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량 적어 P/F 원리금 제때 못 갚아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면밀한 사업성 검토없이 단기간에 공사를 강행한 일부 태양광발전소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도(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 발생할 '잠재 디폴트 발전소'도 상당수여서 이들 발전소를 둘러싼 분쟁과 책임소재 공방이 태양광 보급시장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차액 기준가 조정을 앞두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일부 발전소는 최근 예상했던 발전량이 나오지 않아 수익은 커녕 P/F(프로젝트파이낸싱)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이 현황 공개를 꺼려 아직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미 은행당 1~3건의 채무불이행 사업이 발생했고, 점차 건수도 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A은행 한 심사역은 "우리는 일사량과 모듈 성능까지 따져 철저히 검토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다른 솔라론(Solar Loan)은 그런 일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 때문에 최근 자금회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태양광 발전차액지원 한계총량이던 100MW 포화가 임박하자 지난해 4월 대폭 인하된 발전차액 기준가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9월말까지 완공된 발전소에 한해 500MW 한도 내에서 종전 기준가를 적용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이 시책은 결과적으로 이른바 '9월 태양광 대란'에 불을 댕기는 결과를 낳은 채 지금도 끊이지 않는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시 발전사업 허가만 떨어진 1150여건(허가용량 약 700MW)의 예비물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0월 이내에 공사를 끝낸다는 목표 아래 모듈확보와 부지, 자금조달에 사활을 걸었다.

수십MW 규모의 초대형 발전소가 불과 수개월만에 탄생한 것도 이때. 이 과정에 일부 프로젝트가 면밀한 사업성 분석과 시공사에 대한 검증없이 무리수를 둬가며 날림공사를 묵인했고, 그에 따른 후유증이 이같은 디폴트 발전소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스템 전문가들은 이들 발전소 성능장애와 관련 ▲저효율 저가 중국산 모듈 사용 ▲무경력자의 허술한 설계ㆍ시공 ▲부적절한 입지 선택 ▲금융권의 과도한 P/F 경쟁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향후 사업자-은행, 사업자-시공업체간 책임소재를 가리는 법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공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은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사전에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는데 당시엔 '9월을 넘기면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며 "일차적 책임은 판단을 내린 사업주 몫이겠지만 상황을 그렇게 몰고간 정부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디폴트 사태의 한 원인을 태양광 전문기업 등록 남발 등 무책임한 제도운영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기업 제도는 정부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수 전문업체를 선별해 준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일종의 허가제다. 그러나 등록업체는 3년전 20개사에서 지난해 1700여개사로, 현재는 3700여개사로 늘어난 상태다. "전기선을 다룰 줄 아는 업체는 누구나 등록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스템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어떤 기업이 제대로 자격을 갖췄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이전투구식 과열경쟁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된 결과를 바라는 것 자체가 시장친화적이지 못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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