용은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데도 ‘그린투자로 분칠하는 행위’라는 보고서를 냈듯이 명백한 그린워싱이다.

특히 우리나라 시멘트업계는 당초 1대 1 비율로 폐기물을 유연탄으로 대체하는 것처럼 말하다 최근 2대 1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사실상 유연탄 감소량에 비해 폐기물 사용량이 3배가 늘었다. 최소발열량인 4500kcal/kg에 미달하는 쓰레기를 대규모로 태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유연탄 대체에 대한 영향이 미미한데도 연료비 차액만 따먹음으로써 정부의 순환경제 탄소중립 정책을 역행하고 있다.

◇자원순환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소각을 통해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각업계나 많은 쓰레기를 태워 유연탄을 대체하는 시멘트공장이나 처리방식은 동일하지만 한 곳은 폐기물처리로, 시멘트는 재활용으로 인정해준다. 올해 300만톤 정도로 추정되는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을 이제는 보조연료가 아닌 대체연료라고 해야 맞다. 따라서 일본처럼 일정기준 이상의 폐기물을 사용하는 시멘트 공장은 폐기물 전문처리시설과 동일하게 배출관리를 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업종은 5년마다 각종 환경기준이 강화되는데 시멘트는 아직도 2009년 기준을 적용받는다. 정부의 특혜와 그린워싱을 통해 영세 재활용 및 소각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국가 자원순환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기준이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경쟁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상생발전을 위한 대안은 없을까.
생대위는 시멘트업계와의 1차 간담회에서 반입 폐기물 쿼터제 도입 및 종류 제한, 시멘트 성분표시·등급제 도입, 쓰레기 반입절차 현실화 및 법정검사 등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지난달 열린 2차 간담회에서도 ▶반입폐기물 중금속 기준 법정검사 전환 ▶불완전연소 시 발생하는 분진·먼지 또는 황산화물을 관리하는 총탄화수소 TMS 항목 추가 ▶표준산소농도 선진국 수준 강화(한국 13%→EU 10%) ▶사실상 소각로 역할을 하는 예열기의 폐기물처리시설 포함을 제안한 바 있다. 시멘트공장도 환경·자원순환시설과 동일한 환경규제를 받아야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 

◇환경부 역할과 정책·제도개선 방안은?
430개 환경기초시설 및 자원순환업계를 대표하는 11개 단체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촉발된 폐기물 부족사태를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무시하고, 시장경쟁만 내세워서는 안된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고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도 같다고 본다.

환경부도 중재의지가 아예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빨리 폐기물 공급조정(우선순위에 입각한 처리 유도), 폐기물 분리수거 강화 및 선별 고도화(공공·민간 선별장 현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활용 가능 자원의 선별효율을 제고하고, 기존 폐기물 자원의 선순환시스템이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감독하기를 기대한다. 

◇자원순환업계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환경부와 시멘트업계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운영했음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실정이다. 모든 특혜와 제도를 정상화시켜여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시멘트 공장과 환경자원순환업계가 상생,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의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시멘트업계 이익을 위해 우리의 절규를 무시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역할을 해야 하는 환경자원순환업체가 고사위기에 처해 있고, 2030년에는 재생원료 30% 의무사용이 다가오고 있다.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건강문제 등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지역주민·시민단체·학계와의 연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투쟁할 것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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