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학회 전력망WG, 3개월 논의로 완화론 일축
전력당국-발전사 공방 놓고 첫 공식 팩트체크 보고서
"유연적용도 어렵지만 리스크增 사회적합의도 필요"

한강을 건너는 김포~파주간 초고압송전선로 송전탑 ⓒE2 DB
한강을 건너는 김포~파주간 초고압송전선로 송전탑 ⓒE2 DB

[이투뉴스] 765kV 송전선로 운영지침에 해당하는 신뢰도 고시기준을 낮춰 동해권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송전제약을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기학계가 '기간망 이중고장 시 대규모 전국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뢰도 고시 기준 완화 논란을 놓고 학계가 보고서 차원의 공식의견을 낸 건 처음이다.

(본지 7월 15일자 1면 '위험한 전력망 신뢰도 기준 완화 논의' 기사 참조)

송화창 서울과기대 교수를 그룹장으로 한상욱 가천대 교수 등 전문가 7명이 참여한 대한전기학회 '전력망부족 워킹그룹(WG)'은 이런 내용의 WG 최종보고서를 최근 대한전기학회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전력망을 놓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오가는 공방을 팩트체크해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앞서 전력망WG는 7월부터 9월말까지 연 수시회의를 통해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지연에 따른 송전제약 완화 대책 등을 분석한 뒤 이를 이슈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WG는 이 보고서에서 765kV 송전선로 이중고장에도 문제가 없도록 설정된 계통기준이 과도하므로 이를 단일고장 기준으로 낮추자는 주장을 '위험하다'고 일축했다.

사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765kV 이중고장이 발생하면, "전국 또는 지역단위 정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정상적인 산업 ·경제 활동과 국민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765kV는 상업운전 이후 작년까지 낙뢰 등으로 71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확률이 희박하다던 이중고장은 9건에 달했다.  

WG는 송전선로를 도로에 빗대 '8차선을 놓고 4차선만 이용하는 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송전선로 허용량은 전선 고유제원에 의한 열적허용량(8차선)과 지역마다 다른 계통여건에 따른 안정도허용량(4차선)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기적으로 연결된 망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두값 중 적은값으로 운영하는 게 법령"이라고 분명히 했다.

동해안 석탄화력 송전제약을 줄이기 위해 상정고장 기준을 낙뢰가 적은 맑은날이라도 유연하게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전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고장은 사전예측이 불가하고, 기준을 변경하는 판단이나 현장설비 변경 적용 등 기술·규제적으로도 어렵다. 그에 대한 리스크 증가 등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울원전 인출선로 6회선이 끊긴(N-6) 2022년 최악의 울진산불 때도 문제가 없었다는 반론에 대해선 "그해 3월 4일은 3개 루트 6회선이 시간차를 두고 순차정지했고, 3상 단락(A-B-C)이 아닌 2상 선간단락(B-C)이라 과도불안정이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데이터로 3상 단락을 모의했더니 대규모 광역정전이 발생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되받았다.  

(본지 2022년 3월 4일자 '울진산불 때 한반도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 참조)

다만 WG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확충이 어려운 전력망 건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보완수단으로 적잖은 제약량 해소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가량 동해안~수도권 노선의 경우 양수발전소 운영방식 변경, 계통안정화용 ESS 설치, 병렬형 유연송전시스템(FACTS) 투입, SPS 적용 등을 통해 올여름 기준 4.2GW의 제약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WG는 보고서에서 "동해안 대규모 발전단지 송전제약은 배후 송전망을 확충하는 게 근본대책이나 다양한 신기술과 설비 적용, 제도 정비 등으로 제약 상당량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향후 정책당국이 전력망 혁신 추진 시 이런 내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기초자료로 제공할 것"이고 했다. 대한전기학회는 2만여명의 산·학·연·관 소속 회원과 회원사를 둔 전기분야 국내 최대 학술단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