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츠와 협력 日 선두메이커 등 불참시 과점 예상
원자력·화력으로 유대 형성한 한수원·발전사도 뒷배

일본 현지 양수발전소 내부 주기기 ⓒE2 DB
일본 현지 양수발전소 내부 주기기 ⓒE2 DB

[이투뉴스] 두산에너빌리티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 5.7GW규모인 국내 신규 양수발전소 주기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양수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만큼 오스트리아 안드리츠와 협력해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기업에 우호적인 시장환경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1차 전력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필요한 장주기(LDES, Long Duration Energy Storage)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비용량을 21.5GW로 도출했다. 태양광·풍력 설비를 2030년 72GW, 2038년 115GW 순으로 늘리려면 이들 전원의 변동성과 간헐성을 보완할 장주기 백업설비를 제때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ESS는 방전(발전) 가능시간을 기준으로 30분 이내는 단주기, 4~8시간은 장주기로 구분한다. 양수발전은 최대 10시간까지 부하역할을 하거나 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장주기나 초장주기로 분류된다. 2038년 장주기ESS 필요량 21.5GW 가운데 양수발전 몫은 5.7GW에 달한다.  

10차 전력계획에 반영된 포천, 영동, 홍천 1.8GW 외에 합천, 구례, 영양, 봉화, 곡성, 금산 등 3.9GW가 추가돼 현재 운영설비량 4.7GW보다 많은 신규양수 9곳 19기를 건설해야 한다. 토목공사비를 포함하면 10조원에 육박하는 새 시장이 열린 셈이다. 나머지 장주기를 어떤 BESS로 메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및 본사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및 본사 전경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제작사인 안드리츠 주기기 기술을 기반으로 수주를 노리고 있다. 안드리츠는 1852년 설립된 플랜트 전문기업으로 두산과는 2020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가변속양수 시장에서 일본 HM Hydro(히타치 미츠비시)와 도시바, 미국 GE에 이어 독일 호이트(Voith)와 4~5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HM Hydro의 경우 내구성과 효율, 유지보수비용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고, 도시바는 단가경쟁력이 높아 해외시장에서도 고르게 선호되는 제작사로 정평이 나있다. GE, 안드리츠, 호이트 역시 역사는 길지만, 가변속분야에서는 아직 선두기업 대비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드리츠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중국에 설치한 가변속 2기 중 1기만 가동하고 있다.

두산은 국내기업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양수발전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나 건설예정인 발전공기업들이 원자로나 표준화력으로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온데다, 신규 양수주기기의 경우 국제경쟁입찰이 아닌 국내 경쟁입찰로 주기기를 발주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HM Hydro나 도시바, GE 등 경쟁사들이 이런 국내시장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관련 사업부를 철수하거나 사실상 불참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두산·안드리츠 연합의 독무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양수발전은 언제든 발전소나 부하(소비처)로 역할을 바꿀 수 있어 재생에너지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해 주고 전력망 강건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ESS이다. 가변속기술을 추가하면, 하부저수지 물을 펌핑하는 과정에서도 주파수 부하추종 운전을 할 수 있다. BESS 대비 건설비용과 대용량화, 운영비 측면에서 아직 경쟁 우위다. 작년 IEA 통계기준 세계 ESS설비의 66.5%를 차지하고 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장은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성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며 “원자력을 비롯해 수소터빈으로 전환가능한 가스터빈과 수력·양수발전 주기기 공급까지 무탄소발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한수원과 30MW급 수차·발전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청평양수발전소
청평양수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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