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자율측정하던 총탄화수소(THC) 실시간 관리 추진
​​​​​​​공기배합도 기준 10% 강화 필요 의견은 ‘여전히 묵살’ 논란

[이투뉴스] 1000만톤 넘는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시멘트 공장의 중금속 측정이 한국환경공단이 직접 조사하는 법정검사로 전환된다. 시멘트 공장의 중금속 검사가 업체 자율에 맡겨져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최근 환경부는 올 상반기 환경공단 및 지자체와 시멘트 공장의 반입폐기물 중금속 검사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한 후 하반기부터 자율에서 법정검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와 협의, 합리적인 시멘트제품 유해성 관리 방안도 마련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이는 시멘트공장 반입폐기물에 대한 중금속 검사가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겨져 형평성에 어긋나고 기준 및 관리도 느슨하다는 자원순환업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던 자원순환 및 시멘트 업계는 최근 환경부 중재 아래 상생방안을 논의해왔다.

시멘트공장 오염물질 배출관리 강화조치 시행은 환경부가 2009년 시멘트 공장에 반입되는 폐기물로 인해 발생 되는 미세먼지 오염농도 측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15년 만이다. 환경 및 자원순환 업계가 어이없는 해프닝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자원순환업계는 “2009년에 개선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시멘트업체가 폭발적으로 폐기물 사용을 늘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환경기초시설업계, 국회 등의 항의가 빗발치자 15년 만에야 오염물질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시멘트 공장 분진 배출 사진. 사진제공 :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국내 시멘트 공장 분진 배출 사진. 사진제공 :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실제 환경부는 2009년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시멘트 생산시설 여건상 측정 불가능한 일산화탄소 대신 스모그 발생의 주요인인 총탄화수소(THC)를 관리 항목으로 지정했다. 또 THC 배출기준을 60ppm으로 정하고, 2주 간격으로 자가측정 업체에 위탁·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향후 선진국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당시 계획은 총탄화수소 60ppm 기준 신설 외에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유야무야됐다. 이후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젖어 15년간 업무를 방기한 것 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사장 김천주)은 이제라도 정부가 지역주민의 바람을 받아들여 THC를 굴뚝자동측정기기로 관리하는 제도개선에 착수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60ppm인 배출기준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수십년 간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려 온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역시 정부의 뒤늦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오랫동안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시멘트 공장들과 소송까지 벌였음에도 정부 대책이 안일할뿐더러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유럽과 한국의 THC 관리방법과 기준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 수십년 간 시멘트업체 자가측정으로 관리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여기에 국립환경과학원이 ‘시멘트 소성로 대기배출허용기준 개선방안 마련 연구’를 통해 주문한 시멘트 공장의 공기배합도 10%(표준산소농도) 기준이 아직 지켜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당시 환경부는 시멘트 업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우선 13%로 설정하고, 차기 배출기준 개정 시 10%로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성로 배합도 기준을 13%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 또한 그만큼 낮게 측정되고 있다.

환경기술사회 등에 따르면 공기배합농도를 1% 완화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10% 가량 증가한다. 즉 공기배합비를 13%로 설정하는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모든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유럽, 중국보다 30% 적게 배출된 것처럼 산정돼 왔다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시멘트 공장의 총탄화수소를 굴뚝자동측정기기(TMS)로 관리하는 기준을 연내에 마무리 짓는 한편 향후 유럽과 동일하게 14ppm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산소농도 또한 조속한 시일 내에 10%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환경부에 촉구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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