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시설이용심의委 신설…공정성·중립성·투명성 확보 
가스공사 “LNG직수입자 체리피킹 등 경쟁환경 불공정”

이문희 마케팅본부장(왼쪽 세 번째)과 조강철 해외사업본부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가스공사 관계자들이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문희 마케팅본부장(왼쪽 세 번째)과 조강철 해외사업본부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가스공사 관계자들이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던 한국가스공사와 민간LNG직수입자 간 무게추에 변화의 기류가 흐른다. 배관망 이용의 공정성·중립성·투명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있다는 LNG직수입자의 주장이 정부 차원의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 신설·운용으로 상당부문 해소되는 반면 한국가스공사의 안정적 수급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매월 원료비 및 공급비를 공개하고 있지만, LNG직수입 발전사들은 공개할 의무가 없는데다 수급의무도 없다보니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가격보다 저렴할 때만 LNG를 구매하는 등 경쟁환경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제도개선 과정에서 가스공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이 같은 우려와 볼멘소리는 9일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자리에서 이문희 가스공사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국제 LNG 가격 상승으로 한전과 가스공사는 적자와 미수금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반면, 일부 LNG직수입 발전사는 최대 영업이익을 시현했다“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 LNG직수입사는 리스크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한전 적자가 2021년 5조9000억원에서 2022년 32조6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가스공사 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환경이 악화됐지만, SK계열의 파주에너지는 영업이익 규모가 2021년 933억원에서 2022년 2499억원으로 급증했다며 LNG직수입이 수급안정과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부 직수입사의 이익으로 쏠리는 문제를 적기에 개선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LNG직수입자들의 선택적 도입(체리피킹) 이슈는 국회, 언론 등 이미 각계에서 여러 번 지적되고,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해 인정되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 그는 지난 4일 열린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급등이 예상될 때 LNG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여하는 등 LNG직수입자의 도입체계 개선 등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설명했다.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제도개선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보다 적극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LNG직수입자의 제3자 판매허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LNG직수입사 제3자 판매허용 제기는 지난 2013년과 2016년에도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재벌특혜, 우회입법 논란 등으로 폐기된바 있다면서 현행 도시가스사업법만으로도 LNG직수입자는 재고물량을 가스공사에 판매 또는 교환하거나, 직수입자간 교환을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의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에 대한 판매·교환, 직수입자간 교환실적 중 가스공사에 대한 판매는 2022년 7건, 2023년 1건이며, 가스공사와 교환은 2018년 3건, 2022년 4건, 2023년 8월 3건이다. 또 LNG직수입자간 교환은 2018년 257건, 2019년 289건, 2020년 389건, 2021년 510건, 2022년 519건에 이어 2023년 8월까지 338건에 달한다.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경우 가스공사는 도입가격 원가 그대로  공급하고 있는 반면 민간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제 3자 판매를 허용할 경우 원료비에 마진을 붙이게 됨에 따라 결국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현실적으로 소수 대형 LNG직수입자가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제3자 판매량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 수급계획 오차가 증폭되고 수급불안이 가중될 것이며, 요금인상 등 소비자 편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LNG직수입자의 저장시설 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직격했다. 현재 30일분 저장시설 확보의무를 20일로 완화할 경우 소규모 LNG직수입자 난립과 함께 발전용 LNG직수입자의 저장용량 축소 및 비축물량 감소로 이어져 현행보다 수급관리 어려움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5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 기준에 따르면 국가전체 저장용량이 2022년 1409만㎘에서 오는 2036년 1945만㎘로 증가한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저장용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LNG직수입자의 저장용량 요건 완화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당연직 1명과 정부 추천인 2명, 가스공사 추천인 2명, 시설이용자 추천인 2명 등 7명으로 구성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 신설의 경우 배관시설이용의 공정성·중립성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설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는 게 가스공사 측의 입장이다. 아울러 향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시설공동이용 부문 조직을 ‘부’ 단위에서 ‘처’단위로 승격하는 등 합리적인 시설이용 요금체계 및 시설공동이용 여건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다.    

한편 발전사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LNG 개별요금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연간 264만톤 계약물량에 더해 2개사 4개 발전소 대상으로 연간 95만톤의 10년간 공급인수합의서를 체결했으며, 현재 추가로 3개 발전소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발전사에게 적시 편의제공과 제조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LNG직수입자와 체결한 공동이용용량 33만㎘ 이외에 지난해 추가적으로 LNG직수입 9개사 13개소와 126만㎘의 공동이용 사전협약을 체결했다면서 특히 에너지 전환기에 무분별한 시설투자 경쟁은 향후 좌초 자산화 우려가 커 지양해야 하며, 공동이용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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