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 규제 없는 표준운임제에 화물연대 반발
'시행령통치' 지적도…법 없이 시행령 입법예고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회관 앞에 주차돼 있는 한 차량.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회관 앞에 주차돼 있는 한 차량.

[이투뉴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개정안은 표준운임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 골자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는 현장에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임을 놓고 마찰을 빚어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고, 이로 인해 주유소에 기름이 품절됐던 2022년이 떠오른다.

표준운임제는 2022년 12월 안전운임제가 일몰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화주(화물의 주인)에 대한 규제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운수사에게 최소 운임으로 규정한 운임보다 적게 지급하면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반면 표준운임제는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화물연대는 지난 18일 공식성명서를 통해 표준운임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개정안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화주에 대한 제제방안은 없고, 을(운송사)과 병(차주)만 때려잡는 정책"이라면서 "실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지난 1년간 많은 현장이 초토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선 최저임금(안전운임제)이 사라지자 최저입찰제가 시장에 부활했다. 최저입찰제는 화주사가 운송사와 계약을 할때 최저가 입찰을 하는 방식이다. 운송사가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하다 보니 차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화물연대는 "운송사는 화주로부터 지급받는 운임이 적어져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처럼 표준운임제는 화물노동자에게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와 소통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는 "게다가 개정안은 당사자간 협의와 공감대 없는 국토부의 일방적 발표였다"면서 "화물노동자 목소리는 삭제돼 있다. 계속해서 화주 요구만 따라 산업을 개악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시행령 통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회를 우회하면서 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정부가 결정하는 시행령에 관련 내용을 담아 내키는 데로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재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선전국장은 "표준운임제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상위법이 없는데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