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음극재 이어 소재 구매까지 협력관계 구축
[이투뉴스] SK온이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 리소스(Westwater Resources, 이하 '웨스트워터')로부터 천연흑연을 수급한다. 미국산 흑연을 확보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SK온은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웨스트워터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흑연을 SK온 미국 공장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 중인 소재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 협의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부 오프 테이크 계약이다. 북미 전동화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최대 3만4000톤을 구매할 수 있다.
양사는 작년 5월 체결한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에 이어 이번 계챡으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하는 배터리에 적용하고, 그 성능을 함께 개선할 예정이다.
음극재 원재료인 천연흑연 구매까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IRA 대응 역량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RA에 의하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은 전세계 공급망이 FEOC로 규정된 중국 기업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기술과 공급처 확보를 위해 흑연에 대한 FEOC 적용을 2026년말까지 최소 2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배터리의 수명,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한다. 흑연은 음극재의 약 9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음극재는 특히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소재다.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약 85% 를 중국이 과점하고 있다.
SK온은 2022년 호주 시라(Syrah)사와 천연흑연 수급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작년 1월 우르빅스(Urbix)사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양극재의 경우 칠레 SQM, 호주 레이크 리소스 및 글로벌 리튬과 연이어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소재 확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웨스트워터는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 업체로 1977년 설립된 이래 우라늄 관련 사업을 전개했으나 2018년 흑연 업체를 인수한 뒤 배터리용 음극재 개발 기업으로 변신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1만 7000헥타르(ha) 규모의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광산 근처에 올해 양산을 목표로 연산 7500톤 규모 흑연 정제 공장을 짓고 있다.
박종진 SK온 부사장(Strategic구매 담당)은 이번 계약과 관련, “현지 유력 원소재 기업들과 협업을 꾸준히 추진해 IRA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렌스 크라이언 웨스트워터 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SK온과 협력하고 SK온의 공급망 강화를 지원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